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1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일이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 부모님과 주변 친척분들은 인문학과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입학원서를 쓸 때 담임선생님은 점수 맞춰서 아무 학과나 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야 담임선생님의 숨은 ‘의도’를 알게 되었지만, 나는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고 어느 대학의 인문대에 지망을 고집했다가,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지망인 법대에 합격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통상 법대가 인문대보다 점수가 높았는데 그해에만 이변이 발생했던 것이다.) 집에 소식을 전했더니 부모님께서 아주 좋아하셨다. 왜냐하면 자식이 취업이 어려운 인문대보다, 공무원 시험도 볼 수 있고 취업이 쉬운 법학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소 지루하지만 이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에게 인문학은 취업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학문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몇 년전부터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인문학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문학 강좌는 나이 지긋하신 경영자들이 선호하는 명품 프로그램이 되었고 인문학 전공 인기 강사들의 몸값도 부쩍 높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인문학의 붐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천재가 인문학 매니아이기 때문이다. 그의 뛰어난 능력의 근간에는 인문학 공부가 있었다. 결국 인문학도 자본의 논리에 빠져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서 씁쓸하다. 그런 목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닌데…

 

이제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를 소개한다. 책을 보기전에 저자가 누구인지 어떤 의도로 책을 썼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조감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저자는 억대 강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교육 강사이다. 사회탐구 과목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인기가 있고 그의 강의에는 흡인력이 있어서 KBS의 생존경제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평소에 그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했던 나로서는 당연히 그의 강의를 조금씩 듣기 시작했는데, 인문학을 저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을 했다. 그런 저자가 드디어 인문학 책을 냈다. 바로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이다. 이 책의 특징은 쉽지 않은 인문철학의 핵심 사항을 세세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해 놓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것, 즉 시간역순으로 되어있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오늘날 삶의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누구나 인문고전이 마음의 양식이고 좋은 책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안읽는가? 바로 어렵고 모르고 머리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최근 것을 먼저 이야기함으로서 보다 인문학이 바로 현실과 연결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드리야르, 하버마스, 사르트르 등 우리시대 최고의 거장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문명과 역사 정치 철학을 언급하였고 맹자와 장자까지 다루고 있다. DVD부록을 통해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들으면서 인문학의 기초를 다지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칼 포퍼에 대해 설명한 것이 가슴에 와닿는다. 칼 포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인간의 이성은 결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갖고 있고 따라서 타인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은 죽은 박제가 아닌 현재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열린사회의 적들은 과연 누구일까?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정당한 질문과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 권위나 힘으로 비판을 덮어버리려고 하는 사람, 제대로 된 민주적 절차 없이 폭력과 꼼수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등, 이들 모두 열린사회의 적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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