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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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춘기 시기가 다가오면서 부랴부랴 읽었던 책은 주로 '사춘기는 도대체 왜 이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한 부모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춘기 아이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 해답을 알려준다. 그렇다.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하는 사춘기 책인 것이다.

사실 나도 사춘기 시기를 겪어왔지만 어른이 된 지금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까마득하다.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나도 이런 생각을 했지.'하며 그때 내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정말 현실적이고 솔직한 내용들이 많다. 왜 친구들 앞에서 객기를 부리게 되는지, 학교 선생님은 왜 만만하게 느껴지는지, 이성 친구에게 관심은 가는데 다가가기엔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감정이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을 뇌과학을 기반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대처 방법 또한 알려준다.

그리고 나쁜 유혹에는 왜 이렇게 잘 넘어가는지, 유혹을 외면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마음의 변화뿐만 아니라 당혹스러울 만큼 변하는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물학적으로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사춘기의 최대 고민 여드름부터 내가 '사춘기 냄새'라고 부르는 체취, 체형의 변화, 입 냄새까지. 사실 아이들이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을 내용이 아닐까 싶었다. 왜 이런 변화들이 생기는지 알았다면 화학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내가 사춘기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볼펜 입구로 여드름을 짜는 멍청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여드름 자국도 안 생겼을 텐데 후회하며 우리 아이들은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는 피부로 지켜줘야겠다고, 아이들의 '냄새' 관리에도 내가 많이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신들에게 생긴 변화가 절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충분히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 시기를 잘 보내면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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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씽킹 - 제멋대로 이어지는 생각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법
벳시 홈버그 지음, 윤효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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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넘기면 삶의 요령이 제법 생기고 마음도 단단해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늦은 밤이면 어김없이 꼬리를 무는 걱정이 찾아왔고,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과 불안에 휩싸이곤 한다.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는 일, 온전한 자기 돌봄이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늘 고민하며 심리학과 뇌과학 책들을 탐독해 오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우리를 괴롭히는 과잉 사고의 원인을 '기본 모드 네트워크 DMN)'라는 뇌의 작동 방식으로 너무나 명쾌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위험을 예측하고 문제를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 뇌가 멍하게 쉴 때 켜지는 이 DMN 시스템은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며 끊임없이 가짜 불안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유별나게 예민하거나 멘탈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저 뇌의 생존 본능이 과하게 작동한 결과라는 사실은 오랫동안 우리를 짓눌러온 자기비판의 무게를 단숨에 덜어준다.

특히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같은 피로가 쌓일 때 뇌의 이성적 통제력이 떨어지면서 DMN이 어떻게 폭주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니, 이제는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지려 할 때 "아, 내 뇌가 또 생존 모드를 강하게 켰구나"라며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무기력하게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구체적인 '과잉 사고 차단 실천 목록'을 세워보았다.

  • 생각의 고리 물리적으로 끊어내기 : 꼬리를 무는 걱정이 시작되면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 않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찬물을 한 잔 마시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할 것이다. 내면의 불안에서 빠져나와 신체의 감각을 깨우는 것이 DMN의 스위치를 끄는 가장 빠르고 직관적인 방법이기 때문.

  • 수면 챙기기 : 피로는 내면의 독설가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다. 밤늦게까지 깨어 생각에 잠기는 대신, 정해진 시간에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 무의미한 소모를 멈추고 능동적으로 창작하기 : 머리를 식히려고 무의식적으로 하던 SNS 스크롤링이 오히려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고 뇌를 자극한다. 수동적인 소비 대신, 책에서 얻은 통찰이나 마음을 울린 문구들을 나누며 능동적이고 건강하게 에너지를 써야겠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각 대신, 온전히 나를 돌보는 여정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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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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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충격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너무 궁금해졌다. ‘미친년의 역사’라니. 책이 도착한 날, 한 챕터만 읽고 자려고 펼쳤다가 절반 이상을 읽고 가까스로 책을 덮었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토하듯 눈물이 났다.

폭력이 난무하는 집구석에서 속이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결국 미쳐버려야만 버틸 수 있었던, 가족이라는 지옥을 온몸으로 견뎌내느라 자신을 다 갉아먹었던. 이랑 작가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그녀만의 고유한 비극이 아니라, 비슷한 지옥을 통과해 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아챌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징글징글한 역사였다.

2021년 세상을 떠난 언니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소진사’라 명명했을 때, 나는 한참 동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했다. 타인을 돌보고 가족을 건사하느라 제 몫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박박 긁어 쓰고 스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핏기 없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밤을 고통 속에서 뒤척였을지 감히 짐작해 본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를 직시하고 활자로 끄집어내는 일은, 겨우 아물어가는 딱지를 억지로 뜯어내 맨살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과거를 파헤쳐 이야기를 복원해낸 것은 누군가를 원망하기 위한 값싼 책망이 아니라, 왜 대를 이어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는지에 대한 치열한 증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흔해 빠진 동정이나 얄팍한 위로 따위는 얹고 싶지 않다.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밥을 씹어 삼키고 기어이 노래를 부르며 이 글을 세상에 던져준 이랑 작가에게 그저 맹렬한 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년을 함께한 반려묘 준이치의 마지막 말을 빌려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밥을 잘 먹어야 해. 밥을 먹으면 힘이 생길 거야."

징그럽게 아팠지만 끝내 살아남았으니 앞으로도 씩씩하게 밥 잘 챙겨 먹으며 하루 더 살아내자고. 그렇게 질기게 버텨보자고. 그것이 미쳐버린 세상과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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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배신 - 은밀하고 정교하게 숨겨온 인간 본성의 비밀
조너선 R. 굿먼 지음, 박지혜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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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눈치'라는 게 일찍 생겨버렸던 나는 인간관계에서 맴도는 그 수많은 ‘다정함’들이 가끔은 작위적이고 피로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겉으로는 웃고 배려하지만 그 이면에는 묘한 계산과 기싸움이 오가는 게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내 복잡한 마음에 아주 명쾌하고도 서늘한 해답을 주었다. 우리가 굳게 믿어온 "인간은 선하고 이타적이다"라는 환상을 가차 없이 깨부순다.

저자는 처음부터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다. 원시 시대에는 주먹이 무기였다면, 문명사회에서는 '명성'과 '평판'이 생존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을 돕고 영웅처럼 행동하는 이타심조차, 사실은 무리 내에서 내 지위와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착해 보이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의 산물이라고 한다.

인간의 기만적인 본성을 낱낱이 해부하는 과정은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우리는 '평등'과 '호의'를 내세우며 선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결국 이는 상대에게서 더 큰 이익과 평판을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투자이자 세련된 착취 방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진짜 이기적인 의도를 감추고 타인을 교묘하게 조종하기 위해 발달했다는 통찰은 관계 속에서 오가는 수많은 '빈말'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도덕'과 '공정'이라는 숭고한 가치조차, 결국 내 집단의 이익을 지키고 눈엣가시 같은 경쟁자를 합법적으로 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은 현대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정확히 관통한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세상이 온통 가식으로 느껴져 허무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누군가의 가짜 다정함(거짓 신호)에 상처받거나, 나 스스로 ‘나는 왜 온전히 이타적이지 못할까’ 자책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생존을 위해 그렇게 이기적으로 설계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나니, 사람을 대할 때 불필요한 기대를 내려놓고 훨씬 더 객관적이고 건강한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관계의 피로감에 지쳐있거나, 내 마음과 타인의 심리 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진짜 다정함과 계산된 가짜 신호를 구분해 내는 안목을 기르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복잡한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진짜 무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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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
비오리카 마리안 지음, 신견식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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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언어를 단순한 '소통의 도구'로만 여긴다. 하지만 세계적인 심리언어학자이자 10여 개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사용자인 저자는, 언어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뇌, 지각, 의사결정, 감정, 심지어 창의성까지 뒤바꾸는 강력한 '두뇌 확장 도구'임을 과학적 연구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증명한다.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쾌하다. "언어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진다"는 것. 다중언어 사용자가 모국어를 쓸 때와 외국어를 쓸 때의 감정 반응과 판단력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하는 '트롤리 딜레마' 상황에서 외국어로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훨씬 더 이성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단순히 단어와 문법의 암기가 아니라, 내면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자아'를 깨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AI 통번역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에 "이제 굳이 외국어를 고생해서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달랐다. 기계가 소통의 장벽을 허물어주더라도, 내면의 창의성을 기르고, 도덕적 판단력을 높이며,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머리로 직접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언어를 배우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라는 저자의 말에 용기를 얻어,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더 유연하고 입체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제2외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 싶어졌다. 스페인어의 정열적인 울림이든, 프랑스어의 우아한 리듬이든, 새로운 언어가 가져다줄 '새로운 나'와의 만남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곧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내 삶으로 초대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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