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뇌과학 -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설명하는 뇌의 숨겨진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박문호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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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내가 선택하고, 내가 기억하며, 내가 행동한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은 뇌가 의식 밖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우리가 비이성적이라고 여기는 행동조차 사실은 뇌의 나름의 논리에 따른 것임을 밝혀낸다. 우리는 의식이 모든 걸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대부분의 일을 떠맡고 있다는 사례가 책에 가득하다.

또한 우리는 기억을 과거의 영상기록처럼 믿지만, 사실 기억은 현재의 감정과 믿음에 따라 수시로 수정된다. 심지어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경험처럼 떠올리기도 한다. 기억은 사실을 보존하기보다, 현재의 나를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편집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운동선수들이 머릿속으로 동작을 그리며 훈련할 때 실제 성과가 향상되는 사례는 유명하다. 뇌는 단순히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않고, 상상 속 경험도 학습의 재료로 활용한다. 덕분에 우리는 실제보다 훨씬 풍부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책은 이 밖에도 외계인 납치 체험, 환청, 다중 인격 같은 특이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얼핏 비이성적이고 미신처럼 보이는 현상들이지만, 저자는 이를 뇌의 회로와 무의식의 논리로 설명한다. 환청은 자기 목소리를 구별하는 기능이 무너진 결과이고, 다중 인격은 극심한 외상을 견디기 위한 방어 기제라는 설명은 인간 정신의 복잡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크게 남은 메시지는 “무의식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라는 점이다. 우리가 비이성적이라고 여긴 행동은 사실 뇌가 생존과 적응을 위해 내린 나름의 해석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류도 발생한다. 하지만 그 오류조차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식일지 모른다.

이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정말 나를 통제하고 있는가?” “나의 기억은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조금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무의식의 힘을 알고 싶다면, 『무의식의 뇌과학』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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