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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징조들 ㅣ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테리 프레쳇 · 닐 게이먼, 이수현 옮김,『멋진 징조들』, 시공사, 2003.
판매가 13,000원

지금 보니, 닐 게이먼과 그가 창조한 꿈의 신의 이미지와 상당히 비슷하군요. 깡마른 것도 그렇고. 제가 가장 탁월한 그래픽 노블 작가라고 생각하는사람이 바로 닐 게이먼입니다. 매우 탁월한, 정말 매우 탁월한 작품인『샌드맨』을 썼지요.
생각해보면
물방울 하나와 물방울 하나가 합쳐져 정확하게 두 배의 물방울이 되는 게 아니며
눈을 크게 뭉쳐봤자, 그 다음 날이면 달걀 껍질처럼 오그라들 수도 있는 법.
그러니 끝내주는 두뇌 둘이 합쳐졌어도
죽여주는 작품은 '안' 나올 수도 있는 게 당연지사.
어쩌면 그건 '못' 나오는 건지도.
흔하디 흔한 게 번역가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라지만
이 많은 말장난들을 잘 번역하기도 고역스러웠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또한 부질없으니
그저 읽은 시간이 아까웠다는 결론 뿐.
내 인생에 이제 공저 읽기는 오늘로써 끝이도다. 에헤 공수레공수거.

책에 나오는 학사모 쓴 얼간이 사진보다 이게 훨씬 낫군요. 좀 얌전해보이기도 하고. 닐 게이먼을 상당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뻘 세계(?)로 빠지는 이 작품의 죄를 테리 프레쳇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상 요인
빤한 시작이지만, 일단 커버부터 들어가보면 : +0원
커버와 디자인이 나쁘지 않아 : +200원
다름 아닌 닐 게이먼의 이름 : +350원
제목이 주는 언어유희적 매력과 이것이 지닌 의도성 : +400원
언어유희를 위해 태어났다고 무방한 소설이며, 정말이지 번역하기 까다로운 말장난들이 너무 많아 : +0원
그 말장난들이 가끔 웃겨: +250원
29쪽의 악마들의 회합은 인상적이야 : +400원
그 회합의 모양새가 이 책의 무대와 상황과 분위기를 확 잡고 들어가 : +200원

아래에 설명이 나오네요. 영국 하드 커버용, 페이퍼용, 미국 하드커버용 등등. 영문판으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번역 때문에 묻혀버린 말장난이 이 책의 아주 큰 장점이거든요. 저는 이 작품이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졌으면 어댔을까 싶은데요. 뭐 다 지난 일이죠.
인하 요인
닐 게이먼, 그 이름이 내게 실망을 줬어 : -100원
『스타 더스트』가 만회하지 못한다면, 산문작가로서의 닐 게이먼은 관에 들어갈 예정 : -0원
그 말장난들이 많이 안 웃겨 : -100원
이건 어쩔 수 없는 번역의 한계야 : -0원
지겨워 : -200원
따분해 : -200원
이게 왜 이러냐면, 그 아담이라는 놈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대소동이 뭐랄까, 너무 빈약해 : -750원
이 사건이 아마게돈이라는 신의 의지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사건의 진행에서 신의 역할은 거의 없어 : -0원
거기서 벌어지는 어떤 불균형이랄까 : -100원
천사와 악마라는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묶인 인물들이 이 입장과 상황을 푸는 과정이 좀 굼떠 : -400원
악의 화신이 되어 가야 하는 아담의 과정이 9선 국회의원의 구닥다리 농담처럼 빤해 : -900원
마지막 결론도 김 빠져 : -150원
이 마지막 싸움에 개입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아주 특히 매우 정말 환장할 정도로 따분해 : -1000원
이건 나의 닐 게이먼이 아니라능! : -0원
그러니 테리 프레쳇, 네가 이 죄를 뒤집어써라 : -0원

이 디자인도 상당히 재미있네요. 삼지창에 악마와 천사의 얼굴이라니. 날개를 어디에 걸어놨으면 좋았을 것을.
13,000원+1,800원-3,900원
= 감정가 10,900원
* 이 글은 http://blog.naver.com/anssjaj에 실린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