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비가 데려온 고래
박찬주 지음 / 월천상회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 해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고 급기야 홍수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당에 물이 차고, 점점 불어오르더니 지하실 가득 차고, 마루로 올라왔다. 댓돌 위에 신발이 동동 떴다. 마루 끝에 앉아서 물이 얼만큼 차오르는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엄마와 언니가 부엌에서 살림살이들을 옮기느라 난리였다. 나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피신했다. 다행히 마루까지만 찰랑거리다 비가 멈추었다.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언제부터 비를 좋아했는지 모른다. 나는 비가 좋다. 비가 내리면 온갖 공상들이 떠오르고, 우산을 받쳐들고 무작정 걷고 싶다.
단비처럼 우비를 입고, 우산을 받쳐들고, 장화를 신고, 물을 첨벙거리며 걷고 싶어진다. 내 어린 시절에는 이런 장비들이 없어서 그냥 비를 맞고 놀기도 했다. 이 그림책의 단비를 보며 어릴적 비를 좋아했던, 그리고 여전히 비를 좋아하는 나를 더듬어 보며 한참 즐거웠다. 다시 보고 또 봐도 즐겁고, 재미있을 것이다.
비가 오고 온 세상에 물이 차고, 고래를 타고 다닐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래를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 오면 외출을 금지 당하는 요즘 아이들이 비오는 날 이 책을 읽으며, 고래를 타고 먼 먼 바다 여행을 꿈 꿀수 있다면 비오는 날이 엄마나 즐거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 읽는 동안 미소가 번졌다.
비 개인 뒤의 무지개를 연상하는 듯한 화사한 색깔의 그림도 아름답다. 비가 오는 날의 상상 속에 빠져있다가 무지개처럼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