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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심시간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평점 :
초등 고학년을 위한 창작동화책 <불편한 점심시간>
동화책이라고 하기엔 책이 많이 두껍다 (327쪽)
삽화도 전혀 없고..
주인공 이름과 저자의 이름이 같아서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아픈 성장기, 가난이 부끄러운 렉스의 열세 살, 6학년 일 년 동안의 생활을 담고 있다
책표지의 그림만 봐도 이 책이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앞표지엔 주위에 웃고 떠들며 무리지어 점심밥을 먹고 있는 친구들과 대비되게 다친 얼굴로 혼자 무표정한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뒷표지엔 식판에 음식을 받아 줄을 서있는 아이들 속에 계산원과 뭔가 불편한 대화가 오고 가는 중이라 짐작할 만한 남자아이가 있다
친구들은 색색의 옷을 입고 있고 주인공만 무채색이다
바로 뒤에 줄을 선 여자애는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쳐다보고 있다
6학년이 된 렉스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6학년에 중학교 입학을 한단다
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엄마의 눈치를 봐야하는 집보다 학교에 가는 걸 더 좋아하는 렉스는 개학 첫날 기대감을 가지고 중학교에 간다
하지만 첫날부터 학교생활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집이 가난해서 급식비를 낼 수 없던 엄마가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점심시간이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고 만다
급식실에서 식판에 음식을 받고 계산원에게 급식비 2달러를 내고 자리에 가서 먹으면 되는데, 무료 급식 프로그램에 등록된 렉스는 매일 계산원에게 무료 급식 대상자라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무료 급식 프로그램 등록자라는 걸 다른 아이들이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며 지낸다
게다가 5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은 모두 풋볼 팀에 들어가지만 렉스는 돈이 없어 풋볼 팀에도 못 들어가 혼자만 따로 앉아 밥을 먹게 됐다
집에선 엄마와 샘아저씨가 매일 부부싸움을 하고 렉스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요리, 동생 돌보는 일 등 집안일도 렉스 몫이다
영어선생님은 렉스를 경계하고 차별하는데 렉스는 이 모든 일이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없어 가난해서 허름한 옷차림에 자신이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아무 무리에도 끼지 못한 렉스는 항상 급식을 혼자 먹었는데 어느날 괴짜로 보이는 '이단'이 함께 점심을 먹자며 다가온다
자신의 모든 불행이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던 렉스는 부유한 환경에서 사는 이단도 고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6학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렉스의 환경은 변한 게 없지만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렉스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니까 <작가의 말>이 궁금했는데 어른이 되고서야 가난을 부끄러워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단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문장에 다 나온다
만약 여러분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제 조언은 단순해요. 포기하지 마세요. 시간은 지나가요. 강하게 버티세요. 여러분의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요. 상황이 변하기 전까지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재능, 바로 희망을 품는 능력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6학년까지는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해서 난 지금도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준다
어릴 땐 이야기가 너무 짧아 내가 재미가 없었는데 이제는 고학년 도서를 읽다보니 책이 성인이 보는 책만큼 두꺼워져서 다 읽어주려면 목이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한 두 챕터씩 나눠서 매일 밤 자기전에 침대에서 읽어줬는데 나중엔 내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는 아이를 옆에 두고 혼자 더 책을 읽다 자기도 했다
어릴 때 내 환경이 렉스처럼 가난했던 건 아니지만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한 상황이 나올 땐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
어릴 때의 기억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
경제적 빈곤, 아동학대, 가정폭력, 사회의 편견과 차별 등의 공격 속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아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주위 어른들이 손길이 부디 닿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