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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헤르젠 공작가의 유모 ㅣ 헤르젠 공작가의 유모 1
라솔 / 인피니티 / 2022년 6월
평점 :
아버지에 의해 후작의 세번째 아내로 팔려가 모진 학대를 당한 끝에 아이를 사산한 날, 살기 위해 폭우속으로 도망친 에블린. 목숨을 구명한 곳은 흉흉한 소문에 휩싸인 헤르젠 공작가였다.
사교계에 전혀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헤르젠 공작은 하녀들을 하룻밤씩 들였다 죽인다는 어마무시한 소문의 남자. 사교계 귀족들에게 은밀히 퍼진 소문을 에블린 역시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 공작의 눈에 띄지 않게 유모로 지내려고 한다. 하지만 만나버렸고...
이 작품은 정말 기묘하게도 남주 카리어스를 뺀 모든 남자들이 정상이 없다. 여주의 아버지, 전남편, 남주의 아버지까지, 여자를 애 낳는 기계 아니면 성욕의 대상으로만 본다. 그런 남자도 남편이라고 사랑했던 남주의 어머니는,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의 이유를 모조리 카리어스에 투영해 학대를 하다 자살해버렸고 그런 어머니와 아들의 방에 창녀를 밀어넣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카리어스는 여자는 물론 인간 자체에게 관심이 없다. 어머니의 죽음의 순간에 받았던 충격을 사냥을 통해 짐승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해소하는, 어찌보면 끔찍한 취미를 들인다. 그것에 더해 사냥한 동물을 박제하는 걸 처음 본 순간, 죽었던 동물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감각에도 빠져서 해부와 박제까지 새로운 취미가 된다. 결과적으로 사냥, 해부, 박제라는, 그것도 커다란 방 하나를 모조리 박제된 동물로 가득 채우는 음침하고 이상한 남자가 되어버린다.
평소 동정남녀가 주인공인 소설 아니면 거의 안보는데, 이 작품을 본 이유는-남주는 나중에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어쨌거나- 남주가 여주에게 처음 관심을 가졌던 건 젖냄새였기 때문이다. 사랑은커녕 제대로 된 관심도 못받고 자라 짐승을 죽이고 해부하고 박제하는 것 말고는 아무 좋아하는 것도 없던 사람이 생명 탄생의 강력한 증거를 보고 끌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에블린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았을 때 카리어스를 만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사냥터 말고는 가는 곳도 없는 남자와 인형같은 삶을 살던 여자가 어디서 만날 만한 곳이 없긴하다. 설사 파티같은 곳에서 마주쳤다고 해도 남주는 여주를 그냥 스쳐지나갔을 거 같음.
그런 의미로 참 잘 쓰인 글이다. 이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가님 전작을 찾아보니 잠깐 등장했던 황제가 주인공인 단편이 있길래 바로 구매해서 읽어봤는데... 음... 이 작품이 훨씬 낫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을 기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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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담인데, 글 쭉 쓰다가 윗부분 수정하면 갑자기 폰트 크기가 9포인트로 바뀌는 버그 언제 고침? 이게 블로그에선 멀쩡히 보이지만 도서 상세페이지에서 리뷰 열면 글씨 크기가 작아졌다 커졌다 해서 너무 보기 안 좋다. 웬만하면 일일이 수정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귀찮을 땐 그냥 내버려두는데 영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