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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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 경계를 넘어, 새로운 존재로

💡붉은 대지 위에서, 다시 태어나다

삶과 죽음이 맞닿은 순간, 인간은 어떤 얼굴을 가지게 될까.
시베리아의 평원에서 곰에게 습격당한 나스타샤 마르탱은 신체적 변형을 경험하는 동시에 내면의 세계도 붕괴되는 듯한 감각을 맞닥뜨린다.
평원의 붉은 대지 위, 찢어진 피부를 타고 흐르는 피, 무너진 경계.
그녀는 인간과 동물, 문명과 야생,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선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 너머의 세계가 얼마나 낯설고도 익숙한지 깨닫는다.
그녀에게 곰과의 만남은 자신을 지우고 다시 태어나는 통과의례였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그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이전의 자신이 아니었다.
곰에게 물어뜯긴 것은 육체만이 아니라, 그녀를 묶어두던 모든 경계였다.

💡인간과 비인간, 그 사이에서

우리는 늘 인간과 자연을 나누고, 문명과 야생을 대립시키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르탱이 곰과 맞닥뜨린 순간, 이 경계들은 무너졌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단순한 인간이 아니며, 동시에 곰이 단순한 야생의 맹수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녀의 신체는 서구적 의료 체계 안에서 복원되는 동시에 시베리아 샤먼의 영적 세계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그녀는 이 경험을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동물과 인간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상처 속에 깃든 재생의 가능성이었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었다.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 의미를 초월하는 존재

사람들은 모든 사건에 이름을 붙이려 한다.
곰에게 물린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생존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의학적 치료의 대상자로 규정하며, 이 경험을 특정한 의미로 가둬두려 한다.
하지만 마르탱은 이러한 시도에 저항한다.
그녀는 곰과의 만남을 단순히 '공격' 이나 '생존' 이라는 언어로 환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이 겪은 이 경계를 초월하는 경험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억지로 설명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억지로 이해하지 않는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인간 사회의 언어로 규정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숲이 된 인간, 세계와 함께 흔들리다

숲은 존재 자체로 말한다.
인간이 규정짓지 않아도,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마르탱은 곰에게 물어뜯긴 이후, 자신의 몸이 그 숲과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체는 서로의 일부가 되어 흐르고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녀는 이제 ‘나’ 와 ‘타자’ 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녀의 신체에 남겨진 흔적들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곰과 숲, 그리고 세계와 연결되는 문이 되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정체성 안에 갇히지 않는다.
인간이면서도 동물이고, 문명에 속하면서도 야생에 발을 딛는다.
그녀는 숲과 함께 흔들리는 존재가 되었다.

📖서평 요약

어떤 경험은 한순간에 인간을 바꿔놓는다.
나스타샤 마르탱에게 곰과의 만남은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생, 주체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곰에게 물어뜯긴 순간부터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들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만, 그녀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인간이면서도 동물, 문명과 야생 사이를 떠도는 존재.
그녀는 숲처럼 살아간다.

흔들리며, 그러나 끝없이 연결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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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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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 산을 오르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길을 잃은 마음이 도착하는 곳

살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분명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는데, 문득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고민은 집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려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낫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그렇게 산을 찾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공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산의 이름을 따 가게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남편과 헤어진 후, 그 이름이 점점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 산을 직접 오르면 무언가 달라질까?
궁금한 마음에 길을 나선다.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이 가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힘겨워한다.
인형, 치마, 리본처럼 여성성을 대표하는 것들을 사랑하면서도, 정작 같은 요소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산에서는 누구도 따지지 않는다.
그저 한 걸음씩 내디디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혼자 걷지만 함께 걷는 사람들

등산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그 길에서 마주치는 인연들은 묘한 힘을 가진다.
어떤 산행에서는 오래된 친구와 함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처음 만난 사람과 길을 나란히 걸을 수도 있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지만, 산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한 사람은 먼저 가고, 또 한 사람은 천천히 따라간다.
등산로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여성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별말 없이 그 이야기를 듣는다.
때때로 가벼운 농담이 오가고, 피곤함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결국 다시 발을 내딛는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지만, 때때로 뜻밖의 순간에 서로를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산을 오르는 마음

산을 오르다 보면 힘이 빠지는 순간이 온다.
숨이 차고, 다리는 무거워지고,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을까 싶은데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예상보다 더 높은 곳에 와 있다.
살아가는 것도 그렇다.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지나고 나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멀리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각자의 삶에서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산에서는 그저 한 걸음씩 내딛을 뿐이다.
고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걸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무거웠던 감정이 차츰 옅어지고, 정상에 도착할 때쯤에는 더 이상 같은 고민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산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바로 그것이다.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는 것.

💡도착한 후에야 보이는 것들

정상에 도착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땀을 흘리며 힘겹게 오른 길이지만,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걸어온 길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이 소설 속 여성들도 산을 내려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고, 고민했던 것들이 단번에 풀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려가는 발걸음은 오를 때와는 다를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하고, 걸어온 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준다.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일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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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폴로의 도서관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마르코폴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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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적인 풍토에 대한 동경과 인간 실존을 탐구하는 아베 코보의 초기 작품집.
<모래의 여자> 로 이어지는 창작 모티프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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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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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가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나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누군가 내 이름을 빌려 살아가고 있다면?
<샤일록 작전> 은 이 황당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소설 속 ‘필립 로스’ 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이스라엘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동명이인의 소행인가, 아니면 철저한 사칭인가?
주인공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지만, 이 여정에서 그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쫓는 인물은 단순한 사칭범이 아니라, ‘필립 로스’ 라는 정체성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필립 로스는 이를 통해 정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 직업, 국적, 그리고 과거를 통해 자신을 설명하지만, 그것이 진짜 우리를 증명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우리의 이름을 도용해 살아간다면, 우리는 여전히 ‘나’일 수 있는가?
이 책은 단순한 추적극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정체성의 실체를 흔드는 철학적 실험이다.

💡유대인의 정체성, 어디에서 오는가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정체성 문제가 아니라, 유대인의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사칭범은 ‘유대인의 진정한 삶’ 이란 유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또 다른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야말로 유대인의 유일한 안식처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유대인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과거에 뿌리를 둔 것인가, 현재의 공동체에 의해 형성되는가?
이 작품은 유대인의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하면서, 정체성이 단순한 혈통이나 국적에 의해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유대인 정체성의 핵심은 끊임없는 논쟁과 갈등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대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요소들로 인해 우리가 ‘한국인’ 이라고 느끼는가?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우리를 규정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선택하는가?
<샤일록 작전> 은 이 거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며, 정체성이란 결코 하나의 답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필립 로스는 늘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소설을 써왔다.
하지만 <샤일록 작전> 은 그 경계를 더욱 철저하게 허문다.
소설 속 ‘필립 로스’ 는 실존하는 작가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삶 자체가 소설 속에서 허구로 재탄생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필립 로스가 소설 속에서 허구가 되는 순간, 실제 필립 로스도 허구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립 로스는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 이 사실은 하나의 이야기이며, 언제든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속 필립 로스는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하지만, 독자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과연 ‘진짜’ 란 무엇인가?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면?
이 책은 문학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현실을 다시 구성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존재에 대한 끝없는 의문

이 소설은 끝까지 독자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필립 로스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을까? 아니면 애초에 정체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우리가 믿고 있는 자아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질문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이름, 직업, 과거의 경험, 혹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일까?
필립 로스는 독자에게 ‘너는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서평 요약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정체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이스라엘에서 자신을 사칭하는 인물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필립 로스’ 는 그를 쫓으며 점점 더 자신의 존재와 유대인 정체성, 그리고 역사 속에서의 위치를 고민하게 된다.

첩보소설의 형식을 빌려와 유머와 냉소, 철학적 성찰을 결합한 이 작품은 우리가 믿는 ‘나’ 라는 존재가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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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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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블랙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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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 높은 곳을 향한 욕망, 그 끝은 어디인가

💡에베레스트, 꿈인가 무덤인가

에베레스트는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목표이자, 가장 깊은 절망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다.
존 크라카우어는 기자이자 산악인이었고, 이 위대한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1996년 5월, 그는 정상이 아닌 죽음의 무대를 마주했다.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는 단순한 자연의 위력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과 판단착오가 겹쳐진 결과였다.
그는 이 책에서 극한의 생존 기록을 풀어놓으며, 등반이 단순한 성취의 과정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한계를 시험하는 싸움임을 보여준다.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남기고, 죽은 자는 무엇을 남겼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책을 덮을 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은 정복의 대상인가, 아니면 인간을 시험하는 최후의 무대인가?

💡살아남은 자의 무게

생존은 축복이 아니라, 때때로 고통이다.
크라카우어는 산을 내려왔지만, 그는 살아남은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우리는 그가 짊어진 생존자의 죄책감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같은 팀의 동료들은 죽어갔고, 그를 포함한 일부만이 살아남았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를 가른 것은 체력이나 경험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닥쳐온 악천후, 판단의 순간, 그리고 운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운명 앞에서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다.
크라카우어는 생존 후에도 긴 세월 동안 죄책감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 했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야만 했다.
그의 글은 기록이 아니라 고백이고, 증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묻는다.
생존은 축복인가, 형벌인가?

💡에베레스트의 상업화, 누구를 위한 등반인가

이 책이 단순한 생존기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크라카우어는 이 책에서 상업화된 등반 산업이 어떤 위험을 초래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과거에는 오직 경험과 실력을 갖춘 산악인들만이 도전하던 에베레스트가, 이제는 돈만 있으면 오를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가이드들은 고객을 위해 위험한 결정을 감수해야 했고, 장비와 산소 부족은 필연적인 참사를 초래했다.
산은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산을 대하는 방식이 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정상에 서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성공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에도 에베레스트의 상업화는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매년 더 많은 시신들이 그곳에 쌓이고 있다.

💡인간은 왜 위험을 향해 나아가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높은 곳을 바라본다.
크라카우어 역시 이 책을 통해 묻는다.
인간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도전에 나서는가?
산을 오르는 것은 단순한 성취가 아니라, 스스로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다는 욕망, 생존의 본능과 싸우고 싶다는 충동이 우리를 정상으로 이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묻게 된다.
그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 모든 걸 걸 만큼 가치 있는 순간인가?
크라카우어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는 단지 자신의 경험과 목격한 비극을 기록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기록을 읽으며 깨닫는다.
인간은 끝없이 도전하는 존재이며, 때로는 그것이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도전의 순간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서평 요약

1996년 에베레스트 참사를 기록한 <희박한 공기 속으로> 는 단순한 등반기가 아닌 생존자의 고백이자 증언이다.
저널리스트이자 등반가인 존 크라카우어는 극한의 환경에서 벌어진 인간의 선택과 실수를 파헤치며, 상업화된 등반 산업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산을 정복하려던 인간들은 오히려 산에 의해 압도당했고, 생존은 기쁨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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