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 후암동 골목 그 집 이야기
권희라.김종대 지음 / 리더스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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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직접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있다. 한명은 춘천에, 다른 한명은 제주도에 지었다. 집을 지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 지으면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 춘천에 사는 사람은 만족해서 잘 살고 있고, 제주도에 집을 지은 사람은 얼마 살지 않고 집을 팔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 것을 보면 그 과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내 경우에도 갓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부모님이 도시외곽에 집을 지은 적이 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겨울에 물이 새는 등 부실공사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신 것을 기억한다. 시공하는 기술자들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잘 안 되도 원래 하다보면 잘 안된다며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사기간은 매번 제 날짜에 된 적이 없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정말 집을 지으면 늙는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나서 인지, 내가 건축주가 되어서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접었고, 다세대주택, 아파트 등을 거치며 이미 지어진 집에 살고 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일본처럼 작은 주택을 도심에서 짓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협소주택’이라는 것인데, 도심 특성상 좁은 땅에 최대한 공간을 활용해서 짓는 집을 말한다. 전원주택은 환경은 쾌적하나 도시에 비해 생활 편의시설 등이 부족해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내 협소주택은 그런 불편함을 제거하고, 좁은 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마침 서울 시내에 18평짜리 협소주택을 지은 경험담을 소개한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서울시내에 4층짜리 집을 지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영화프로듀서, 아내는 실내건축디자이너인 부부는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느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8개월간의 고생 끝에 집을 짓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집을 짓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데 그 과정을 인생의 희로애락과 비교해서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협소주택을 지으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땅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건축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어려운 현실, 주변에 훈수는 많이 들어오지만 필요한 전문가가 없어서 고심했던 이야기 등 다양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어, 집을 지어야 할 사람들이 꼭 체크해야할 사항들을 일러주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집짓기는 역시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더욱이 저자 부부중 한명은 인테리어디자이너로 건축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임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중간에 시공사와의 문제 때문에 시공사가 손을 떼는 상황을 극복해야 했던 이야기, 그리고 이후 직접 진행하면서 고생을 했으며, 비용도 생각보다 낭비가 심했으며, 건축비로 인해 금융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 집을 짓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도심에 협소주택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집을 짓는 금융비용이나 매입하는 비용을 비교해볼 때 큰 메리트가 없기도 하지만, 건축과정에서 저자부부처럼 중간에 꼼꼼히 관리할 시간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저자처럼 시도해보는 것도 자신의 거주지를 만들어가는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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