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 상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 하반기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바른 역사’를 표방하며, 정부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전에 검인정 교과서로는 왜곡된 역사를 후세에 전달하여 혼돈을 일으키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에 역사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므로 지금과 같이 여러 관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정화 반대 논리이다. 과연 이러한 시도에 대해 후세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역사의 다양한 해석을 배제하고 하나의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나온 박준수 작가의 <왕을 기록하는 여인, 사관>은 그러한 조선시대에 역사를 그대로 기록하려는 자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여 자신의 과실을 덮으려는 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훌륭한 역사 기록물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았다.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아주 꼼꼼히 기록된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함으로서 후세에 경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예컨대 태종 이방원은 정몽주를 과감하게 제거함으로서 아버지 이성계를 왕위에 올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그런 태종조차 한번은 말을 타다가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주변을 돌아보며 ‘절대 사관이 모르게 하라’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관은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이 기록은 태종실록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조선을 창업하는데 앞장서고,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주는데 힘썼던 처가의 인척들을 내쳤던 냉정한 왕이었지만 그조차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이러한 기록 시스템은 왕과 신하들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궁궐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예문관에 곱상하게 생긴 서은후라는 권지가 새로 들어온다. 여사(女史)로 궁궐 내부의 일까지 기록을 하게 될 여성사관의 직무를 익히기 위한 것이다. 사관인 대교 윤세주는 은후에게 사관이 가져야 할 자세와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은후는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 일을 해 나가게 된다.

 

시대적 배경으로는 계유정난으로 조카인 단종을 제거하고 왕이 된 세조와 그의 아들 예종의 시대이다.  세조는 말년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역사적 기록에 대해 염려한다. 그의 아들인 예종도 그렇다. 왕은 역사 기록인 사초를 절대 열람할 수 없었는데, 사초를 손에 넣어서 어떻게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는지 궁금해 한다. 그에 대해 사관들은 반발하나 왕과 훈구대신들은 강력하게 자신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록하도록 강요한다.

 

그 과정에서 사관들은 고초를 겪게 되며, 굴복하는 사관도 있으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사관들의 활동도 나오며 사건은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게 된다. 역사를 고치려는 자와 역사를 지키려는 자의 치열한 머리싸움은 끝까지 독자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전부터 실록의 누락된 부분을 모티브로 ‘광해’라는 영화가 나왔고, 수양대군의 관상을 주제로 한 ‘관상’이라는 영화가 나온 것처럼, <왕을 기록하는 여인, 사관>도 좋은 역사 컨텐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특성상, 자세한 결말을 소개하는 것은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히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다만 최근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무기명으로 하고, 그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작품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왕을 기록하는 여인, 사관>은 역사란 무엇인지,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