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가난 -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온(on) 시리즈 5
안온 지음 / 마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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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책을 쓰고 있는데 이 책의 인용문이 나왔다. 이 문장을 보고 바로 책을 주문했다.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책을 쓰고 팔고 사는데,

가난이라고 못 팔아먹을까.

더 쓰이고 더 팔려야 할 것은 가난이다.

프롤로그 中

가난을 팔겠다고?

'또 지독한 가난을 양분 삼아 미친 노력으로 성공을 이뤘다는 내용이기만 해봐라... '하는 마음이었다. 성공 신화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나는 절대적 가난을 겪어본 적 없다. 그렇다고 부자였다는 말은 아니다.

생필품이 없어 곤란하지 않았고 세끼 밥 굶을 걱정은 없었다.

대학 두 군데를 총 5년을 다녔는데 그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건 고작 두 달도 채 되지 않는다. 난 내가 많은 걸 원하지 않아서 알바하는 것보다 돈을 쓰지 않는 것을 택했다고 생각했다. 알바를 하는 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거나, 사고 싶어서 하는 거라 생각했다.

대학을 다니기위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걸 몰랐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인식도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일을 하면 기초수급비가 깎이니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곤 그들을 향해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물론 사회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급자들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수급비 자체도 겨우 생존만 가능한 돈이라는 걸 몰랐다.

한창 성공 팔이에 빠져있을 때 결핍투성이인 과거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은 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난 결핍 없이 자라서 독기가 없나?'

자신을 지켜주는 어른도 없고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절대적인 결핍은 성공의 밑거름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걸 나는 몰랐다.


난 정말 몰랐다. 왜냐하면 내가 겪어보지 못했고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 책이 귀하다. 우린 가난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가난을 동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을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은 가난이 얼마나 무섭고 비참한 것인지 알려주었다. 가난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생겨난 것도 아니고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우리 사회에 여전히 가난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을 알게 해주었다.

가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그녀의 처절한 노력이 나를 한참이나 부끄럽게 했다. 그녀가 판 가난이 적어도 나에게는 값진 가치가 되었다.

가난한데 하필 꿈이 작가였던 그녀가 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인세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값싼 동정이 아니라... 그녀는 꿈을 이룰 충분한 자격이 있고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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