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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 이 책은 #비채 @drviche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을 진 산정에서> - 산을 오르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길을 잃은 마음이 도착하는 곳
살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분명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는데, 문득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고민은 집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려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낫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그렇게 산을 찾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공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산의 이름을 따 가게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남편과 헤어진 후, 그 이름이 점점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 산을 직접 오르면 무언가 달라질까?
궁금한 마음에 길을 나선다.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이 가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힘겨워한다.
인형, 치마, 리본처럼 여성성을 대표하는 것들을 사랑하면서도, 정작 같은 요소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산에서는 누구도 따지지 않는다.
그저 한 걸음씩 내디디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혼자 걷지만 함께 걷는 사람들
등산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그 길에서 마주치는 인연들은 묘한 힘을 가진다.
어떤 산행에서는 오래된 친구와 함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처음 만난 사람과 길을 나란히 걸을 수도 있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지만, 산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한 사람은 먼저 가고, 또 한 사람은 천천히 따라간다.
등산로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여성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별말 없이 그 이야기를 듣는다.
때때로 가벼운 농담이 오가고, 피곤함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결국 다시 발을 내딛는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지만, 때때로 뜻밖의 순간에 서로를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산을 오르는 마음
산을 오르다 보면 힘이 빠지는 순간이 온다.
숨이 차고, 다리는 무거워지고,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을까 싶은데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예상보다 더 높은 곳에 와 있다.
살아가는 것도 그렇다.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지나고 나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멀리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각자의 삶에서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산에서는 그저 한 걸음씩 내딛을 뿐이다.
고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걸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무거웠던 감정이 차츰 옅어지고, 정상에 도착할 때쯤에는 더 이상 같은 고민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산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바로 그것이다.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는 것.
💡도착한 후에야 보이는 것들
정상에 도착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땀을 흘리며 힘겹게 오른 길이지만,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걸어온 길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산을 내려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고, 고민했던 것들이 단번에 풀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려가는 발걸음은 오를 때와는 다를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하고, 걸어온 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준다.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일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