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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밥해 먹지 않을래요? - 나는 왜 집밥하는 의사가 됐는가
임재양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7월
평점 :
올바른 생활습관과 매일 먹는 좋은 음식이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스트레스 안 받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태도,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시간, 주3회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운동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먹거리다
체중 관리할 때도 난 운동보다 식단 관리가 더 어렵고 지키기 힘들더라
튀긴 음식 안 먹고, 인스턴트 안 먹고,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은 멀리하라는 건 알지만 그런 것들이 맛있으니 아예 안 먹지는 못하고 좀 덜 먹으려 노력하는 정도다
항상 올바른 먹거리는 끝이 안 나는 숙제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 의사가 집밥을 해 먹는다니 제목에서부터 내게 숙제를 끝낼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줄 것 같았다
그냥 집밥을 해먹자는 제목이 아니라 의사가 집밥을 해먹으면 뭔가 다를 거 같다는 생각에서 읽어보게 됐다
간편하고 건강하고 올바른 집밥 해 먹는 법을 알려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내 예상에서 벗어나는 책이다
집밥 레시피를 기대한 나에게 영양 성분과 어떤 음식 재료를 먹어야 좋은 지,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이자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어떻게 집밥을 해 먹어야 하는지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외식 하지 말고 집밥을 해먹자는 필요성을 설명한 책이랄까
저자는 외과 전문의로서 유방암이 전공이다. 원래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했던 저자는 5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한 번씩 피곤을 느끼곤 했단다
건강검진을 해봤지만 비만 외에는 모든 검사 수치가 좋았다
바쁜 병원 생활에서 벗어나 느긋함을 추구하는 이완 요법으로 요가, 명상, 단전호흡을 해보았지만 맞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명상 방법으로 그냥 현실 생활에 충실하기만 해도 명상이 된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걸으며 매 순간 하는 호흡에 집중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는 것도 명상이라고 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요리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의사의 집밥 요리
하지만 처음 하는 요리는 어려웠다
그래서 요리 교실을 그만두고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듯이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레시피 위주로 요리하는 기존 방법에서 벗어나 건강을 목표로 요리를 시작했으니 채식을 해보기로 한다
육류, 유제품, 생선을 먹지 않고 조리도 최소화하고 신선한 채소 위주로 식사했더니 체중이 빠져서 4년에 걸쳐 20kg이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저자가 혼자 공부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탄수화물은 가장 중요한 영양소로 침에서 아밀라아제가 나와서 전분을 분해하고 소장에서 다양한 효소가 나와서 탄수화물을 분해한다. 결국은 가장 단순한 당인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포도당은 간에서 에너지와 글리코겐으로 전환된다. 에너지는 당장 쓰이고 글리코겐은 간과 근육에 저장된다. 글루코겐은 동물의 저장 탄수화물이고 전분은 식물의 저장 탄수화물이다
이렇게 중요한 탄수화물은 주식인 쌀, 밀을 통해 얻는데 쌀은 흰쌀밥보다 잡곡밥이 좋고, 밀은 통밀이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들을 설명한다
조리 방식에 따라 건강해지기도 해로워지기도 한다
생으로 먹는 게 제일 좋고 굽는 게 안 좋다
코팅된 조리도구 말고 스테인레스 제품을 쓰자
저자는 316 스테인리스 팬을 주로 사용한단다
건강을 위한 최선은 팬을 사용해서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맨 마지막 장인 5장에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이고 간단하게 집밥을 만들어보자는 내용이 나온다
드디어 집밥 레시피가 나오나 기대했는데 외식하지말고 간단하게 만들어 집밥을 먹고 바빠도 빨리 먹지 말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으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에 만들어 먹는 음식 사진이 몇 장 나온다
육식 안 하고 현미밥에 나물 반찬을 먹고 다양한 채소를 쪄서 간 없이 먹거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
라면을 스프 안 넣고 끓여먹는다는 말에 좀 황당했는데 두부와 콩나물도 사 먹지 않고 만들고 키워 먹는단다
진짜 황당한 이야기는 책 마지막에 에필로그에서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올바른 식습관을 내가 따라하긴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철저하게 음식을 가려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한 저자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전립선암 판정을 받아 수술하고 지금은 회복 중이라는 고백이 담겨있다
원고를 넘긴 책을 내야 하는지 고민이 됐고 앞으로 강의나 요리 실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스러웠단다
두 달간 쉬면서 이제까지의 절제된 생활을 포기하고 고기도 먹고 인스턴트 간식도 자주 먹으면서 체중이 금방 4kg 불어났다
자신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니까 병에 안 걸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병이 생기는 원인 중에서 가장 큰 원인인 나이를 망각했단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인데 이것을 착각하여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내가 아무리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졌더라도 확률적인 문제일 뿐 누구에게나 병은 생긴다
그러니까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좋은 식생활 습관을 포기하면 안되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잠시 멈췄던 운동을 하고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도록 다시 노력하기 시작했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 통곡물 위주의 주식, 주기적인 운동, 여기에 덧붙여 무엇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