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철도를 중심으로 놓고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희귀한 책이기도 하다.
각 장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독자들은 특별히 제1장 철도의 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초의 철도가 놓인 때는 워털루 전투(1815)가 끝난 지 15년이 되었을 때인 1830년 9월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이 처음 놓인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여기서 ‘만약 철도라는 저렴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산업혁명이 촉발한 경제발전은 정체하거나 오랫동안 영국에 한정된 채 머물렀을 것’이라고 썼다. 또한 ‘철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스티븐슨’에 대하여도 설명하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전 세계의 철도 표준이 되는 1435mm ‘표준궤간’이라는 용어도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궤간을 사용하여 서로 왕래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철도의 다른 이름인 스티븐슨에 대하여 잠시 살펴보자. 조지 스티븐슨에 대한 설명은 책의 이곳저곳에서 자주 소개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1871년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열두 살 때부터 일했다. 당시 탄광에서 배수펌프용 증기 기관에 불을 때는 화부였던 아버지의 조수 노릇을 하면 일을 배웠다. 그가 1814년 첫 번째로 만든 증기 기관차가 상업적인 가능성을 보였다. 스티븐슨을 흔히 증기기관차를 만든 사람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철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게 가장 적절하다. 왜냐하면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을 건설한 것도 그였고 표준궤간을 정착시킨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을 건설하는 데 직면한 어려움은 건설허가를 받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전 철도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운영진은 조지 스티븐슨에게 도움을 청했다.(p36)
제2장 유럽의 철도에서는 라이프치히-드레스덴 철도(총 연장 240km)의 준공(1839년)을 설명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저자는 이 철도가 지방 국가 시스템으로 분할되어 있던 독일을 하나의 연방으로 통일시켰다고 주장한다.
통일에 대한 열망은 19세기 독일의 지적 운동으로 커졌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철도의 등장으로 훨씬 쉽게 현실적인 희망이 됐다. 각각 자국 국경을 관리하며 관세를 부과하던 것이 철도로 통합되고, 그 결과 1871년 독일을 구성하는 39개 지방국가가 마침내 하나의 나라가 된 것이다.(pp70~71)
제3장 ‘영국의 영향’에서는 조지 스티븐슨의 아들 로버트 스티븐슨이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의 철도건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관여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 다.
제4장 ‘미국의 방식’에서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철도가 없었으면 미국은 지금과 같은 하나의 나라, 즉, 미합중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철도의 역할이 잊힌 것은 자동차와 비행기를 사랑한 탓이다. 오늘날에도 철도는 광대한 미국 전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를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p121)
제6장 ‘아메리카 대륙횡단’에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몸무게가 50킬로그램 정도인 동양인들이 과연 힘든 노동을 해낼지, 시에라네바다 산맥 지역의 심한 더위와 추위를 이겨낼지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이들을 많아서 크로커(총감독)는 시험 삼아 50명을 먼저 고용했다. 이 중국 출신 노동자들이 일을 매우 잘 한다는 게 드러나자 바로 100명을 더 고용했고, 공사가 정점에 달한 1866년 무렵에는 1만 명에 이르는 전체 인력의 95퍼센트를 차지했다. 철도 건설이 끝난 뒤 많은 중국 출신 노동자가 미국에 남으면서 캘리포니아에 중국인 지역 사회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어 여러 지역에서 차이나타운이 생겨났다.(p215)
유니언 퍼시픽 철도의 주주들 또한 그에 못지않게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릴런드 스탠퍼드는 팔로알토에 스탠퍼드대학교를 설립해 후세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그 이름을 기억한다. 어릴 때 죽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이 대학은 미국 최고 대학 가운데 하나이다.(p218)
제9장 ‘철도가 바꾼 세상’의 철도 사고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철도 사고의 발생 비율에 관한 희귀한 초기 연구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가 철도를 도입한 1832년에서 1856년 사이에 642명이 사망했다. 이 수치는 철도를 이용하는 200만 명당 1명꼴로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는 것으로, 열차여행이 역마차를 타는 것보다 일곱 배 안전하다는 것이었다.(p365)
이 책에는 추리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오리엔트 특급, 1킬로미터 당 120명이 사망하였다는 파나마 철도 건설, 해발 3,185m의 산꼭대기에 3.2킬로미터의 터널을 뚫은 아르헨티나 철도, 페루-볼리비아의 해발고도 4,600미터의 철도 등, 기상천외한 철도건설 이야기들도 있다. 이 밖에도 크림반도-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철도건설을 결정할 당시 러시아 황제가 고려했던 수많은 변수들, 예를 들면 영국, 인도, 아프가니스탄, 일본 등과의 이해관계, 군사이동의 신속성 등등은 철도의 건설이 단지 인력이나 물자의 수송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안보까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음을 시사해 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철도의 건설, 또는 발달이라는 원래의 주제보다 훨씬 더 폭넓게 전 세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훌륭한 책이다. 지금도 철도는 ‘고속철’이라는 새로운 혁명적인 수송수단으로 계속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