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의 편지 - 늪이 된 사진가가 보내는
정봉채 지음 / 몽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우포늪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 늪이다. 70여만평의 넓은 늪지에는 원시적 저층늪이 그대로 남아있어, 동식물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이런 우포늪에 빠져(?) 2000년 우포늪 인근 한 마을에 정착하여 늪의 풍경을 15년이상 사진으로 기록한 책이 나왔다. 사진작가 정봉채 님의 <우포의 편지>가 그것이다.


저자의 이력은 독특하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대학에 입학하여 사진동아리에서 사진을 찍어왔다. 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서 사진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던 회사의 미국 파견 연수기회를 앞두고 고민을 하다가 퇴사했다. 이후 부산에 있는 고등학교의 교사로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순수 사진가로 활동한다. 그리고 우포의 매력에 빠져 15년 넘게 매일같이 우포에서 하루 3천장의 사진을 찍으며 우포늪의 곁을 지키고 있다.


우포는 1억4천만년전 해수면의 상승으로 낙동강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물이 땅으로 스며든 곳이라고 한다.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버려진 땅이었는데, 여기 생명체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풀이 자라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면서 동식물의 낙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포의 편지>에서는 우포의 낮과 밤, 사계절의 모습이 남아있어 도시에 사는 독자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잔잔한 여운을 준다.


저자는 일본의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곰을 사랑한 그는 알라스카에서 16년간이나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았다. 쿠릴호반에서 잠을자다가 불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는데,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촬영한 그의 사진은 감동을 준다고 한다. 저자도 비슷한 면이 있다. 우포에서 10년간 사진 작업을 했던 작가는 우포를 떠나 새로운 사진을 남기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봄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풍경을 보고 계속 남아있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사진 역시 강렬한 것보다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사진을 조용히 오랫동안 보면서 우포의 피사체가 뿜어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늪이 있었으나, 개발이란 미명아래 많은 늪이 사라졌다. 이제 늪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은 우포가 유일하다. 저자는 15년이상 우포늪을 관찰해오고 하루에 3천장 이상의 사진을 찍으면서도 본인의 사진은 아직 ‘미완’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장소에서 하루에 3천장의 사진을 찍는 일상을 우직하게 반복하고 있는 저자의 새로운 우포사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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