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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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좀 멀다. 그나마 소설은 가끔 읽기도 하지만 '시'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시'는 왠지 그 안에 담긴 숨은 의미를 찾거나 해석해 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앞선다.

이러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이 필사 책으로 필사를 하며 '시'와 가까워지고 내 안에 감성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이 필사 책은 19세기를 대표하는 4명의 시인의 시가 실려 있다. 전혀 몰랐던 시인들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어 감사하다.




필사하기에 앞서 펜에 따른 비침을 알아봤다. 잉크로 필사하고 싶어서 제일 먼저 써 봤는데 잉크 조절만 잘 한다면 비침 없이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펜들도 꾹꾹 눌러 쓰지 않는다면 비침 걱정은 없어 보인다. 모든 펜들이 부드럽게 잘 써지는 종이 재질이다. 책 뒤쪽에 노트 부분이 있다. 필사 후 한 번 더 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곳에 써도 좋을 듯하다.




하루에 하나씩 쓰기로 했다.

제일 먼저 쓴 건 에밀리 디킨스의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에밀리 디킨스



'허무'가 세계를 새롭게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필사가 잘 된 거 같아서 그냥 좋다.



두 번째 날은 페르난두 페소아의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오른손을 들어, 태양에게 인사한다,

하지만 잘 가라고 말하려고 인사한 건 아니었다.

아직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손짓했고, 그게 다였다.

페르난두 페소아

시인이 죽은 날 남긴 말이라고 하니 먹먹해졌다. '아직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손짓했다는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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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필사를 노트에 해왔는데 필사책에 하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일단 부드럽게 잘 써져서 너무 좋고 나만의 시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다양하게 필사 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필사를 즐겨 하시는 분들은 너무 좋아할 만한 필사책일 듯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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