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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황후의 첫날밤
고원희 지음 / 녹스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주 이선은 이무기를 처치한 공로로 황제의 부마로 간택된다.
여주 소란의 나이 열 둘에 결혼을 하고 황제가 붕어한 후 이선이 새 황제가 되지만 아직 어린 황후를 기다리느라 첫날밤은 소란이 열아홉이 되고서야 치러진다.
이선의 거기가 너무 커서 소란이 힘들어하지만 둘이 계속 노력해서 결국 둘 다 만족하게 되고 아들 낳고 잘 산다.
이게 스토리의 전부다.
좀더 심리적인 스토리가 있길 바라고 구매했는데, 너무 없어서 놀랐다.
남주는 별 지위도 집안도 없이 무력 하나로 황제의 눈에 들어서 부마가 되는데 공주가 워낙 어린 나이라 별 다른 애정이 없다가, 황제가 붕어한 후 자신을 지켜주는 공주에게 급격히 애정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남주의 심적대사가 전혀 없어서 그냥 추측.
여주는 처음 봤을 때부터 남주가 너무 좋아서 계속 너무너무 좋아한다.
사실 남주는 여주가 꼭 소란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자였어도 무던히 잘 지내고 백년해로했을 것 같다.
그만큼 남주의 애정이 눈꼽만큼이나 느껴질까 말까 하다.
아니, 우리 일상에서도 연년생이 그렇게나 많은데, 아들 낳고 돌이 지나도록 남주가 여주 손끝도 안 건드려서 결국 여주가 섭섭해 하면서 덤빈다. 남주는 말로는 자기도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다고는 하는데... 이렇게나 무덤덤한 남주는 지금까지 읽어온 로설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무심남, 초식남, 철벽남 남주들이 여주 만나서 확 변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데, 리뷰 쓰느라 간만에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남주의 천생연분은 따로 있지 않나 싶다.
말로는 평생에 여자는 여주뿐이라고 하지만(그나마도 여주가 남주 뿐이라고 먼저 말하니 대꾸해준 거) 몇 년 안에 심장을 떨어뜨릴 궁녀를 만나지 않을까, 심술궂게 생각한다.
이선의 소란에 대한 애정도가 아무리봐도 여타 소설에서의 '여주 만나기 전에 무던하게 결혼생활 잘 하다가 여주에게 반하고 집착하다 나라 잃을 위기도 처하고 여차저차하다 여주랑 잘 되는 이야기' 속의 조강지처에 대한 딱 그 정도 마음으로 밖에 안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