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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소설이 [자기만의 집]이라는 제목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다 읽고 나니 왜 [엄마의 집]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어느 날, 나(호은)의 아빠가 재혼해서 생긴 딸(승지)을 나의 엄마(윤선)에게 데려다주라며 나타납니다. 왜? 언제까지? 뭐라 물을 겨를도 없이 아빠는 홀연히 사라지죠.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나는 승지와 엄마의 집으로 갑니다.
승지를 본 엄마는? 어서 오라며 환영할 리 없죠. 하룻 밤을 자고 아빠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아빠가 살던 곳과 아빠의 친구들을 차례차례 만나지만 아빠를 찾을 길은 없죠. 그렇게 엄마의 집으로 돌아왔고 승지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듣고 보면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 싶으시죠? 재혼해서 생긴 딸을 전처에게 맡기는 무책임한 인간이라니!! 하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 아빠가 왜 엄마에게 승지를 맡겼는지 충분히 받아들여집니다.
소설은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들을 하게 되죠. 제가 느낀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선택과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된다고강요하는 것이 아닌 결국엔 서서히 받아들여진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빠가 가장 노릇을 못 했던 것도 엄마가 나를 외가에 맡기고 미친 듯이 일만 했던 것도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져요.
호은은 '인간은 왜 아이를 낳는가'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부모의 이혼과 외가에 맡겨진 시간을 통해 스스로가 왜 태어났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였겠죠. 호은은 그 답을 찾았을까요?
저도 '나조차도 살기 싫다 말하는 이 세상에 왜 우리 아이들을 낳았을까. 나중에 아이들이 이딴 세상에 왜 나를 낳았냐고 원망하면 어떡하지' 하며 밤새 울었던 날들이 있어요.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나처럼 아이들도 그럴까 봐 두려웠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호은의 엄마 윤선의 삶을 통해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살아보려고 낳는 거야. 더 열심히, 더 사랑하면서, 도리를 다하며 끝까지 살아보려고...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 그래." - 155
그 연하고 따스하고 포근한 두 팔로 나의 목을 꽉 안고 눈물을 흘릴 때, 엄만 경험한 적 없는 감동에 젖었어. 자기에게 화를 내는 사람을 그토록 깊숙이 끌어안는 존재가 자식 외에 또 있을까....... 호은아, 난 그렇게 엄마가 되기 시작했어. 지금도 너를 안을 때마다 난 조금씩 더 큰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 - 255
엄마가 되려고 아이를 낳았구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내 삶을 사랑하고 잘 살아가야겠구나. 아이들이 언제나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는 집이 되어 주어야겠구나.
소설의 리뷰는 참 어려워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려면 끝도 없고 스포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이것저것 썼다가 지우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네요.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