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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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용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린디 심프슨 강간 사건을 회고하면서 용의자들을 하나씩 추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책은 범인을 찾아내는 단순한 서스펜스 스릴러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 책은 십대를 관통하는 여러 사건을 겪은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고해성사이다. 이혼한 엄마는 아빠를 못 잊고, 짝사랑하던 동네 친구 린디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해나 누나는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고, 잠시 활동을 멈춘 화산 같은 동네 친구들과 이웃들은 크고 작은 비밀들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주인공은 주변인으로 '행동하지 않는' 그저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 모습에서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점점 상황에 개입하려고, 행동하려고 하며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린디의 사건은 이 책의 큰 축이 된다. 린디의 서사를 읽다 보면, 강간을 당한 피해자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범인을 찾는다는 이유로 악몽을 수차례 떠올리며 복기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폭력임을 알게 된다. 범인을 찾는 것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전적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잊는다. 사회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씻는 방식은 늘 적나라하고 천박하다. 린디가 경찰차 뒷자리에 앉은 주인공에게 퍼붓던 말들은 수많은 강간 피해자들이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한 소년의 성장 속에서 다양한 사건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어떻게 삶에 영향을 주고 그 방향을 바꾸는지 보여주는 성장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인생, 가정과 이웃, 사회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한줄기 햇살같은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준다. 무엇보다 탄탄한 문장들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이 모든 고백과 회고는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중반까지 린디인가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 기억들은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꿈으로, 어쩌면 스쳐 가는 회상으로, 그 자체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인 인간의 정신을 예기치 못하게 뒤섞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368p)

📖 진실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진실이란 그보다는 더 복잡한 문제가 아닐까? (407p)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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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디저트 - 우리 집이 베이커리로 변신하는 레시피
우치다 마미 지음, 김유미 옮김 / 테이스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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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디저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는 다양한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한다.

지금은 제철 과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계절 내내 원하는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두나 복숭아, 무화과는 제철의 맛을 따라잡지 못 한다.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맘껏 만들어 먹자. 🍑🍐🍎🍏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무발효, 무반죽 스콘이나 밤버터, 세르벨드카뉘 같은 생소한 것들도 소개가 돼 베이킹 의욕을 일으킨다.

요새는 베이킹 재료들을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재료가 남는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비슷한 디저트들이 많아 야무지게 재료를 소진할 수 있다.

오늘은 체다치즈스콘과 #세르벨드카뉘 라는 처음 들어 본 스프레드를 만들었는데 클로티드 크림과는 다른 싱싱한 허브 향이 나는 스프레드와 스콘은 찰떡떡궁합이다. 😋

칼로리는 맛지수, 만들어서 즐겁게 먹으면 최고. 😊

👩‍🍳 테이스트 북스 서포터즈 자격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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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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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sf 소설가, 어슐러 르 귄이 10년간 (1976~1988) 강연, 에세이, 조각 글, 서평들을 모은 책이다. 각 글들은 네 개(페미니즘, 사회적 책임, 문학&글쓰기, 여행)의 갈레 표시가 돼 있다. 특정 경향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들은 골라서 읽을 수 있다.

제3의 변화인 폐경기와 노년기를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녀의 글은 나에겐 특히 위로가 되었다. 비록 3,40년 전에 쓰인 글이어서(이후,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 때마다 수정하지 않고 파란색의 텍스트들을 덧붙였다.) 페미니즘이 설파되고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요즘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남성적인 사회통념과 윤리가 뿌리 깊이 남아 있는 듯하다. 젠더리스한 사회를 다룬 그녀의 작품 <어둠의 왼손> 통해 남성과 여성이 완벽하게 동등한 사회를 상상해 본다. SF 소설에서는 어떠한 상상도 가능하니.

과거 올콧과 콘래드를 비교하여 주부-예술가의 현실을 보여준 글은 가정, 육아와 글쓰기를 함께하는 글 쓰는 여성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지를 보여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나, 어슐러는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딱 한 가지는 자기만의 방도, 남편의 협조도 아이가 없는 공간도 아니라고 말한다. 종이와 연필을 들고 정신의 호숫가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짧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만은 책임이 있고, 자주적이고 자유롭다고.

페미니스트이자 sf 소설가인 어슐러의 글들을 읽고 나면 그녀의 소설들을 읽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일관된 그녀의 여성과 사회와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게 느껴진다. (이런 글들을 책들을 집에 앉아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소설이든 강연이든 글이든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에 애썼던 그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찾기 위해, 잃어버린 세상의 끝에서 춤을 추는 그녀를 상상해 본다.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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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이종필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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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제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은 물질계, 생물계, 디지털 세상이 하나로 통합되는 혁명이다.

이세돌 이후, 알파고에 대적할 인간 적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팬데믹 상황으로 온라인 일상은 익숙해졌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 회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특히 과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한국에서의 인재(한국형 인재)는 암기 잘하고 계산 잘해서 좋은 성적을 얻어 좋은 대학에 가는 사람들을 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창의성보다는 기술적인 힘만 강조하다 보니 창의적인 일, 특히 과학 분야에선 치명적이 되고 있다.  알파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혜의 공유와 체화로 방향을 틀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로 세상을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분야별 경계가 희미해지고, 학문별 융합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융합'은 시대적 흐름을 타고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혼합'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융합의 본질은 '새로운 결과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 창출의 플랫폼이 중요하다. '과학'은 가장 훌륭한 지식 창출 플랫폼'이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지식 창출 자체를 코디네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어떤 지식들을 습득해야하는지 선택 능력) 이것이 21세기 문법에 의한 새로운 생각의 회로다.

과학은 인간에겐 어려운 자연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이는 우주 전체의 공통적이고 보편적 언어이며 객관적인 지식체계다.  저자는 기초과학이 정보 생산의 최선두에 섰지만, 경제적 이득을 강조하는 사회 풍토에 등한시되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과학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환원주의는 자연을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자연에 대한 제어와 통제가 가능하게 한다. 

과학이 작동하는 원리는,
ㅡ어느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말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라. 닥치고 외워라는 미덕이 아니다.
ㅡ국경을 초월한 공유 정신, 초협력. 이는 빅사이언스를 이루는 힘이다.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뉴노멀 시대를 맞아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최근 읽은 과학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들어 온 것은,
과학을 여태까지 경제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 기술발전의 결과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자세로 적당하지 않으며 우리는 과학을 과정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보니 생소한 이론과 용어들이 많이 나왔지만 읽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음 세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유익하게 읽었다.

* 본 서평은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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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답이라는 해답 - 과학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태호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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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과학이 '결론의 과학'이라면 이 책은 과학은 평범한 선구자들의 오답과 탐구의 레이어들이 켜켜이 쌓아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 꿈이 과학자인 아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로 해외의 유명한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을 많이 언급했다. 이 책에서 다룬 한국 과학사를 읽고 나면 시대와는 상관없이 탐구와 호기심, 열정으로 과학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많은 한국 과학자들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한국 과학자라고 하면 '씨 없는 수박'의 우장춘 박사를 떠올리지만, 오히려 그는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배추 속 원예 작물의 유전 연구와 품종개량을 연구했다고 한다. 이름도 낯선 많은 과학자들이 시대적 상황 (일본 강점기, 한국 전쟁 등)으로 그들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연구를 어어 나가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시대적 특수성으로 외국인 과학자들의 기여를 무시한 채 한국 과학사를 얘기 할 수 없다. 노벨상 후보까지 거론됐던 김양하 씨가 월북함으로 그 이후 행적을 알 수 없게 된 사실도 참 안타깝다. 이런 한국 과학사를 학창시절에 배웠더라면.

저자는, 과학영웅을 찾거나 과학이라는 것을 오로지 산업과 경제에 이바지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고, 과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즐기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한다.

과학이라는 분야야말로, 과학자들의 오답에 관대하고 그들이 결과 지상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간의 문을 열어 두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과학자들의 과학 자체에 대한 즐거움과 호기심이 퇴색되거나 지치지 않도록 말이다.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위하여.

📖 과학은 우리가 감각으로 경험하는 것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우리 감각과는 다른 사실들을 알려주곤 한다. (47p)

📖 대표적인 상징이나 문장 하나로 인물을 기억하려는 우리의 버릇도 반성해 보아야 한다. 무조건 '간단 요약'을 선호하는 마음을 파고드는 데는 속설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149p)

#서평단자격으로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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