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베스트셀러에 있던 책이 도서관에 있길래 빌렸는데 기대를 빗나가도 엄청 빗나갔다. 도서관에 이런 장르(Erotica)의 책이 있을 줄이야... 아직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준비가 안 된 상태여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릭터들이 서로 '당신과 한 (..)은 처음해본 경험이예요'라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나도 이런거 접해보는거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훗.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내겐 벅찬 책이였다. 초반에 흥미진진했던 연애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혀지는 장면들로 넘어가고 남녀관계에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입장으론 이런 부분들이 섬찟하다고까지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상한 관계를 빼고 보면 우리가 흔히 접할수 있는 로맨스 시나리오다. 여주인공의 적극적이고 따듯한면이 차가운 싱글남의 마음을 녹이고 사랑에 빠지게 하는 그런 내용이다.


개인적으론 읽는 내내 불편했고 그 이유를 정리해서 써봤다.


첫째, 사랑은 절대복종적인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크리스찬과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를 시작하려면 계약서를 싸인해야한다. 비즈니스도 아닌데 과연 이게 필요한 것일까 싶다. 이 계약서에는 '주인'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음식, 운동, 패션, 수면, 사회생활, 건강, 등 모든 면에서 콘트롤을 받게 된다. 이정도 되면 노예문서 수준이다. 다행이 여자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올 수 있는 구멍은 있어서 꽉 막힌 계약은 아니란게 느껴지긴 하지만 글을 통해서 한 사람을 물건인마냥 강압적으로 통제한다는 자체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읽으면서 여주인공에게 마냥 응원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본인을 버리고 남자가 원하는 모습이 되가는 과정과 혹여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것 같은 두려움에 탐탁지도 않은 계약서를 따르려고 하는 잘못된 마음가짐 때문이기도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불안감에 휩싸여 남자에게 항복하는 모습은 별로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둘째, 이유가 무엇이든 폭력이 합리화되서는 안된다. 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크리스찬은 어두운 배경에서 자랐다는 걸 알려준다. 입양된 이후에도 가족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외로움을 느끼면서 컸고 그 결과 과거의 상처는 나날이 깊어만 갔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뻗어진 구원의 손길은 15살 때 만난 어머니 친구분으로부터였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 정신적 지주이고, 친구이고, 비즈니스 파트너이고, 그리고 그의 첫 여자다. 소설이라도 성폭행을 당연하듯이 쓴 부분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어린이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서로 이해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관계라고 우기면서 합리화 시켜버리는 점에선 거부감이 들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건데... 그리고 과연 이 책을 재미로 읽는 독자들에게 무슨 사회적 메세지를 전하게 되는 것일까? 또 사귀는 여자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절대 합리화 할 수 없는 것인데, 그런 행위는 꼭 필요한 자기만의 정신적 치료법이라고 주장한다. 소설이라지만 읽으면서 열 받았다. 아무리 잘 생겼다고해도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이런 남자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 모습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이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여성들이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성관계에 대해 더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고 말한다. 나도 이 책을 읽었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것으로보아선 이 말엔 공감을 한다. 그렇다고해서 책에서 다루는 성적행위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문듯 생각이 들길, 유럽/미국에선 히트를 치고 있는 이 책이 과연 한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크게 공감을 할 수 없었던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하나 읽었다는 마음으로 리스트에서 지우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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