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랑 - 역사의 하늘에 뜬 별
이원준.김준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역사의 비극은 여러 장면에서 나온다. 조선시대 이후를 살펴보면 임진왜란, 인조반정,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 을사늑약 등이 있다. 현대에 들어오면 박정희의 5.16 쿠데타, 그리고 12.12사건이 그러하다. 조선시대에 발생한 사건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가장 비극적이며 아쉬운 장면이 12.12이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명령에 복종해야 할 군인들이, 이를 거부하고 하극상으로 군수뇌부를 체포하고 정권을 잡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군복무시절 지금의 청와대경비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이전 부대장이 쓴 회고록이 있는데, 그때 본문에서 본인이 12.12에 참여한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회고한 것이 생각난다.  그들은 즐거운 과거의 추억일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여러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반란군 측의 명령을 받아 사망한 군인이 있고, 반란군에 대항하려다가 숨을 거둔 군인들이 있었다. 그중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오랑 소령과 그 아내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바 있다.

 

1979년 12월 13일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제거하려던 반란세력은 12월 13일 0시 20분 특전사령부에 진입한다. 당시 제3공수여단의 병력들이 침입한 것이다. 당시 비서실장인 김오랑 소령은 그들과 맞서 싸우다가 장렬히 순직한다. 그리고 평소 시력이 좋지 않았던 그의 아내는 그 충격으로 실명을 하게 되었고,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아내 백영옥은 의문의 추락사로 1991년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인간 김오랑, 참군인 김오랑에 대한 일대기이다. 저자는 “김오랑은 전두환, 노태우 등 반란세력이 만든 오욕의 역사 한 귀퉁이에 작은 빛을 비추고 떠남으로써 참군인이 됐다”고 말한다. 김오랑은 사망후 한참 지난 1990년 아내의 노력으로 간신히 중령으로 추서되었다. 그러나 잘못된 쿠데타로 인해 그의 가족사는 비극이 되었고, 5.16에 이어 12.12 등 안좋은 선례를 남겨놓았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에게 필요한 것은 고 김오랑 소령처럼 자신의 임무에 목숨을 걸고 충실한 군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역사의 반역자들은 그의 이름을 입밖에 내는 것을 금기로 여겼고, 김오랑은 군의 역사에서 금기가 되었다.

 

김오랑의 일대기를 묘사한 이 책을 보면 김오랑은 자기 자신의 삶에 매우 충실했고 자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적인 군인이었다. 특전사령부에서 교전당시 본인의 안위부터 걱정했다면 그 자리를 몰래 이탈하거나 협조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신에 맞게 행동을 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한 후보가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후보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가 부하의 총에 비명횡사한 대통령의 딸이다. 그녀는 5.16에 대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과거의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쉬는 것이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변명하는 사람은 역사기록의 서릿발 같은 엄정함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김오랑과 막역한 사이였던 선배 박종규와의 교전 상황에 대해 여러 기록들을 종합하여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결국 말년에 12.12의 과실은 없고 우리 둘(박종규, 나영조)이 항암에 지쳐 누워 있으니 이제 우리 둘 모두 용서해주시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 주십시오”라며 “나는 완전한 패배자”라고 주장하기 까지 했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한때 시대의 금기가 되었던 고 김오랑 소령에 대해 언급한 책이 나와서 다행이다. 비록 그는 갔지만 아름다운 군인이었던 그를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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