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결심
하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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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 자로 줄 긋고 각 잡고 책을 읽는데 이 책은 연필 한 자루 들고 누워서도 걸으면서도 편하게 읽었어요. 줄도 막 긋고 하고 싶은 말도 책에 마구마구 적었습니다.

🎨

이런 느낌이었어요. 길에서 오랜만에 대학 선배를 만나 인사를 건넵니다.

" 선배, 요즘 어떻게 지내요? "

그런데 선배의 대답에 흠칫 놀라요.

"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그림 그려. "

그냥 인사만 하고 스쳐 지나가려 했는데 호기심과 걱정 어린 마음에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선배, 우리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해요."

전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대화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나이 마흔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도 기가 찬데 이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답니다. 처음엔 정말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는데 선배의 대답을 들으면 들을수록 선배가 점점 부러워지는 거죠.

이 사람은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인가? 싶을 정도로 저의 생각 91% 정도가 이 책에 쓰여 있었어요. (9% 정도 살짝 다른 생각도 있지만요.)

" 맞아! 맞아! "

" 나도 그래..."

" 에이~~ 그건 아니다. "

" 너무 많이 가네. 돌아오세요."

" 당신 나야? "

낙서 같은 혼잣말을 적어가며 읽다 보니

'이거 나중에 내가 에세이로 쓰고 싶었던 내용들인데 이 책에 다 나와 있어서 안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슬퍼졌습니다.

열심히 살지 말자는 말은 인생을 포기하거나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싫은 걸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과한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속도로 과정을 즐기면서 재밌게 살자는 겁니다.

원하지만 가지지 못해도 괜찮은,

가지면 좋지만 가지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닌,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욕심 때문에 괴롭지 않은

그런 마음이고 싶다.

P.297

저자 스스로가 말하는 이 '초연함'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전 아직도 능력은 안되면서 포기도 못하고 있거든요.

선배와의 대화를 끝내고 일어나면서 괜스레 볼멘소리를 해 봅니다.

" 선배가 결혼을 안 했으니까 가능한 거다. 부ㄹ ㅓ .. 흠.. "

🩲

그나저나 책 속 일러스트 주인공은 도대체 왜 헐벗고 있는 거죠?? 제가 모르는 상징이나 은유가 있는 건가요?? 재미있는 글만큼이나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는 정말 예술입니다. (예쁜 그림체는 아니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을 아주 잘 그려냈어요. 유쾌. 상쾌. 통쾌합니다!!

💌

✅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허무하신가요?

✅ 어느덧 나이는 가득 찼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불안하세요?

✅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사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거 같으세요?

그렇다면 여기 그 모든 것을 초월한 헐벗은 이 사람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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