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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빨간책 - 요즘 사춘기 아들을 위한
푸른아우성 지음, 구성애 감수 / 이너북 / 2025년 5월
평점 :
필자가 학창 시절을 보내던 90년대와는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많은 것을 접하거나 배운다. 그 중 성적인 콘텐츠에 노출이 있는데, 이는 올바른 정보라기보다는 자극적이면서 기형적으로 생성된 내용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를 의도하지 않아도 아주 쉽게 접하도록 해놓은 데 있다. 아무리 차단하고 방어벽을 쳐도 그때뿐. 청소년들은 잘못된 성 지식에 무방비로 놓여있다.
잘못된 성 지식뿐 아니라 성범죄에도 노출될 수 있다.
각종 딥페이크뿐 아니라 몸캠피싱, 채팅앱 등등을 통해 성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갈수록 고도화되고 지능화되는 성 문제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곧 사춘기를 맞게 될 초5 아들을 보니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같기만 한데, 사춘기 성의 전쟁터(?)로 내보내려면 잘 알려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나부터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펼쳐 든 사춘기 대비용 성교육 책이 《요즘 사춘기 아들을 위한 아우성 빨간책》이다.

사춘기 아들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44가지의 질문을 담았다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곧 부모나 주변 어른이 함께 이야기할 부분이라 여겨지기에.
과연 그 질문들에 대한 느낌은 목차만 읽어도 파악이 된다.


목차 하나하나 정말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제 생활 속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각 파트별 끝에는 〈부모님 궁금증〉과 〈함께 읽는 성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도 첨부했다.
파트 1에서는 음경이나 고환 등의 생김새나 크기, 포경이나 정관수술, 자위 등 남자의 몸, 신체 변화 등에 대해 다룬다.
그 중 많이 와닿았던 것은 조루와 지나친 자위를 걱정하는 고민이었다.
조루는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따져 봐야 합니다. 빨리 사정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만족하면 조루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길게 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힘들어하면 조루는 아니더라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성관계를 하지만 서로 조화롭게 가지 못하고 혼자 하는 상황입니다. 성을 관계로 보는 성 개념 속에서 얼마나 서로가 조화롭고 만족스럽게 일치할 수 있느냐를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합니다. ‘조화롭게 일치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성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41쪽
중독의 반대는 ‘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란물과 자위가 주던 기쁨을 다른 즐거움으로 채워야 합니다. 정통으로 성을 공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자와 남자의 몸 공부도 시작합시다. 앞으로 꿈꿔야 할 멋진 성을 알면 음란물도 시시해집니다. 음란물을 계속 보더라도 기준을 갖게 됩니다.
남자는 평생 성 에너지와 싸워야 합니다. 특히 사춘기 때, 이 에너지를 잘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10대 때 행동의 기준을 세우고 배려의 기본기를 잡아야 합니다. -48쪽
사실 성에서 조화롭게 일치하는 능력은 평생 고민해야 하는 관계의 능력인 것 같다. 20여 년간 결혼생활을 해보니, 부부 간의 성이란 대화나 정서적 교류와 마찬가지로 애정을 담아 서로 조화롭게 일치하는 것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에 더욱더 와닿는 구절이었다. 우리 아들들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더욱 폭넓고 풍부하게 아름다운 성을 배우고 익혀나갔으면 한다. 성 또한 음란물 등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탐구를 해야 할 것이다.




파트 2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성 교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아이들을 위한 조언이 담겨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는 시기도 다르고, 첫 경험의 시작도 다르기에 기준을 타인에 두지 말고, 본인의 가치관과 속도에 따르기를 말한다. 특히 남자들만의 과장된 이야기에 너무 개의치 않도록 당부한다. 특히 첫 경험은 아주 소중하기에 사랑 없는 성 경험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 성관계 후 관계가 더 깊어지고 상대방이 소중해지는 것인데 쾌락만을 위해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당연히 그에 따르는 책임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임신 가능성도 있기에 더더욱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사랑과 생명에 대해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첫 경험은 평생 이어지는 성생활에 대한 기준이자 성을 대하는 태도와 연관되기에, 이 시기에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참고하여 경험이 쌓여 자신만의 기준이 쌓이도록 기다리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른 성관계는 득보다 실이 많기에, 18세 전후로 내·외부 생식기가 완성된 이후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나이에 성관계를 계획하도록 하자.
Part 3은 성정체성, 음란물, 몸캠피싱,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 대처법 등을 소개한다.
사실 가장 눈여겨보고, 무서움을 느꼈던 파트이기도 하다. 사실 아들에게 이런 일들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싶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 중 성과 관련한 사안이 생겼을 때 해결 과정을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성과 관련된 사건이 생기면 가족 입장에서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정부터 하게 됩니다. 힘들어도 일단 인정해야 문제가 풀립니다. 일단 사과하십시오. 여기서 ‘인정한다’는 뜻은 상대방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보다는 상대방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미입니다.
내 아이(가해의 입장)한테 먼저 물으면 안 됩니다. 내 자식 입장이 되어서 다투고 잘못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철저하게 피해 아이 입장에 서서 사실을 파악하고 느껴야 합니다. 가해자 쪽에서 이렇게 대응하면 50% 이상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발생 장소에 가서 상황을 그려 보고 조카의(피해자) 상태도 확인합니다.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조카의 입을 통해서 듣고, 조금이라도 억울함이 없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정황을 파악하면 아들이 거짓말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아들이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겁주고 몰아붙이면 혼나지 않으려고 변명하고 거짓말을 합니다. 부모로서 아들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아이가 나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주세요. 이 단계를 잘 밟아야 아이가 솔직하게 자신이 한 행동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고찰하는 과정입니다.
- 164~165쪽
몸캠피싱도 딥페이크와 더불어 요즘 많이 일어나는 사안인데 이에 대한 내용도 고민으로 나온다.
아들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이해하기 어렵지요? 우리 아이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스마트폰과 채팅은 성뿐만 아니라 우정을 경험하는 일상적인 공간입니다. 게다가 성욕, 호기심은 있고 몸캠피싱 범죄도 제대로 모르기에 겁 없이 시도한 것입니다. 전두엽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미래나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중요시하고 충동적인 판단을 하기 쉬운 때입니다. 아이가 속해 있는 문화를 이해하고,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고 격려해 주세요. 법적인 조치와 함께 아들에게는 채팅 앱을 비롯한 SNS 사용 교육과 성교육 해주기를 바랍니다.
-168~169쪽
동의와 ‘No’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 주세요. 말과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원하는 상태가 동의입니다. 그러지 않고 우물쭈물하거나 마지못해 한 느낌이 있더라도 넓은 의미에서는 ‘No’입니다. 말뿐만 아니라 눈빛, 몸짓, 말투로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 주기 바랍니다. 더불어 두 친구의 사이가 평등한지 살펴보세요. 싫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 수 있다는 점도 짚어주기를 바랍니다. - 176~177쪽

요즘처럼 성 관련 뉴스가 자주 등장하는 시기에 부모, 특히 아들을 둔 부모님들은 더욱 노심초사해진다. 혹시나 호기심과 충동에 못 이겨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될까 두렵다.
하지만 책에서도 강조했듯이 미성숙한 시기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점을 알고 부모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그 아이 자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하겠다. 또한 만일 이러한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부정적인 성 경험이 아니라 어두운 성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알려주어서, 솔직히 말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를 계기로 긍정적인 성적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직 사춘기의 문턱조차 넘지 않은 아들을 둔 엄마에게 이 책은 무엇보다 소중한 지침서로 다가온다. 모든 학부모, 보호자,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