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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ㅣ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실버 센류 모음집 2탄.
실버는 일본식 영어로 '노년 세대'를 뜻하고 센류는 5·7·5조의 음률을 가진 일본의 정형시예요. 1탄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이미 너무 유명하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유쾌하고 신박한 시들을 보고 있으니 북토크에서 어느 작가님이 "좋은 글이란 나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글"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났어요. 시들을 읽으니 저의 이야기가 마구마구 생각나더라고요.
👵🏼
허락도 없이
근무지 이탈하는
내 머리카락
🧙♀
날이 갈수록 반경이 넓어지는 신랑의 정수리,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나. 허락도 없이 이탈하는 머리카락은 실버님들만의 고민은 아니네요. 열심히 붙어있으란 말이야~~~
👨🏼🦳
미니멀 라이프 한다며
버릴 물건 목록에
내 이름 적지 마
🧙♀
저도 한때 미니멀 라이프에 꽂혀서 신랑이 사 모은 피규어, 건담들을 째려보며 "예쁜 쓰레기들~"이라며 버리자고 했거든요. "이러다 나도 갖다 버리겠다."라며 절대 사수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이것저것 버리는 할머니를 보며 두려우셨나 봅니다.
👩🏼🦳
아픈 데 찾으니
여기저기 거기
어라 전부네
🧙🏼♀️
실버님들이 가장 힘들고 서러운 게 신체의 고통 아닐까요? 40대인 저도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울적한 기분이 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위트 있게 표현하셔서 웃음이 났어요.
👨🏼🦳
우리 마누라
옛날엔 미녀
지금은 마녀
🧙🏼♀️
저희 신랑에게 보여주면 "내가 쓴 건가?" 할 거 같아서 안 보여주려고요. 사실 전 벌써 마녀 소리 듣습니다. 제 닉네임 '마녀 싸이코' 신랑이 지어준 거거든요.
👨🏼🦳
보이스 피싱
당할 정도의 돈이
내 통장엔 없다
🧙🏼♀️
당해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당하는 보이스피싱. 보이스 피싱 전화 많이 받으시나 봐요.
👩🏼🦳
할 줄 몰라요
가까이도 안 가요
셀프 계산대
🧙🏼♀️
키오스크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저도 못 하겠더라고요. 무조건 직원에게 주문했는데.... 점점 무인 가게가 많아지고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 싶어 용기 내서 사용했던 기억이 났어요. 지금은 거침없이 하지만 초반엔 식은땀이 줄줄..
내가 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공감 가고 찐웃음이 날 정도로 재미있어요. 그렇다고 마냥 웃고 넘어갈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오랜 시간 살아오시면서 쌓인 지혜, 여유, 해학들로 웃음과 감동 모두 느끼실 수 있습니다. 글자만 읽으면 금방 읽겠지만 그 글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긴 사색의 시간이 되실 거예요. 짧지만 강력한 실버센류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