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원래 자로 줄 긋고 각 잡고 책을 읽는데 이 책은 연필 한 자루 들고 누워서도 걸으면서도 편하게 읽었어요. 줄도 막 긋고 하고 싶은 말도 책에 마구마구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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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이었어요. 길에서 오랜만에 대학 선배를 만나 인사를 건넵니다.
" 선배, 요즘 어떻게 지내요? "
그런데 선배의 대답에 흠칫 놀라요.
"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그림 그려. "
그냥 인사만 하고 스쳐 지나가려 했는데 호기심과 걱정 어린 마음에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선배, 우리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해요."
전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대화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나이 마흔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도 기가 찬데 이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답니다. 처음엔 정말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는데 선배의 대답을 들으면 들을수록 선배가 점점 부러워지는 거죠.
이 사람은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인가? 싶을 정도로 저의 생각 91% 정도가 이 책에 쓰여 있었어요. (9% 정도 살짝 다른 생각도 있지만요.)
" 맞아! 맞아! "
" 나도 그래..."
" 에이~~ 그건 아니다. "
" 너무 많이 가네. 돌아오세요."
" 당신 나야? "
낙서 같은 혼잣말을 적어가며 읽다 보니
'이거 나중에 내가 에세이로 쓰고 싶었던 내용들인데 이 책에 다 나와 있어서 안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슬퍼졌습니다.
열심히 살지 말자는 말은 인생을 포기하거나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싫은 걸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과한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속도로 과정을 즐기면서 재밌게 살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