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는 소재는 시간 여행이다. 트렌드처럼 시기마다 유행하는게 다르다. 한때는 남장여자가 유행이였고, 다음엔 혼이 바뀌는게 주제가 되었고, 그 다음엔 드라큘라가 대세였고, 그 다음엔 Grimm brothers가 쓴 전래동화류가 흥행했고, 요즘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시대물이 인기를 끈다. (문듯 '시간을 거스르는 자~'라고 외치고 싶다.훗.)
왜 사람들은 시간 여행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
과거나 미래로 여행하면서 현재를 바꾸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어 Back to the Future 라는 영화에 나오는 조연은 주인공들과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자신에게 책을 한 권 쥐어준다. 몇 십년의 스포츠 점수를 다 알려주는 잡지인데, 그 한 권을 통해 대표적인 경기 결과에 도박을 하고 무조건 승리하게 된다. 결국 그는 떼부자가 된다. 이처럼 과거의 내 자신을 만나서 현재 또는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전해줌으로써 다시 돌아왔을 현실에서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게 사람의 욕심인 것 같다. 물론 예를 든 것처럼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역사를 체험하고 싶어서, 멸종한 동물을 보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시간 여행을 한다. 이유야 어떻든 과거 속에 벌어지는 일이 미래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고, 한 편으론 더 나쁜 세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있다는건 현재에 살면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즐기라는 것이 아닐까.
Jurassic Park (쥬라기 공원)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의 1999년도 작품인 타임라인은 2003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흥행은 많이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하지만 책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로 꼽는다. 이 책을 통해 quantum theory 이라는 걸 처음 접하게 되었고, 후에 quantum physics를 배웠을땐 이 책이 떠올랐다. 흥미진진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된 이 작품은 누구나 한 자리에 앉아서 다 읽을 수 있을만큼의 흡입력이 있다. 슬프게도 2008년 11월에 그가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작품을 기대했던 독자로서 이 소식에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 여행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과학 소설이라기보단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떨까.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해도 그렇게 그를 만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과거의 그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시에 그걸 아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싫어질까봐이다. 물론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야기이긴 하다. 참 쓸데없는거 고민해보는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Herbert George Wells (웰스)의 타임머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기 전에 나온 소설로 그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수 있다는 생각을 한 대단한 작가인것 같다. 그가 택한 여행은 미래로 간다. 그리고 그 그림은 가히 충격적이다. 자본주의인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타임머신을 통해 본 미래는 계급의 차이가 심하고 심지어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 거기서 더 먼 미래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지구의 모습이였다. 그 어느 호러소설보다 더 등골이 싸늘해지는 내용이다. 물론 스토리가 이렇게 끝나지는 않는다. 결말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위에 거론된 웰스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다. 웰스는 한 사나이에게 퇴짜를 맞히는데, 이후 그 사나이가 창업을 하고 곧 대박이 난다. 그가 하는 사업은 미래의 전쟁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실은 미리 짜놓고 치는 사기인데 사람들이 너무 쉽게 속는다. 그리고 퇴짜 한 번에 금방 사기꾼으로 등극한다는게 아쉬웠다. 캐릭터들이 이렇게 나약해서 되겠나 싶었고 그래서인지 스토리에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들을 중학교 숙제로 읽었던게 기억난다. 그 당시 내 취향에 전혀 맞지 않아서 읽는거 자체가 고통이였다. 돌이켜보면 그런 반응을 했다는게 웃기고, 한편으론 싫어하면서도 억지로 끝까지 읽었다는게 대견스럽다. 요즘은 별로 재미없으면 덥어버리는데... 참 많이 변했다. 브래드버리의 단편 소설인 A Sound of Thunder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공룡 사파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사가 미리 정해진 코스로 다니고, 선택한 동물만 사냥하고, 사진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이다. 엄격한 룰을 어기고 일어난 한 명의 실수로 미래가 바뀌어버리는데, 이처럼 과거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일이 미래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다는 현상을 Butterfly Effect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시 읽어보니 참 재미있는 내용인데 옛날엔 난해하다고만 느꼈다. 이래서 같은 책도 시간 두고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한가보다. (2004년엔 Ashton Kutcher이 주연한 The Butterfly Effect란 영화도 나왔었다.)
다른 시각으로 본 Butterfly Effect를 주제로 삼은 소설이다. 주인공이 자기 인생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혹시 지금 시간을 되돌려 지나가버린 인생의 선택 양 갈림길에 다시 서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요? 개개인마다 돌려보고 싶은 시점은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 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선택하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대로 가보고 싶나요?" 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역사엔 통 관심이 없었기에 '꼭 가야만하나요'라는 말이 목구멍 넘어 올려고 했었지만 다행히 참았다. 역사 스릴러 쓰기로 유명한 기욤 프레보의 '시간의 책'은 청소년을 위한 시간 여행을 펼쳐준다. 실제로 일어난 역사를 배경으로 쓴 점이 흥미롭다.
아! 갑자기 생각난 것은 도라에몽이다. 생뚱 맞아보이겠지만 이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시간 여행 책은 없다는 생각에 추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