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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형수(兄嫂) (총2권/완결)
박온새미로 / 라떼북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형수와 시동생의 이야기이고, 초반에 이미 흑막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반전이랄 것도 없다. 어떻게 보면 로설 한정 평범한 설정.
그런데... 여주가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
호갑투같은 것을 보면 대략 중국 사극에서 본 듯한 시대설정인데,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여주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
남편이 낮엔 차가우면서 밤에만 뜨겁게 안아주는 설정은 이미 흔하고 흔하고 흔한데, 그 정도가 아니라 낮엔 머리끄댕이를 잡아 패대기를 치고 따귀를 올려붙이고 더러운 년, 천박한 년, 호칭이 욕설인 남자가 밤에 절륜하고 약간 다정하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될 수가 있나? 거기다 비빈이 오십은 된다는데? 임신한 후궁을 족족 잡아죽이는데?
물론 나중에 진짜 남주와의 혼인 전 서사가 나오기는 한다. 여주는 가족이 죽은 뒤 먼 시골에서 아는 사람에게 몸을 의탁해 살아가던 중, 심하게 다친 남자(남주)를 발견하고선 그가 죽은 오라비 또래라 간병해서 살린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꼭 살아돌아겠다는 남자와, 죽어가던 남자를 살려내 다시 전쟁터로 보낸 여자. 그래서 후에 우왕과 만났을 때 여주는 자신의 남편이 그 때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형제라는 걸 모르고 껴안아 등을 쓰다듬었던 거고.
그런 사연이 있었으니 남편이 갑자기 이상해지고 후궁이 그렇게나 많아도 미련을 못버리고 버텼을 거 같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애절하게 사랑한다고 사모한다고 고백할 정도로 마음이 깊어지는 건 잘 공감이 안된다. 스톡홀름신드롬인가? 싶기도 하고...
낮과 다르게 밤에 다정한 것에 희미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정도까진 충분히 개연성이 있고 후에 밝혀질 진실때문에라도 있어야할 설정이지만, 좀 과하게 여주가 밤의 남편에게 사랑을 주고 있지 않나 싶다. 아니면 아예 다른 사람인 것을 여주가 본능적으로 알아챈 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여주는 초능력자인가, 아님 여주와 남주가 하늘이 내리신 천상의 인연인 것인가.
남주도 이해가 안가기는 마찬가지.
가족이 사약을 받아 죽는 것을 여주가 피눈물 흘리며 바라보고 그 모습을 남주가 지켜보고서는 여주에 대한 열망이 생긴다.
하지만 역모의 죄로 죽은 대황자와 그의 스승이라는 죄로 같이 죽은 여주의 아버지때문에 여주를 쉽게 얻을 수 없었고, 친왕의 자리를 주는 대신 여주를 갖게 도와달라며 우왕과 거래를 한다.
여기서부터 이해가 안됨.
우왕의 시점에서 보면 남주는 우왕보다 어릴 때부터 빼어나서 형을 우습게 여겼지만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귀찮아해서 형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힘들게 황제를 속여가면서까지 형을 친왕으로 만들고 그 댓가로 여주를 얻게 도와달라고 한 거지? 그냥 자기가 전쟁에 나가 공훈을 세우고 여주를 얻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읽으면서도 계속 그렇게 꼬아서 돌아가야할 이유를 모르겠더니 결말에서 결국 내 생각처럼 사실 전쟁의 공이 자신의 것이었다고 밝히며 황제에게 친왕의 자리와 여주를 달라 요청한다. 첨부터 그랬으면 됐을 것을.
그리고 형에게 거래를 걸면서 여주의 신변도 확보하지 않고 그냥 떠난 것도 너무너무 이상하다. 가족이 역모의 죄로 죽었으면 여주도 어디 노예로 팔려가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그것에 대한 방비도 하나 없이 무턱대고 전쟁터로 향한다. 오히려 우왕이 여주한테 욕심이 생긴 덕분에 목숨부지하고 편하게 살았으니 우왕에게 감사해야할 게 아닌가 싶다. 글에선 남주더러 치밀하다하는데 대체 어디가?
여주와 남주의 이해할 수 없고 개연성 없는 행동만 빼면 막장 사극 보는 듯해서 재밌긴 했다. 후궁의 암투도 고급지진 않는데 아침드라마 느낌이라 흥미로웠고, 맘에 안들면 바로 눈알을 뽑고 죽여버리는 것도 대륙답는 느낌.
하지만 나는 조금 덜 재밌고 잔잔할 지라도 주인공들의 언행에 의심가지 않는 글이 더 좋다. 개연성 없어서 답답하고 앞페이지를 몇 번씩이나 들여다보게 하는 글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