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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미술관 - 그림이 먼저 알아차리는 24가지 감정 이야기
김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평점 :

나는 사실 미술이 참 어렵다. 그림을 봐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작품 설명을 읽어도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장을 넘길 때만 해도 “미술을 모르는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저자는 그림을 설명하기보다 그 그림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마음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 순간, 미술이 사람의 마음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차분하게 안내한다.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을 이야기하며 ‘요즘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고, 색채의 다양한 의미를 설명하다가 ‘당신의 마음에도 대비되는 감정이 있다'라고 말한다. 미술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내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을 이해하게 하는 책이었다.
그림을 볼 때 중요한 것은 그 작품 앞에서 느껴지는 내 마음이고, 내가 어떤 기분으로 그 그림을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미술이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이 책을 심리 치유 서라고 말한다. 책 속 작품 앞에서 솔직하게 들려주는 다양한 감정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 역시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무시했던 초조함, 억눌렀던 서운함,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사실은 모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였다. 감정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치유의 시작인 것이다.
그림 앞에서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들지?” 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마음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닐지 몰라도, 내가 나에게 다시 집중하는 행위이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작은 배려다.
책을 덮고 나니 예술이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영역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이 복잡하고 마음이 흐트러진 날일수록 미술관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정답을 맞히는 장소가 아니라, 내 감정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림이 내 마음을 고쳐주는 건 아니지만, 그 앞에서 내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이 나를 조금씩 치유해 준다.
『나를 만나는 미술관』은 미술 지식이 전혀 없는 나에게, 예술로 ‘내 마음을 돌보는 법’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