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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없는 우정 - 경계를 허무는 관계에 대하여
어딘(김현아)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이런 책을 읽으면 가끔 난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세상은 얼마나 비좁았던 것인가? 어찌하여 나의 눈은 바깥이 아닌 오직 안으로 안으로만 향해 있었던 걸까?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내 주변엔 잘 보이지 않았던 걸까? (아마 그건 내가 멋진 사람이 아니어서 일 테지.)
청소년들과 여성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 여행 학교에서 배움의 다른 얼굴을 매일 마주한 사람, 시민 단체를 만들어 세계 곳곳에 소외된 목소리를 찾아가 들으려 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수 십 년의 여정 동안 알게 된 수많은 멋진 사람들.
저자의 삶이 한 편의 여행기라면, 이 책은 그 여정을 함께 걸어온 사람들에 대한 찬가에 가깝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특별한 업적을 가진 유명 인물은 아니다. 대부분은 조용하게 자기 삶을 버티고, 때로는 희망이 되어준 ‘평범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목이 뜨거워지고, 어떤 순간에는 웃음이 나고, 또 어떤 순간에는 괜히 마음이 고요해진다. 저자가 기억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결국 그의 삶을 만들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 사람들의 빛을 함께 보게 되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저자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차갑게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이 사람 참 좋았다”라는 마음을 솔직하게 펼쳐 보여주는, 아주 맑고 따뜻한 기록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도 이런 ‘격 없는 우정’이 있었나?”
오래 연락 못 한 누군가에게 안부라도 묻고 싶어진다.
결국 이 책은 사람에 관한 책이고, 타인과의 관계가 결국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