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 - 영화로 읽는 생명공학 이야기
박태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흥행하는 영화들이 소설/역사/게임을 본따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꿈에서만 봤을 판타지 같은 일들이 스크린에서 우리를 반기고, 그런 기술의 화려함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만들어진 그림을 보기 때문에 상상의 여지를 줄인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남들과 상상했던 것들을 나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은 영화 감독을 뛰넘는 나만의 상상 속 세상을 그려보기도 한다. 


4년 전 여름으로 돌아가보면 난 실험실을 다녔던 학생이였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실험에 대한 마음가짐도 배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실험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밖이라는 걸... 연구를 하려면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 끈기, 의지, 추진력 등이 필요하고, 실패를 거듭해도 좌절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하니까. 고작 두 달동안 무엇을 해보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 작은 성공과 실패를 둘 다 경험해 보았던 나로썬 연구원이란 길을 선뜻 택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연구원들은 대단한 존재들로 느껴진다.)  마지막 날 실험실 교수님께서 한 권의 책을 주셨다. 제자분께서 쓰신 책인데 읽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책을 4년동안 조금씩 읽었고 드디어 오늘 마지막 장을 읽었다. 오래 걸렸다고 해서 두꺼운 책은 아니다. 다만 먼 미래의 이야기만 같지 않아 섬뜩하다고 느껴기 때문이다.


가끔 어릴 적 보았던 앨프래드 히치콕 영화의 장면이 머리를 스치곤 하고, 그런 날은 특별히 조심을 한다. 실제로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걸 트라우마라 하겠지? 근데 스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건 상영한 영화 장면들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책을 읽은 뒤 내 머리 속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선명한 그림보다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가 등골을 더 섬뜩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더 천천히 읽었다. 한 번에 다 읽으면 그로 인해 따라올 공포를 감당할 용기가 없었기에.


Sci-Fi (영화랑 책 둘 다) 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나름 재미있는 책이였다. 작가는 영화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소개하고자 했다. 이 책에 나온 영화들 중 아마 대중들이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들은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맨, 엑스맨, B형 남자친구, 페이스 오프, 그리고 가타카 일꺼란 생각이 든다. (마침 어젯밤 본 영화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다.) 각 작품의 짧은 소개를 시작으로 그 영화에 나온 생명공학에 대해 부설명이 포함 되어있다.


어떤 기술은 정말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것 일수록 가까운 미래에 재현 될 수 있지 않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말도 있다. 내가 속한 세대라면 휴대폰/컴퓨터/음악 부분만 종합해서 보아도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는 걸 직접 체험한 셈이다. 카세트 테이프를 시작으로 씨디, mp3, 온라인 음원까지 불과 몇 년만에 생긴 것들이다. 예를 더 들자면, 과감한 연구 덕분에 불치병이라 여겨졌던 병을 이제는 고칠 수 있는 현실이 되기도 했다. 이런 결과만 생기면 참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현실엔 성공하는 연구만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한 사회인으로써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과학의 발전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과연 어디까지의 발견/발명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지 생각 해봐야 한다.


1997년 뉴스를 달구었던 복제양 돌리때만 해도 생명공학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분야였다. 지금도 이해하긴 어렵지만, 책을 통해 모르는 분야를 배우는 재미와 욕심으로 노력한다. 언젠간 작가 박태현 처럼 영화를 보고 '아, 저 장면처럼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는 반 쯤 되었다. 혹시 안 본 영화들이 있다면 읽은 후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 다만 마음이 약하다면 생각해 보고 고르길 추천한다. 난 이 같은 생각으로 '향수'를 보았고, 그 결과 몇 일 불면증을 겪었다. 작품성은 최고라고 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끝까지 맨정신으로 보기 힘든 영화였다. 주인공의 집념 정도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실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잔인하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은 보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꼭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즐길 수 없다는 건 아니고... 알아서 선택해서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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