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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평점 :
우리는 흔히 '성공'을 떠올릴 때 잘 정리된 책상, 빈틈없는 스케줄표, 그리고 철저하게 계획된 시스템을 상상한다. 나 또한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삶의 무질서를 제거해야 할 '오답'처럼 취급해왔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저자는 혼란, 무질서, 그리고 예기치 못한 변수야말로 인간을 더욱 창의적이고 회복력 있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일화였다. (사실 난 이 분을 잘 모른다...😅) 상태가 엉망인 피아노로 공연을 해야 했던 그는 최악의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연주했고, 결과적으로 역사에 남을 명반을 만들어냈다. 이는 우리에게 "모든 것이 매끄럽게 돌아갈 때, 우리는 과연 새로운 시도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적당한 방해'가 뇌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환경보다 조금은 어수선한 환경에서, 그리고 익숙한 팀원들 사이에 낯선 이방인이 끼어들었을 때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은 극대화된다. 무질서는 단순히 어지러운 상태가 아니라, 고착화된 사고의 틀을 깨는 망치와도 같다.
우리는 종종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해 과도한 정리를 수행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시각적 정리'일 뿐, 실질적인 효율과는 거리가 멀 수 있음을 지적한다.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분류해 파일링 하는 데 시간을 쏟는 것보다, 중요한 서류가 책상 위 더미 위로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무질서한 시스템'이 오히려 더 직관적일 때가 있다는 논리는 꽤 충격적이면서도 공감이 갔다.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깔끔함'은 때때로 본질을 가린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수치와 도표로 요약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시스템이 경직될수록 작은 충격에도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책은 날카롭게 짚어낸다.
책을 덮으며 나는 '불완전함'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불완전함은 보완해야 할 결점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회복 탄력성'의 다른 이름이다. 인공지능이 완벽한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예측하는 시대일수록, 예기치 못한 무작위성에 반응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인간의 'Messy'한 특성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는 깨끗한 빈 페이지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대신, 무질서가 주는 뜻밖의 자극을 즐겨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니, 어쩌면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것이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가끔은 계획에서 벗어나는 삶의 틈새로 더 큰 기쁨과 창의성이 흘러들어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