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얼굴들 - 빛을 조명하는 네 가지 인문적 시선
조수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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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는 일정한 색의 빛을 흡수하고, 일정한 색의 빛을 반사하는 '성질'만 가질 뿐,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은 빛으로부터 나온다. (30p) 그래서 우리의 본다는 감각은 불완전하고 연약한 감각이다. (27p) 사과를 보더라도 대비가 큰 직사광이 비치는 곳에서 보는 것과 비교적 부드러운 천공광이 있는 곳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빛이 끊임없이 산란하고 반사하며 이 세상을 채우고 있기에 우리의 '본다'라는 것은 그 장소, 시간에 '보인다'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1,2장 전반에 걸쳐 빛의 다양한 성질과 조명을 과학적으로 쉽게 잘 설명해 준다.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정리해가며 읽었다. 꼼꼼하게 읽고 나면 공간의 조명 설계는 단순한 미적인 면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독 하루 종일 해가 드는 남향을 고집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특정 향을 고집하지 않고 빛의 방향(동, 서, 남, 북향)에 따라 적절한 조명을 이용하거나 자연광을 활용해 빛을 최대한 활용한다. 우리 집은 동향인데, 나는 아침에 눈부시게 직사광이 내리는 거실이 좋고 오후 늦게 노랗게 노을빛이 드는 주방을 좋아한다. 어느 향이든 다양한 빛의 즐길 수 있다면 굳이 특정 향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나도 생각한다.

조명의 밝기와 설치 위치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설명하며, 공간을 이용하는 대상에 따라 왜 빛의 제어, 조명계획이 이뤄져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도심의 과도한 야간 조명 사용이나 생태계를 위협하는 조명 과소비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야기하며 이기적인 마음을 지적하고 '배려'를 이야기한다.

태초의 빛에서 시작해 저자는 사람, 공간, 사회, 환경분야까지 두루 빛에 대한 자신의 인문학적 소견을 이야기한다. 빛이 이렇게 대단한 거다.

우리는 빛이 있기에 색을 경험하고 자연을 느낀다. 책을 읽는 동안, 빛의 다양한 이면을 경험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은 직사광, 천공광, 조명 등 다양한 빛을 부러 경험하기도 했다. 빛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공간이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고, 머릿속이 빛으로 차오르는 느낌이다.

🔖사물의 색은 서로에게 묻게 되어 있어.(159p)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빛은 단순히 그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창이 모여 건물이 되고, 건물이 모여 마을이 되어 밤의 모습을 만든다. 그렇게 각각의 창은 마을과 도시의 빛이 되고, 그곳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 준다. (263p)

🔖도시는 환하게 밝혀 놓고, 각자 침실은 암막 커튼으로 빛을 가린 채 잠자는 인간의 모습이 이 땅의 다른 생명들에게는 매우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272p)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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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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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무섭고 두려운 건 건강 문제도 있지만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그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적 무쓸모의 카테고리로 분류된다는 두려움이다.

콜로니 운영사 측은 공식적 직업이 없는 노인들의 무쓸모를 이유로 이주 처리 비용 조차 청구하며, 오필리아를 콜로니에 두고 가든 데리고 가든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쓸모 없어? 지금 나를 쓸모없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공식적인 직업 없이 정원과 집을 가꾸고 요리를 거의 도맡아 한다는 이유로?(34p)

70대 할머니 오필리아는 콜로니가 소개될 때 혼자 남아 남은 인생을 눈치 보지 않고 실컷 죽겠다 다짐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혼자 만의 시간을 누리던 그녀에게 스콜이 지나간 어느 날, 괴동물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괴동물이 흔히 SF에서 보던 무섭고 기괴한 괴물들이 아니다. 사람과 다르게 생겼을 뿐, 그들도 나름의 공동체 운영 방식이 있고 의사소통과 감정의 교류는 인간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필리아가 괴동물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며 언어를 가르치는 방식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치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를 키우듯 하나하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오필리아는 영락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내 이름은 자가주'라는 그림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습의 아들을 대하는 부모처럼 오필리아에게 괴동물들은 그저 겉모습만 다르다 뿐 천방지축 아이들이다.

책의 중간 중간에 괴동물(종족)편에서 서술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들의 시선과 오필리아의 시선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괴동물들은 인간과 달리 🔖오필리아에 대해 지켜볼 가치가, 배울 가치가 있다. (190p) 판단을 내린다.

🔖지금은 내 괴동물들이 내가 정한 한계를 존중해, 나를 존중해 (1231p)

괴동물은 오필리아의 모든 행동과 경험을 존중해 그녀에게 임신한 괴동물의 출산과 육아를 돕는 둥지수호자 역할을 부탁한다. 우여곡절 끝에 출산 과정에 동참하며 오필리아가 느꼈던 감정은 종을 뛰어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들과 느낌들이 소환된다. (304p)

지식은 뛰어나지만 지혜가 없는 사람들 (탐사선의 학자들), 그들은 지식의 우월함을 앞세워 못 배우고 늙어 생각이 느린 사람들을 폄하하고 무시하지만, 인생의 문제들이 늘 지식으로만 풀리던가. 괴동물과의 순조로운 상생과 협약은 오필리아라는 한 늙은 여인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으리라.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지식으로 괴동물을 판단하고 폄하할 뿐.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지식의 결과물에 대한 집착만 가득하다.

늙었지만 당당한 오필리아, 가끔 툭툭 내뱉는 그녀만의 유머 스타일도 좋고 시니컬한 말투도 좋다. 무엇보다도 괴동물에게 따뜻하게 내미는 그녀의 앙상한 손이 좋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바람대로 인생을 마무리하게 돼 넘 기쁘다. 🥲

🔖좋은 둥지수호자는, 파란 망토는 설명했다, 새끼들이 모든 것에 관해 최대한 많이 배우기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기를, ㅡ열광하기를 ㅡ바란다. 나쁜 둥지수호자는 새끼들이 계속 같은 것에 만족하게 만들어 그들이 안온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368p)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 감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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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전지나 그림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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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만 자는 하숙집 같은 곳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 스위트 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영혼의 무덤 같은 곳이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 집이란.

과거에는 제일 크고 멋졌지만,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 쓰레기장 수준의 악취를 풍기며 폐가가 돼버려 동네에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마당에 큰 감나무가 있는 오래된 집이 있다. 동네가 개발되면서 아파트와 큰 건물들이 들어섰고 이 집과 방앗간만이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남은 과거의 흔적이다.

고집스럽게 집을 떠나지 않았던 집주인인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방치된 감나무집은 동네 문제아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고, 어린 자매가 엄마에 의해 몰래 버려지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집주인의 아들이 돌아와 집을 정리하고 고치기 시작하면서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던 집은 동네 문제아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아들과 손자의 상처난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무관심했던 동네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황선미 작가는 이 책에서 집이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또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내도록 기다리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 긴 세월 사람들의 들락거림과 집의 모진 변화 과정을 다 지켜보았을 감나무는 화재에도 끄떡없었던 걸 보니, 다시 돌아올 이들을 위한 노란 손수건이었나 싶기도 하다.

낭독하기 좋은 문장들이어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초등 아이들에게 소리내 읽어주어도 참 좋을 책같다.

🔖가지마요
.....여기 있어요, 나랑. 집에는 아버지가 있어야 되잖아.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기다리는집 #황선미 #시공사
#서평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한달한권서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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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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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과, 나를 울려버린 그림책

역시 안녕달님이다.
순수하고 맑은 감정을, 표정을, 느낌을 단순한 선으로 이토록 잘 살리는 그림작가가 있을까.

아이는 커서
매년 눈이 오는 겨울이 찾아오면,
온 마음 다해서 사랑했던 눈아이를,
달콤한 귓속말에 귀가 녹아도 자지러지게 웃고,
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던,
자신이 사라지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아 하는,
눈아이의 마음을 다시 한번 품으며,
따뜻한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마음을 마음으로 대할 줄 아는,
눈아이 같은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가슴 찡한 몇몇 장면들은 이 겨우내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 왜 울어?
.....⛄ 따뜻해서.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 응

*가제본을 창비(@changbi_insta )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추천그림책 #아름다운그림책 #인생그림책
#눈아이 ⛄ #안녕달 #창비 #창비그림책
#그림책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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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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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행성이 죽어가자 지구로 피신해 온 외계인 누브족 무리. 그들은 식물을 매개로 태어나고 인간처럼 살아간다. 누브족은 외양으로는 인간과 구분되기 힘들지만, 그들에겐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선연산 아래 브로멜리아드 화원은 인간이 죽여 놓은 땅 위에 외계인 지모에 의해 재건된 생명의 땅이다. 이곳에서 나인이 태어났다.

이 책은 외계인인 누브족이지만 인간 사회에 스며들어 살던 나인이라는 17세 소녀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때마침 박원우라는 학교 선배가 실종된 사건의 실마리를 선연산 식물들과 금옥의 영혼이 스며든 나무의 도움으로 찾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누브족은 공상과학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외계인처럼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고, 지구를 위협하지도 않았다. 몰래 들어온 지구에서 인간들이 정해 둔 규칙에 따라 느긋하게 질서를 지키며 산다. 땅과 식물의 기운을 받아 살게 된 것의 보답으로 다시 식물들에게 에너지로 돌려준다.

그러나, 인간의 법칙에 관여하지 않는 원칙을 깨고 나인과 승택은 지구인 친구들과 박원우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누브족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나인의 기운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방향으로 향해 있다. 그런 기운에 승택도 승복한다.

박원우의 실종에 관계된 권도현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나인이 식물들과 나무들과 접신하면서 펼쳐지는 장면들과 권도현의 방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정말 압권이다. 시각적 묘사가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실감 났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버리는 것'은 지킨다는 것 자체를 전복시키는 무서운 행동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 가을 늦은 밤, 조용한 시간에 책 첫장을 펼치면 새벽 푸른빛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우연. 핑계로 쓰기는 좋지만 실상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 치사한 단어 (132p)

🔖피가 극도로 식으면 어는점에서 굳는다. 끓는점의 폭발은 분노와 모멸이고 어는점의 폭발은 상처와 서글픔같다. (171p)

🔖사랑을 지속하려면 ..그 말에 담긴 온도와 흐름까지 같아야 한다. 관계를 망치는 건 사랑과 외로움. 그 두 가지다.(196p)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216p)

🔖그래서 네 이름이 나인이야. 내게서 난 싹 아홉 개 중 가장 마지막에 핀 아홉 번째. 제일 강했어 (361p)

🔖점이 지대는 죗값을 무를 수 있는 유효 기간 같은 거야...그 영역을 넘어 가면 벌을 받아도 그걸 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388p)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477p)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나인 #천선란 #창비
#k영어덜트 #소설y #판타지소설추천
#서평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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