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꼈다면 지금은 초고속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차이는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느낄 때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 하다고 가르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좋은 학교, 직장,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막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내다 보면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찾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설령 목표를 이루었다 해도 공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옮긴이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꽉 짜인 시간표에 따라 바쁘게 일하고 공부하는 삶에서 우리는 꿈과 따듯함을 잃고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한 순간 한 순간의 과정을 즐기며 목표를 이르는 길은 어떤 것 인지'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였다.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그 다음에는 그런 감정마저 서서히 사라져 결국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는 게지.
이제 그 사람은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란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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