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뜨개인의 열두 달 -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월간 뜨개 기록
엘리자베스 짐머만 지음, 서라미 옮김, 한미란 감수 / 윌스타일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을 소개하려면 저자인 엘리자베스 짐머만(Elizabeth Zimmermann)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뜨개에 관심이 있다면 알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은 거의 모를 거 같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짐머만(1910-1999)은 런던 인근에서 태어나 스위스 로잔과 독일 뮌헨에서 예술 학교에 다니다 193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뜨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은 뜨개인과 공유하고자 잡지사에 원고를 투고했으나, 짐머만 특유의 대화체 문장을 모두 기호와 약어로 바꿔버린 편집자에게 좌절한 뒤 직접 스쿨하우스 프레스(Schoolhouse Press)라는 출판사를 세워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스쿨하우스 프레스는 뜨개 책뿐 아니라 실과 바늘을 비롯한 뜨개 용품과 뜨개 영상을 우편 주문 형태로 판매하며 뜨개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짐머만은 1960년대 중반에 PBS 텔레비전 시리즈 <바쁜 뜨개인(The Busy Knitter)>에 출연해 쉬운 설명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사랑받으며 뜨개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짐머만은 뜨개하는 모든 이가 자신의 별명이자 미처 채택되지 못한 이 책의 가제였던 “소신 있는 뜨개인(The Opinionated Knitter)”이 되기를 바라며 취향을 살린 뜨개, 각자에게 맞는 뜨개를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짐머만이 고안한 EPS 시스템과 심리스 기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971년에 <눈물 없는 뜨개(Knitting Without Tears)>를 시작으로 다수의 뜨개 책을 출간했으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현재 스쿨하우스 프레스는 그의 딸 메그 스완슨이 이어받아 운영 중이다
취미로 뜨개를 오래 했지만 뜨개계에 이렇게 유명한 분이 계신 줄 미처 몰랐다
몇 달 전 뜨개 유튜브채널에서 우연히 <눈물 없는 뜨개> 책을 알게 되었고 저자 엘리자베스 짐머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고 책도 구입해서 읽어보게 됐다
뜨개기호로 된 도안이 그려진 뜨개책에 익숙했던 내게 이야기하듯이 뜨는 법이 설명되어있는 책은 너무도 신선했다
이건 뜨개책이 아니고 그냥 뜨개에 대한 에세이책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읽을수록 분명 뜨개법에 대한 실용서였다
이렇게 된 걸 읽고 뜰 수 있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이 엘리자베스 짐머만의 독특함이다
제목도 눈길을 끌었고 책내용도 궁금해서 후다닥 읽었던 <눈물 없는 뜨개>에 이어 그녀의 두 번째 책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몰랐네
그녀가 남긴 책이 많다고 하니 앞으로도 쭉 번역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뜨개인의 열두 달>은 재미있는 구성의 뜨개책인데 <눈물 없는 뜨개>와 마찬가지로 실용서인가 에세이인가 헷갈릴 정도다
보통 완성작품 사진이 앞에 나오고 뒤에 뜨는 법이 나와있는 뜨개책과 다르게 사진은 한 장도 없고 그림만 아주 조금 들어있다
저자가 일 년동안 달마다 뜬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뜨는 법이 나와있다
1월엔 아란 스웨터, 2월엔 아기용품 몇 가지.. 이런 식이다
그 시기에 맞는 작품인가 싶지만 재밌게도 그건 아니다
그냥 진짜 그대로 저자가 뜨고 싶을 때 뜬 작품이다
더운 5월에 다음 겨울을 위한 장갑을 뜨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
엘리자베스 짐머만 특유의 대화하는 듯 뜨개법이 쓰여있다
마치 뜨개방에 가서 선생님께 뜨개질 하는 법도 배우고 일상 수다도 떨다 오는 시간 같다
맨 마지막엔 내가 익숙한 뜨개 도안이 아주 간단하게 나온다
간결한 지침과 뜨개 도안 덕분에 요즘 뜨개책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더 쉽다
이렇게 오래된 뜨개책을 내가 읽고 있다니 심지어 지금 뜰 수도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짐머만의 뜨개 철학과 뜨개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같은 취미를 가진 다른 시대의 사람으로서 친근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이번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기만 했지만 일 년동안 몇 십년 전 그녀를 따라 달마다 뜨개를 함께 해본다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일반인보다는 뜨개를 한 번이라도 해 본 뜨개인들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