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인도사 - 인더스 문명부터 식민통치 시대까지 이야기 역사 7
김형준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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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 김형준은 델리 대학교(University of Delhi) 철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도에서 오랜 세월 공부한 사람의 저술답게 책에는 인도에 관한 훌륭한 정보가 넘쳐난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인도의 역사(종교, 문화 포함)에 관하여 상당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하겠다.

먼저 인도라는 말의 어원을 알아보자. 아래의 설명대로라면 원래의 인도는 카슈미르로부터 발원하여 아라비아 해로 빠지는 인더스 강 유역을 말하는 것이므로 지금의 지리적 개념으로 보면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에 가까운 북인도 지역을 주로 지칭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디아(India)라는 말은 그리스인들이 처음 사용했던 용어로 페르시아인들이 사용했던 힌두(Hindu)라는 말과 일치한다. 힌두 또는 인디아라는 용어는 인도인들에게 원해 신두라고 불리는 인더스 강을 가리킨다. 이처럼 신두라는 단어가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에서 각기 힌두 그리고 인도로 바뀌었다.(p20)

인도의 창조설화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어느 날 대지의 여신이 인간들이 너무나도 급격히 번성하자 도저히 더 이상 지구를 떠받치고 있기가 힘들다고 창조주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러자 창조주가 고민 끝에 죽음의 여신을 만들고 그녀에게 인간의 절반에게 죽음을 부여하라고 명령한다. 죽음의 여신은 창조주의 명령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로부터 육체라는 옷을 벗겨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죽음이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고, 때가 되면 하늘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와서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

이러한 신화 때문인지 죽음은 지상에서 또 다른 세계로 거처를 옮기는 변화일 뿐 결코 생명의 끝이거나 마지막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은 영원한 존재로서 우주가 생성, 유지, 소멸을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도 무한히 계속되는 것이라고 간주했다. 이 같은 생각은 후에 윤회와 업이라는 인도의 독특한 사상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p39)

신화에 기반을 두고 설명한 카스트 제도의 기원에 대한 대목이다.

신화에서는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자신의 머리에서는 지혜를 가진 브라흐만 사제 계급을, 가슴에서는 용기가 충만한 크샤트리아 계급을, 배에서는 적당한 욕망을 가진 바이샤 계급을, 마지막으로 팔다리에서는 노동력을 가진 수드라 계급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이들 계급은 신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의지로는 절대로 바꿀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대 이미 각자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좋은 가문에 태어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 인도적인 설명에 의하면 그것은 전생에 자신이 지은 카르마 때문이다. 불교에서 업이라고 부르는 카르마는...(p53)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나가는 역사서인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무굴제국(1526~1857)의 창시자인 바부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내의 무덤으로 타지 마할이라는 걸출한 건축물을 남기고 죽은 샤 자한의 4대 조(샤 자한 -> 자항기르 -> 악바르 -> 후마윤 -> 바브르)이기도 하다.

이제 북인도 전역의 지배권을 확보한 바부르는 실질적인 인도의 통치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에게 인도를 무력으로 차지하는 것은 용납하였지만 통치하는 일만큼은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바부르는 인도의 지배를 머릿속에 그리며 부푼 가슴을 안고 카불로 되돌아오던 중 뜻하지 않게 라호르 근처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 그의 죽음에는 당시; 악성 고열병으로 신음하던 사랑하는 맏아들 후마윤이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바부르는 후마윤의 병간호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아들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 그는 아들 곁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아들 대신 자신이 고통을 받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했다. (...)

“(...) 신이시여,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더 이상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 순간 아들의 고통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저의 귀를 차라리 막아 주십시오. (...) 저의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시고 제발 저로 하여금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 아버지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자 아버지의 애절한 호소가 정말로 신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는지 후마윤은 얼마 후 기적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바부르 자신이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47세의 나이로 파란 많은 일생을 마치고 말았다.(pp378~379)

인도의 영국 통치시대에 벌어진 세포이 항쟁에 대하여도 무려 12쪽을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857년에 일어난 세포이 저항운동은 좁은 의미에서는 벵갈에 있던 인도인 용병(세포이)들의 영국에 대한 무장 투쟁을 의미하지만 넓게 보면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저항 운동이었다. 저자는 그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영국의 무자비한 경제적 착취에 대한 반발, 둘째, 영국에 의해 만들어 진 과도한 와 법 체제 및 행정 제도, 셋째, 영국인들의 인종적 우월감에 대한 반발, 넷째,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영국 측의 강압적인 종교 정책, 다섯째, 인도 총독 달하우지의 강압적인 합병 정책 등등이다.(pp457~459)

책은 마지막을 간디의 비폭력운동을 소개하면서 끝맺는다. 1920년 주간지 <영 인디아>에 기고한 간디의 논설 중 일부이다.

비폭력은 우리 모든 인류의 법이며 폭력은 야수들의 법이다. (...) 내가 주장하고 싶은 유일한 덕은 진리와 비폭력이다. 나는 초인간적인 힘을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p496)

이 책을 읽으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그리고 인도의 역사까지도 알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왜냐하면 아프가니스탄은 과거 북인도와 계속 맞닿아 있었고 파키스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인도가 독립할 때 이슬람교 측은 파키스탄으로, 그리고 힌두교 측은 인도로 국명을 달리하여 독립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북인도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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