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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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지?

뜻대로 되지 않는 학업, 비교투성이인 친구 관계, 벗어나고 싶은 집과 부모님의 기대.

하고 싶은 게 뚜렷하지 않아 곧 제출해야 할 대입 원서로 혼자 고민하던 그때의 나는 너무나 어두컴컴하여 될 대로 되라는 무력감이 한가득이었던 거 같다. 뭐가 그리 복잡한지 지금 그 고민을 하라고 하면 에너지가 없어 포기할 듯하다.

그래도 그때, 나름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였기에 그래도 편안한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열아홉 살의 나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고 싶다.

모두 똑같은 표정,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요즘 19살 보통의 청춘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신간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은 35년간 아이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상담해 온 중고등 진로 진학 상담교사의 이야기라 더욱 관심이 갔다.



책은 불투명한 진로 앞에 선 23명의 열아홉 청춘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혼자 지내는 금쪽이부터 신학과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영리한 북한이탈주민, 어릴 때부터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던 수학 천재, 4년제 대학을 꿈꾸는 9등급 입시 준비생까지. 각기 다양한 사연으로 앞날을 고민하고 길을 찾아 헤맨다.


이들에게 기꺼이 등대가 되어주고, 응원을 해 주는 어른이 있다.

사연을 읽다 보면, 그 내용은 다르지만, 가만히 곁에서 들어주는 한 사람으로 인해 이들은 마음을 열고, 자신을 들여다본다. 때로는 그 캄캄한 밤의 항해를 직접 해 주고 싶고, 함께 거들어주고 싶어 하지만 그저 제자리에서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와 같이 저자 문경보 선생님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그들 내면에 이미 자라고 있는 ‘회복 탄력성’을 믿기에. 아이들은 이런 어른이 계시기에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해 용기 내어보고, 도약한다.


등대의 마음으로 글을 썼다.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할 때 함께 바다를 여행하지는 못해서 아쉽고 안타깝지만, 늘 밤이면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 언제나 돌아오면 그 자리에서 맞이해주는 등대. 그 등대의 마음으로 글을 썼다.

- 5쪽 〈여는 글〉 중에서


이 책 속 이야기는 아이들이 스스로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나온다. 비록 그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훗날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기록하며 담담히 지켜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믿으며 그 과정을 바라보고 지지한다. 그 시선이 참 따뜻하고 읽는 내내 위로가 된다.


“선생님, 저 진짜 광운대학교 졸업했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대학교에 꼭 입학하라고 하셨어요. ...중략... 그리고 저에게 선생님과 잘 지내라고 하셨어요. 할머니가 이 세상 떠나고 나면 부모님 같은 어른 한 명이 제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학원에 다니고 대학에 합격했어요. 스카이 노래방 사장님이 PC방을 운영하시는 것을 도와드리다가 제가 인수하게 되었고요. 여기 장사가 꽤 잘되는 곳이에요.” - 44쪽 <4년제 대학을 졸업한 9등급 손자> 중에서


어느 세상이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유일한 네가 존재한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그럴 때 우리는 플랜A를 위해 투자했던 것들을 플랜B에 적용하는 유연한 몸짓도 할 수 있단다. 그러다보면 플랜C, 플랜D, 플랜E와도 자유롭게 만나는 삶을 살 수도 있고 말이야.

- 34, 35쪽 <의학이나 심리학보다 네가 크다> 중에서

이 책은 방황의 시기를 살아가는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책이지만, 이들은 대하는 어른, 아직 길을 찾아 떠나는 이들 모두에게 위안을 주는 책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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