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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천선란#이끼숲
#언톨드오리지널스#UntoldOriginals
“살아 있는 모든 작은 것들은 강해, 그 어느 것보다.”
📎천선란 작가님의 <이끼숲>은 2023년 출간된 작품으로 연작소설이다. 천선란 작가님은 2019년 장편 <#무너진다리>로 데뷔하셨으며 이 작품으로 제 7회 SF어워드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셨다. 또한, 제 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천개의파랑>이 2020년 출간되었으며 그 후 출간된 <#나인>은 제 9회 SF어워드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그 외에도 소설집 <#어떤물질의사랑>과 <#노랜드>, 장편소설 <#밤에찾아오는구원자>, 중편소설 <#랑과나의사막>을 집필하시며 SF소설 장르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는 작가님이라고 할 수 있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만 이 정도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앤솔로지/ 계간지에 작품을 실으시며 꾸준히 집필활동을 하시는 중!
📎지구의 지상이 멸망하고 지구로부터, 지상으로부터 추방된 인류는 지하에 도시를 건설해 살아간다. 지하 120층 짜리의 사억오천만 헥타르 면적의 지하도시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는 출산을 제한하는 인구정책을 펼쳤으며, 계획되지 않은 아이는 용납되지 않았다. 예정되지 않은 채 태어난 갓난 아이를 어디론가 데려가 버리곤 했다.
그런 지하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6명의 아이들 마르코, 의주, 톨가, 치유키, 유오, 그리고 소마는 언젠가 지하 도시를 탈출하자는 막연한 꿈을 안고 살아간다.
생명공학 연구소 빅터의 경비원이 된 마르코,
기계실의 정비공이 된 의주,
씨앗 저장고의 지킴이가 된 톨가,
의사를 선택한 치유키,
건설회사에 취직한 유오,
그리고 통신국에 자리잡은 소마.
각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그들은 언제나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하늘의 별을 사랑한 마르코,
계를 좋아한 세심하고 다정한 의주,
디에고를 만나 먼저 꿈을 이룬 톨가,
의조의 세계를 열어준 치유키,
식물을 사랑한 유오, 그런 유오를 사랑한 소마.
이 이야기는 그들의 역사이자, 그들의 꿈의 기록이다.
🌿1. 바다눈__★★★★ (page 13-100)
“바다눈이라는 건,… 죽음의 잔해라는 거지.”
생명공학 연구소 빅터의 경비원이 된 마르코는 그곳에서 또 다른 경비원 동갑내기 소녀 은희를 만나게 된다. 은희에게 느끼는 감정이 정의되기도 전에 은희는 목소리만 남긴 채 사라지는데…
💬1.
“다음에도 보러 올게.” 한 번만 온다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어쩌지, 그건 아닌데.
“시간 되면 언제든.” 인심 쓰는 것처럼 들리면 어쩌지, 그 마음이 아닌데.
“시간 내서.”
🌿2. 우주늪__★★★★ (page 101-134)
‘나는 비밀이라기보다 덜 지워진 자국인 거지. 안 지우고 감춘 게 아니라 지웠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초라하게 남아버린 찌꺼기.’
계획되지 않은 쌍둥이의 탄생으로 한 아이만 택해야 했던 부모님. 결국 머리에 칩이 박히지 않은 의조는 배관통로에서 숨어 지내야만 하는데.. 그런 의조가 쌍둥이 자매 의주에게 보내는 편지.
💬2.
‘거긴 내가 찾은 늪이야, 의주야.’
🌿3. 이끼숲__★★★★★★★★★★ (10/5) (page 135-252)
“보여주고 싶어서. 유오가 가고 싶어했잖아. 일층의 돔.”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들이 잊지 않았던 하나의 꿈.
💬3.
“우리 다시 다 함께 별을 볼 수 있는 거지?”
📎책 속에 나온 인물의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수많은 문장들을 썼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문장이 가슴을 파고 드는지, 천선란 작가님의 글은 참 신비롭다. 이번 작품은 특히나 읽으면서, <#월요일이사라졌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펼치는 인구 제한 정책이 지하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이 세운 정책과 너무 유사했기 때문인데! (영화 안보신 분들은 추천📽️)
인구를 제한할만큼 자원이 부족해질 언젠가를 누구나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닐까.
작가님의 <이끼숲>은 여섯 명의 동갑내기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서 겪게 되는 사랑, 상실, 그리고 슬픔을 딛고 나아가는 성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모든 감정들은 자원이 제한되어진, 갇혀있는 세계 지하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의 지상으로부터 추방된 인류가 꿈꾸는 하늘, 별, 그리고 식물을 갈망하는 마음은 먼 훗날 우리가 어쩌면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를 우리의 모습이었다.
천선란 작가님의 글은 언제나 이렇다. 언제나 미래를 꿈꾸게 하면서도 모든 것이 사라진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 황폐한 그곳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을 보여주며 희망을 품게 한다.
항상 일본소설, 영미소설을 접하면서 ‘출간되자 마자 읽는 기쁨을 나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천선란 작가님이 국내 작가님이라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번역되지 않은, 작가님의 글 그대로를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ㅎㅎ 🌿
🌿1. 바다눈
💬
“보고 싶어서.”
“그래? 보고 싶으면 봐야지!”
💬
“인간 복제는 인간의 한계 같아. 그 한 사람을 온전히 살릴 수 있다면 아무도 인간 복제 따위는 하지 않으려 할 걸. 인간은 영생에 실패했고, 뇌 정복에 실패했어. 전부 다 실패했어. 고작 똑같은 인간 만들고 땅이나 파고 있다니. 최악의 진화 아니니? 이런 세상인 줄 알았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건데. 너는?”
💬
“근데 그 터널 끝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 엄마의 죽음. 나는 터널이 답답하고 싫지만 이 터널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 그래서 가끔 터널이 무너지는 상상을 해.”
💬
“아무것도 안 하면 다 잃을 것 같으니까. 눈앞에 있는 것보다 더 큰 걸 지키기 위한 선택인 거지.”
💬
뱉지 못한 말은 미련처럼 사어(死語)가 되어 마르코의 걸음걸음마다 눈처럼 떨어졌다.
🌿2. 우주늪
💬
‘그게 끝이야. 너는 살고, 나는 죽었어. 너와 나의 차이는 그것뿐이야. 그냥, 네가 자주 까먹는 것 같길래 말해봐.’
💬
‘그러니까 너도 이제 마음껏 행복해봐, 어디. 있는 힘껏.’
💬
‘아 참. 조심해. 어쩌면 이곳, 붕괴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3. 이끼숲
💬
즐거운 생각을 할까 해.
소용이 없더라도 말이야.
💬
이곳에서 나태함과 무기력함, 게으름과 우울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몸을 말아 눕는다. …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 하는 시간임에도 나는 누워,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 내 미래를 방관한다. 그때의 나를 걱정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
💬
두 명인 것보다 온전한 한 명이 낫지 않아?
💬
그 애는 그렇게 나에게 불안을 선물했다. 나는 사랑을 줬는데.
💬
어떤 것도 안 됐을 거야. 지상이 황무지라고 하더라도 어쩌다 남은 들꽃 한 송이에 그 애는 모든 걸 가진 듯 행복해했겠지. 세계를 지배한 절망보다 나약하게 핀 희망을 사랑했을 테니까.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면서.
💬
참 안쓰럽지 않니? 누구보다 네가 죽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 매일매일 너의 죽음을 상상했다는 게. 그리고 참 야박하지 않니? 네가 그걸 기어코 실현시킨 게.
💬
지하 도시의 인간은 다음 세대, 그러니까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세대들을 위해 인류 문명을 지속시키는 중간 다리이자 충실한 일꾼에 불과했으므로 나태함은 허락되지 않는다.
💬
“그리고 잊은 건 우리가 아니고 너야. 우린 같이 나가기로 약속했어. 여섯이서 이곳을 탈출하자고 피의 맹세를 했다고. 이곳에서 늙어 죽지 말고 화끈하게 같이 나가자고. 너 설마 그걸 잊은거야?”
💬
그래, 인간은 그렇게 지하로 쫓겨난 거야.
💬
“...근데 우리는 무난히 살지 않기로 했잖아?”
💬
비록 마르코는 별자리의 정확한 이름도 모르지만. 사랑한다는 게 반드시 그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잠들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충분한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사랑은 정말 체력이 필요한 일이야, 여러모로.”
💬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분하고 억울하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출판사: 자이언트북스
-표지 일러스트: 점선면
-디자인: 김현우
-가격: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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