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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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는 꽤 많은 책이 쌓였다. 나름대로 책을 가까이하는 삶이라 자부했지만, 누군가 그 책에 대해 깊이 물어오면 멋쩍게 웃으며 "좋은 내용이었어" 정도의 감상밖에 내놓지 못했다. 눈으로는 부지런히 활자를 좇고 있었지만, 머리와 마음으로는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전형적인 '겉핥기 식 독서'였다.

저자는 배움이란 누군가 친절하게 요약해 준 정답을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묻고 사유하며 자신만의 지적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라 단언한다. 타인의 해석이나 해설서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텍스트와 씨름하는 것, 그것이 진짜 '독학'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그동안 책을 진정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저자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내 안의 낡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진짜 '공부'를 해본 적이 있었나 되돌아봤을 때, 책의 내용에 의문을 품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내 삶의 언어로 다시 직조해 내는 사유의 과정이 쏙 빠져 있었음을 알게 됐다.

저자의 일침처럼 독학은 단지 지식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인간으로 서게 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단순히 혼자 공부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라, 홀로 서서 세상을 제대로 읽어내는 힘,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만드는 길을 안내하는 철학서이다.

어쩌면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진정한 독학의 세계로 들어서기에 가장 완벽한 나이일지도 모른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진득하게 앉아 저자와 속으로 논쟁하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내 삶의 맥락에 비추어보는 묵직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정해진 커리큘럼도, 나를 평가할 시험도 없는 나만의 고요한 독학의 세계. 이제야 비로소 활자 위를 둥둥 떠다니던 겉도는 독서를 끝내고, 내 삶의 지평을 넓히는 진짜 공부의 첫걸음을 떼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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