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인도사 - 인더스 문명부터 식민통치 시대까지 이야기 역사 7
김형준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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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형준은 델리 대학교(University of Delhi) 철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도에서 오랜 세월 공부한 사람의 저술답게 책에는 인도에 관한 훌륭한 정보가 넘쳐난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인도의 역사(종교, 문화 포함)에 관하여 상당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하겠다.

먼저 인도라는 말의 어원을 알아보자. 아래의 설명대로라면 원래의 인도는 카슈미르로부터 발원하여 아라비아 해로 빠지는 인더스 강 유역을 말하는 것이므로 지금의 지리적 개념으로 보면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에 가까운 북인도 지역을 주로 지칭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디아(India)라는 말은 그리스인들이 처음 사용했던 용어로 페르시아인들이 사용했던 힌두(Hindu)라는 말과 일치한다. 힌두 또는 인디아라는 용어는 인도인들에게 원해 신두라고 불리는 인더스 강을 가리킨다. 이처럼 신두라는 단어가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에서 각기 힌두 그리고 인도로 바뀌었다.(p20)

인도의 창조설화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어느 날 대지의 여신이 인간들이 너무나도 급격히 번성하자 도저히 더 이상 지구를 떠받치고 있기가 힘들다고 창조주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러자 창조주가 고민 끝에 죽음의 여신을 만들고 그녀에게 인간의 절반에게 죽음을 부여하라고 명령한다. 죽음의 여신은 창조주의 명령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로부터 육체라는 옷을 벗겨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죽음이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고, 때가 되면 하늘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와서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

이러한 신화 때문인지 죽음은 지상에서 또 다른 세계로 거처를 옮기는 변화일 뿐 결코 생명의 끝이거나 마지막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은 영원한 존재로서 우주가 생성, 유지, 소멸을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도 무한히 계속되는 것이라고 간주했다. 이 같은 생각은 후에 윤회와 업이라는 인도의 독특한 사상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p39)

신화에 기반을 두고 설명한 카스트 제도의 기원에 대한 대목이다.

신화에서는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자신의 머리에서는 지혜를 가진 브라흐만 사제 계급을, 가슴에서는 용기가 충만한 크샤트리아 계급을, 배에서는 적당한 욕망을 가진 바이샤 계급을, 마지막으로 팔다리에서는 노동력을 가진 수드라 계급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이들 계급은 신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의지로는 절대로 바꿀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대 이미 각자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좋은 가문에 태어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 인도적인 설명에 의하면 그것은 전생에 자신이 지은 카르마 때문이다. 불교에서 업이라고 부르는 카르마는...(p53)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나가는 역사서인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무굴제국(1526~1857)의 창시자인 바부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내의 무덤으로 타지 마할이라는 걸출한 건축물을 남기고 죽은 샤 자한의 4대 조(샤 자한 -> 자항기르 -> 악바르 -> 후마윤 -> 바브르)이기도 하다.

이제 북인도 전역의 지배권을 확보한 바부르는 실질적인 인도의 통치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에게 인도를 무력으로 차지하는 것은 용납하였지만 통치하는 일만큼은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바부르는 인도의 지배를 머릿속에 그리며 부푼 가슴을 안고 카불로 되돌아오던 중 뜻하지 않게 라호르 근처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 그의 죽음에는 당시; 악성 고열병으로 신음하던 사랑하는 맏아들 후마윤이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바부르는 후마윤의 병간호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아들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 그는 아들 곁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아들 대신 자신이 고통을 받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했다. (...)

“(...) 신이시여,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더 이상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 순간 아들의 고통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저의 귀를 차라리 막아 주십시오. (...) 저의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시고 제발 저로 하여금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 아버지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자 아버지의 애절한 호소가 정말로 신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는지 후마윤은 얼마 후 기적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바부르 자신이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47세의 나이로 파란 많은 일생을 마치고 말았다.(pp378~379)

인도의 영국 통치시대에 벌어진 세포이 항쟁에 대하여도 무려 12쪽을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857년에 일어난 세포이 저항운동은 좁은 의미에서는 벵갈에 있던 인도인 용병(세포이)들의 영국에 대한 무장 투쟁을 의미하지만 넓게 보면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저항 운동이었다. 저자는 그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영국의 무자비한 경제적 착취에 대한 반발, 둘째, 영국에 의해 만들어 진 과도한 와 법 체제 및 행정 제도, 셋째, 영국인들의 인종적 우월감에 대한 반발, 넷째,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영국 측의 강압적인 종교 정책, 다섯째, 인도 총독 달하우지의 강압적인 합병 정책 등등이다.(pp457~459)

책은 마지막을 간디의 비폭력운동을 소개하면서 끝맺는다. 1920년 주간지 <영 인디아>에 기고한 간디의 논설 중 일부이다.

비폭력은 우리 모든 인류의 법이며 폭력은 야수들의 법이다. (...) 내가 주장하고 싶은 유일한 덕은 진리와 비폭력이다. 나는 초인간적인 힘을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p496)

이 책을 읽으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그리고 인도의 역사까지도 알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왜냐하면 아프가니스탄은 과거 북인도와 계속 맞닿아 있었고 파키스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인도가 독립할 때 이슬람교 측은 파키스탄으로, 그리고 힌두교 측은 인도로 국명을 달리하여 독립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북인도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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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중요하다 - 문화적 가치와 인류 발전 프로젝트
새뮤얼 헌팅턴.로렌스 해리슨 엮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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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명의 충돌>로 너무나 유명한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새뮤얼 헌팅턴과 세계 석학 23인이 함께 저술한 책이다. 정확하게는, 2000년대 초반 하버드대학교에서 주최한 문화적 가치와 인류발전 프로젝트에 참가한 인사들이 자신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것인데, 그 발표문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당시 세미나의 공통 주제는 문화적인 논쟁이었다. , 왜 어떤 나라는 높은 경제 성장을 일구어내고 어떤 나라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극한의 가난에 시달리는가? 왜 어떤 민족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부를 일구어내고 어떤 민족은 빈곤을 대물림하여야 하는가? 도대체 이런 부와 가난의 격차, 발전과 정체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등등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문화적 차이라는 요소로 풀어낸 학술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출간 당시 (특히 한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이유는 책의 서문에 헌팅턴 교수가 아프리카의 가나와 아시아의 한국을 비교한 대목 때문이었다. 그 구절이 유명세를 타면서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원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1990년대 초 나는 한국과 가나의 60년대 초반 경제적인 자료들을 검토하게 되었는데, 1960년대 당시 두 나라의 경제상황이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양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 수준이 아주 비슷했으며, 1차 제품(농산품), 2차 제품(공산품), 그리고 서비스의 분포도 비슷했다. 특히 농산품의 경제 점유율이 아주 비슷했다. 당시 한국은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2차 제품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양국은 상당한 경제 원조를 받고 있었다. 30년 뒤 한국은 세계 1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산업 강국으로 발전했다. 유수한 다국적기업들을 거느리고 자동차, 전자 장비, 고도로 기술집약적인 2차 제품 등을 수출하는 나라로 부상했다. 국민총생산은 5천억 달러대에 육박했다. 더욱이 한국은 민주제도를 착실히 실천하며 다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반면 가나에서는 이런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나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한국의 1/15이다. 이런 엄청난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내가 볼 때 문화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검약, 투자, 근면, 교육, 조직, 기강, 국가정신 등을 하나의 가치로 생각한다. 가나 국민들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간단히 말하면 문화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pp8 ~9)

여기에 등장하는 소논문의 발표자 하나하나는 가히 경제학, 인류학, 국제법, 사회학, 군사학, 정치학, 여성학, 언론학 등등, 각 분야의 학문을 이끌고 있는 세계 최고의 리더들이다. 그들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많다. 예를 들면 마이클 포터, 제프리 삭스,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등이다. 여기 이들이 발표한 소논문의 주제를 목차를 이용하여 나열하여 본다.

01 문화가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데이비드 랑드)

02 태도, 가치, 신념, 그리고 번영의 미시경제학(마이클 포터)

03 경제 발전의 새로운 사회학을 위한 소고(제프리 삭스)

04 경제 발전의 문화적 유형(마리아노 그론도나)

05 문화와 라틴아메리카 엘리트의 행태(카를로스 알베르토 몬타네르)

06 아프리카는 문화적 조정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가(대니얼 에퉁가망겔)

07 문화와 민주주의(로널드 잉글하트)

08 사회자본(프랜시스 후쿠야마)

09 부패, 문화, 그리고 시장(시무어 마틴 립셋 / 게이브리얼 샐먼 렌즈)

10 전통적인 믿음과 관습들,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나은가(로버트 에저턴)

11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의 문화와 유년기의 진보(토머스 와이스너)

12 도덕적 지도, ‘1세계의 자부심, 새로운 복음전도자(리처드 슈웨더)

13 문화, 젠더, 그리고 인권(바바라 크로세트)

14 라틴아메리카의 문화, 제도, 그리고 젠더 불평등(말라 흐툰)

15 문화의 구조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실례(올란도 패터슨)

16 문화의 분석(네이선 글레이저)

17 법률, 가족 연대, 동아시아의 상거래 관행(드와이트 H. 퍼킨스)

18 ‘아시아적 가치’, 발전기에서 도미노로?(루시안 파이)

19 다중 모더니티: 동아시아 모더니티에 대한 예비적 고찰(투 웨이밍 )

20 국가의 마음을 바꾸기: 번영을 창조하는 제반 요소(마이클 페어뱅크스)

21 문화, 마음의 모델, 국가의 번영(스테이스 린지)

22 문화적 변화의 추진(로렌스 해리슨)

22개의 주제이지만 한 연구주제는 두 명의 학자들이 공동 발표한 것이고 또 서론 부분은 새뮤얼 헌팅턴이 썼기 때문에 모두 24명이다. 국가발달사나 문화사를 연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필독서이다. 단 하나 조심스러운 점은, 헌팅턴의 지적이 고맙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의 가나가 비록 가난하기는 할망정,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헌팅턴의 한국에 대한 찬사는 행복지수와 연결시켜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단지 한국인들의 문화(나는 그것을 국민성이라 부르겠다.)가 가나 국민들의 문화보다는 더 경제발전에 적합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2019년 현재 한국과 가나의 경제지표는 30배로 더 많이 벌어졌지만(대략 한국 $30,000 : 가나 $1,000) 행복지수 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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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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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를 중심으로 놓고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희귀한 책이기도 하다.

   각 장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독자들은 특별히 제1장 철도의 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초의 철도가 놓인 때는 워털루 전투(1815)가 끝난 지 15년이 되었을 때인 18309월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이 처음 놓인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여기서 만약 철도라는 저렴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산업혁명이 촉발한 경제발전은 정체하거나 오랫동안 영국에 한정된 채 머물렀을 것이라고 썼다. 또한 철도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스티븐슨에 대하여도 설명하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전 세계의 철도 표준이 되는 1435mm ‘표준궤간이라는 용어도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궤간을 사용하여 서로 왕래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철도의 다른 이름인 스티븐슨에 대하여 잠시 살펴보자. 조지 스티븐슨에 대한 설명은 책의 이곳저곳에서 자주 소개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1871년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열두 살 때부터 일했다. 당시 탄광에서 배수펌프용 증기 기관에 불을 때는 화부였던 아버지의 조수 노릇을 하면 일을 배웠다. 그가 1814년 첫 번째로 만든 증기 기관차가 상업적인 가능성을 보였다. 스티븐슨을 흔히 증기기관차를 만든 사람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철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게 가장 적절하다. 왜냐하면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을 건설한 것도 그였고 표준궤간을 정착시킨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을 건설하는 데 직면한 어려움은 건설허가를 받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전 철도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운영진은 조지 스티븐슨에게 도움을 청했다.(p36)

    제2장 유럽의 철도에서는 라이프치히-드레스덴 철도(총 연장 240km)의 준공(1839)을 설명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저자는 이 철도가 지방 국가 시스템으로 분할되어 있던 독일을 하나의 연방으로 통일시켰다고 주장한다.

통일에 대한 열망은 19세기 독일의 지적 운동으로 커졌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철도의 등장으로 훨씬 쉽게 현실적인 희망이 됐다. 각각 자국 국경을 관리하며 관세를 부과하던 것이 철도로 통합되고, 그 결과 1871년 독일을 구성하는 39개 지방국가가 마침내 하나의 나라가 된 것이다.(pp70~71)

    제3영국의 영향에서는 조지 스티븐슨의 아들 로버트 스티븐슨이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의 철도건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관여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 다.

    제4미국의 방식에서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철도가 없었으면 미국은 지금과 같은 하나의 나라, , 미합중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철도의 역할이 잊힌 것은 자동차와 비행기를 사랑한 탓이다. 오늘날에도 철도는 광대한 미국 전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를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p121)

    제6아메리카 대륙횡단에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몸무게가 50킬로그램 정도인 동양인들이 과연 힘든 노동을 해낼지, 시에라네바다 산맥 지역의 심한 더위와 추위를 이겨낼지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이들을 많아서 크로커(총감독)는 시험 삼아 50명을 먼저 고용했다. 이 중국 출신 노동자들이 일을 매우 잘 한다는 게 드러나자 바로 100명을 더 고용했고, 공사가 정점에 달한 1866년 무렵에는 1만 명에 이르는 전체 인력의 95퍼센트를 차지했다. 철도 건설이 끝난 뒤 많은 중국 출신 노동자가 미국에 남으면서 캘리포니아에 중국인 지역 사회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어 여러 지역에서 차이나타운이 생겨났다.(p215)

유니언 퍼시픽 철도의 주주들 또한 그에 못지않게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릴런드 스탠퍼드는 팔로알토에 스탠퍼드대학교를 설립해 후세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그 이름을 기억한다. 어릴 때 죽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이 대학은 미국 최고 대학 가운데 하나이다.(p218)

9철도가 바꾼 세상의 철도 사고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철도 사고의 발생 비율에 관한 희귀한 초기 연구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가 철도를 도입한 1832년에서 1856년 사이에 642명이 사망했다. 이 수치는 철도를 이용하는 200만 명당 1명꼴로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는 것으로, 열차여행이 역마차를 타는 것보다 일곱 배 안전하다는 것이었다.(p365)

    이 책에는 추리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오리엔트 특급, 1킬로미터 당 120명이 사망하였다는 파나마 철도 건설, 해발 3,185m의 산꼭대기에 3.2킬로미터의 터널을 뚫은 아르헨티나 철도, 페루-볼리비아의 해발고도 4,600미터의 철도 등, 기상천외한 철도건설 이야기들도 있다. 이 밖에도 크림반도-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철도건설을 결정할 당시 러시아 황제가 고려했던 수많은 변수들, 예를 들면 영국, 인도, 아프가니스탄, 일본 등과의 이해관계, 군사이동의 신속성 등등은 철도의 건설이 단지 인력이나 물자의 수송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안보까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음을 시사해 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철도의 건설, 또는 발달이라는 원래의 주제보다 훨씬 더 폭넓게 전 세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훌륭한 책이다. 지금도 철도는 고속철이라는 새로운 혁명적인 수송수단으로 계속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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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과 김구 세트 - 전7권 이승만과 김구
손세일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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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박 한달을 걸려서 읽은 책이다. 총 5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다큐멘터리이지만 책의 내용이 흥미진진하여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쓰신 손세일님과 책을 펴내주신 조선뉴스프레스에 감사한다.

   첵 제목은 <이승만과 김구>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은 이승만에 60%, 김구에 40% 정도의 비중을 두어 우리 민족의 두 영웅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훌륭하다고 평하는 이유는 책의 거의 전부를 기록물(편지, 보관문서, 증언 등)에 근거하여 집필하였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최대한 자제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기적'을 기록한 책이다. 조선왕조가 다 망한 상태에서, 그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계몽하며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는 사실은 정말로 기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다고 하겠다.    

   1권에서는 이승만이 한학을 배우며 과거에 도전하여 실패한 이야기와 배재학당에 입학하여 신식학문을 접하는 이야기, 매일신문을 창간하면서 언론인으로 첫발을 디디는 이야기, 만민공동회에서의 활동과 왕정전복혐의로 한성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기독교를 접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구의 이야기는 동학군으로 가담하여 해주성을 공략하며 해주의 명문가인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과의 인연이 소개된다. 또한 해주 치하포에서 변복한 일본 상인을 살해한 이야기, 그 후 인천감옥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 탈옥하여 공주 등지를 방랑하는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2권에서는 이승만이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국무장관과 대통령을 만나는 이야기, 미국까지 따라온 외아들 태산의 죽음 이야기, 일본 YMCA를 방문하여 한국 유학생들에게 기독교정신과 독립정신을 강조하는 이승만의 모습, 하와이 한인사회에 한인학교를 설립하고 새로운 기풍을 조성해 나가는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아무런 직함도 없는 31살의 청년이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 국무장관과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을사조약을 무력화해 달라는 고종의 요청은 애당초 성사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극도로 친일파였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발언들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나는 일본이 한국을 손에 넣는 것을 보고 싶다.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견제가 될 것이고...”(2p186) 한편 김구는 기독교에 입문하여 황해도에서 학교를 개설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는데(양산학교 교장), 안명근 사건과 서간도 이주계획을 주도하였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죽도록 고문당하는 이야기 등이 가슴 뭉클하다. 김구는 검찰로 송치될 때까지 여덟 차례 신문을 받았는데 한 번을 빼고는 매번 기절하였다.”(2p357)

    3권은 거의 다가 이승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승만이 상해임시정부에서 대통령으로 추대된 후 내부 분란을 해소하기 위하여 과감히 상해 행을 결정하고 중국인들의 시체를 실은 배에 몰래 숨어서 타고 상해로 밀항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이다. 일본은 이승만을 잡기 위해 이미 30만 불이라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어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방문 직전에 이승만의 선생 격인 서재필이 상해의 임시정부 각료들에게 보낸 편지가 눈길을 끈다.

저는 각하(이승만)의 평생 목적이 고국을 타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함에 있음과 각하의 소망이 고국을 계발 진보시켜......(3p328)

    4권에는 1931년 초 이봉창의 일본천황 저격사건, 윤봉길의 홍구공원 폭파사건의 전말이 소상하게 나온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김구 선생이다. 그리고 임시정부 가족들이 중국 정부의 피란에 따라 더 깊숙한 내륙 오지로 만리장정을 하는 이야기는 눈물겹기 그지없다.

    5권에는 이승만이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리라고 예견한 놀라운 책, <일본내막기 - Japan Inside Out>의 집필과정이 소상하게 나온다. 인터넷도 없고 통신수단도 변변치 않던 1930년대에 어떻게 그렇게 전 세계의 정세를 한 눈에 꿰고 있었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김구가 1942년부터 백범일지하권을 집필하는 과정이 소개되고 조선의용대와 광복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의 파벌간의 암투와 대립도 소개된다. 또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미군 주도의 OSS 설치와 훈련과정도 소개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8.15해방을 맞이하면서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인수하려는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물밑 암투 장면이다. 배경으로 분류해보면, 국내파의 송진우, 미국파의 이승만, 중국파의 김구, 소련파의 김일성/여운형/박헌영 등등이 눈에 띄는데, 여기서 주도권을 잡는 세력은 공산주의 계열이다.

    6권에서는 해방 후 소련과 미국으로 양분된 한반도의 긴박했던 상황과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전국이 들끓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애당초부터 한반도를 집어삼키려는 야심을 갖고 있던 소련은 김일성(김성주 33세)라는 새파란 소련군 대위를 전면에 내세워 조선인민공화국의 전신인 인민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고 순식간에 북한 지역을 접수한다. 3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노정객(77) 이승만이 독립촉성중앙회를 결성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 난 수십 개의 정치단체들을 그 기치 아래 하나로 결집시키려는 노력이 소개된다.

    마지막 7권에서는, 결국 우리의 독립문제가 유엔총회로 옮겨가게 되는 과정과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주창하는 이승만 계열과 삼팔선을 베고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순진한 민족주의 계열의 활동이 소개된다. 그러나 슈티코프 등의 회고록에서 다 밝혀졌듯이 이미 북한은 소련을 등에 업고 나라로서의 형태를 다 갖춘 상태였으므로 당시로서는 통일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의 남한이 얼마나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었는지는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대구 폭동, 제주 4.3사건, 여순반란 등과 같은 좌익 주도의 사건들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1~7)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소감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본다.

    첫째, 이승만과 김구 두 분이 서로서로를 존중하면서 독립운동을 추진해 나왔다는 사실이다. 책의 곳곳에서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흠모하는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둘째, 독립운동의 방향을 이승만은 미국을 비롯한 열강의 힘을 빌려 외교적인 방법으로 독립을 이루려고 하였던 데 반해, 김구는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결국은 이승만의 방향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나서 독립한 수십 개의 나라들 중에서 무장투쟁으로 독립을 이룬 나라는 하나도 없다.

     셋째, 한학을 기본지식으로 습득한 후 미국에 유학하여 박사학위까지 받고 전 세계에 많은 인맥을 가진 이승만이라는 영웅을 가졌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크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그의 막강한 인맥(윌슨 대통령, 맥아더 원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덕택에 우리가 독립을 이루었다.  만약 다른 민족 지도자들(조만식, 김구, 여운형 등)의 순진한 주장대로 남북 통일정부를 끝까지 추진하였더라면, 한반도는 이미 75년 전에 김일성과 소련의 공산주의에 흡수되고 지금의 북한과 똑같은 형편이 되었을 것이다.

      끝으로, 김구 선생이 존경을 받을 이유는 무장 투장을 이끈 업적도 훌륭하지만, 그보다는 임시정부를 초창기부터 해방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켰다는 데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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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여행과 쉼표 1
꼬맹이여행자 지음 / 행복우물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젊은 여성이 읽기 좋을만한 책이 나오면 가끔씩 조카에게 선물용으로 사서 주기 전에 살짝 읽어보곤 한다. '나미야...'도 그렇고 '82년생...'도 그렇고 '나는 나로...'도 그런 책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 책은 초반부를 읽자마자 바로 무릎을 탁! 쳤다.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바로 내 이야기가 아닌가?

   몇 년 전, 경제적인 문제로 날이면 날마다 아내와 다투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스트레스 받던 어느날, 목 뒤가 아프고 머리도 아파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이란다. 엄청난 통증에 시달렸고 그걸 치료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결국 넉 달만에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때의 고통은 지금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스물몇 살의 젊은 아가씨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 병에 걸렸다니... 당시의 상황을 가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 어려움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아울러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해 보고 싶다.

   꼬맹이여행자님, Good Luck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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