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오감도(五感圖) 오감도(五感圖) 1
김살구 / 텐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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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딱 봐도 남주가 집착남으로 자랄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는 미리보기였는데, 그에 반해 건조하고 삭막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여주 처한 환경이 과히 좋진 않지만 솔직히 여주 엄마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맨날 맞고 돈 뺏기고 차별당하면서도 가족의 끈을 못놓는 답답한 여주들에 비하면, 술에 취해 집에 와서 색이 다 변한 과일안주라도 내 자식 먹이려고, 내 자식이랑 대화 한 번 해보려고 잠에서 깨우는 엄마가 좀 밉긴 해도 버리고 도망갈 정도인가? 싶었다. 나라면 엄마 충분히 사랑해드렸을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내 옷 한 번 입었다고 동생이랑 죽일 듯이 싸웠던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여주가 현실적으로 그려진 게 맞다. 여주 엄마가 제일 불쌍해...


남주는 뭐, 어찌 됐든 돈 풍족하고 어렵게 얻은 자식이라 엄마가 오냐오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면서 키운 전형적인 남주다. 못가질 것 없어서 오히려 권태스러운, 현실에는 없으나 소설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 창조되고 있는 남주.


이렇게 전형적인 한 명과 현실적인 한 명이 만나 진행이 되는데, 여주가 현실적인 인물이다 보니 보면 볼 수록 짜증스럽고 아니 얘는 왜 이 정도까지 날카롭지? 싶어서 정이 잘 안갔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설득되긴 했으나, 기꺼이 공범자가 되기로 한 남주 덕이 크다. 영화 '나쁜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질 수 없는 존재를 자신과 같은 구렁텅이로 떨어뜨린 후에야 가질 수 있던 영화 주인공이 떠올랐다. 물론 그 영화는 남자주인공이 지옥 갈 짓을 한 거고 여기는 남주가 여주의 열패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주를 품은 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살인을 미화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다른 데서 보긴 했는데, 장르소설판은 연쇄살인범, 싸이코패스가 즐비한 동네라 별로 공감 안 갔음.


이 작가님은 작품을 쓰면 쓸 수록 발전하는 게 눈에 보여서 흐뭇하다. 로설에서 엄청난 세계관이나 복잡한 인간관계, 거대한 사건사고가 잘 그려지면 물론 좋겠지만,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선만 제대로 써도 100점짜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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