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지음, 김보나 옮김, 스즈키 로쿠로 사진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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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히로시마 하리마야라는 마을에 살아요.'

그림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가족사진

어린이 세명 중 가운데 아이가 기미코다.

기미코가 소개하는 가족들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기미코의 아빠는 사진관을 운영한다. 

그래서 그런지 원자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다정하고 행복한 가족사진이 많은 것 같다.


나는 2차세계대전 한참 후에 태어났지만 어린시절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 흑백사진 속의 아이들의 옷차림은 내 어린시절의 옷차림과 똑같아서 정말 정겹다. 기미코의 엄마, 아빠가 입은 기모노만 빼면 배경도 내 어린시절과 비슷하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후 이 가족은 사라졌다.

기미코 이후 동생이 둘이나 더 태어났다.

그들도 모두 사라졌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빠 로쿠로씨는 사진첩 속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천 주머니 속에는 새우가 대여섯 마리,

즐거운 여름 아침이다.


내 어린 시절과 똑 닮았다.

내 아이들이 내 뒤를 따를 것이고,

그다음 세대 아이들도 같을 것이다.'



정성들여 정리한 사진첩을 보고있노라면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던 로쿠로씨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 히로시마 하늘에서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정말 뜨거운 여름날이었을 것이다.

전쟁도 뜨거웠던 날들이었다.

신나는 물놀이와 물고기를 잡고 놀던 다음날 이었을지도 모를

여름날 아침이었을 것이다.

이 가족은 원자폭탄 이후에 다 사라졌다.


폭풍이 지나고 간 다음날이다. 청명한 가을하늘이 너무 맑아서 좋은 날이다. 바람은 불지만 도시는 잔잔해졌다.

바다 바람에 파도만 요란했다.

출근하기 전에 바다에 나가 바람에 파도치는 것을 한시간이나 바라보고 왔다. 사무실에 오니 문 앞에 그림책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그림책 표지에는 고양이를 업고 찍은 기미코의 천진한 얼굴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설마 원자폭탄 때문에 다 죽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누군가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쓰여진 거겠지......' 하면서

책장을 다 넘겼다. 그런데 기미코의 가족은 원자폭탄과 함깨 다 사라졌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파도의 하얀 거품 속에 다 사라진 히로시마 가족들이 출렁거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날아온 물방울들이 슬픔 조각 같았다.


그런데 나는 가슴 한켠에 다른 감정 하나가 올라왔다.

왜 일본은 전쟁에 대해 후손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나. 왜 피해에 대해서만, 원자폭탄의 위험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나...' 사실 그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쟁은 한 가족을 어느 순간에 지구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인간들이 만든 비극 중에 제일 커다란 비극이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전쟁을 하고 있으며 피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원자폭탄을 투하하지 않아도 전쟁의 피해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클 것이다.

어서 빨리 전쟁을 멈추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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