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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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도의 혹한의 세계에서 사는 주민들의 노동으로 얻은 전력 에너지로 일부 운영되는 인공의 세계, 스노볼. 스노볼의 주민들은 액터 또는 디렉터로 그들의 리얼한 삶을 팔아 살아간다.

재난 이후, 희망을 상실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거짓 세계 스노볼을 만들어 동경하게 만든 이본 그룹, 이본 그룹은 사람들에게 스노볼의 환상과 희망을 주고 그들의 노동력으로 얻은 전력을 갈취한다. 이본 그룹에 의해 선택된 액터, 디렉터들도 인기도에 의해 스노볼 주거권이 주어지기에 액터, 디렉터들은 스노볼 안에서도 경쟁 싸움이 치열하다. 스노볼은 결코 동경할만한 유토피아가 아니다.

1권은 '고해리 프로젝트'의 진실을 알기까지 속도감 있게 몰입해 읽었다. 2권은 반전의 반전을 보며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소설을 읽으며 여러 영화들(설국열차, 헝거게임, 트루먼 쇼 등)이 복합적으로 떠올라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며 읽는 게 어렵지 않았다. 또한, 각 캐리터들이 활어처럼 살아있어 몰입이 잘 됐던 것 같다. 지금같이 추운 시기에 딱 맞는 소설이다.

자상한 이미지의 가면을 쓰고 자신의 제국을 유지하고 살인은 물론, 사람을 한낱 도구로 이용하고 온갖 거짓을 은폐 하려는 이본 그룹이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액터들의 인권을 짓밟고 살생까지 서슴치않는 디렉터들, 스노볼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범죄자들이나 반역자들을 비인간적으로 이용하는 운영 시스템 등,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면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마지막, 이본 그룹을 무너뜨리려던 신이채 대표의 숨은 그림은 소름 돋는다.

전초밤이라는 소녀가 거대 제국 이본을 무너뜨리기까지의 여정을 바라보며 끝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과 그에 맞선 꺼질듯하면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희망과 정의, 뻔하지만 다행이다.

영화화가 결정됐다는데, 스노볼과 거울 엘리베이터, 지하관 등을 어떻게 구현해 낼지 무척 궁금해진다.

🔮❄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생존하기에는 결함을 지녔어요,....다들 공포를 잊으려고 남의 사소한 결함에 집중하는 거죠.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고 싶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영웅은 타인을 위해 세상을 구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거야

🔖네가 오늘 한 가지를 포기했다고 해서 내일도 똑같은 상황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지는 마. 내일이 오면 이본은 네게 두 가지를 포기시킬 거고, 모레가 오면 세 가지를 포기시킬거야. 그렇게 네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 테고, 결국 네가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것마저 모조리 빼앗기겠지.

#스노볼 #박소영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생존게임 #sf소설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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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보다 몽롱 - 우리 여성 작가 12인의 이토록 사적인 술 이야기
허은실 외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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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
사울 레이터의 사진 위로 와인이 튄 자국인 듯한 표지가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이 책은, 여성 문인 12명이 쓴 '술'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이다.

세상을 너무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로만 들여다보면 너무 선명하고 날카롭게 보이니깐, 눈을 돌리고도 싶으니깐, 그 유리를 조금 뿌옇게 만들면 세상이 조금 부드럽게 보일까, 나에게 조금 다정할까 싶은 마음에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인다. 작가에겐 창작의 불씨를 던져 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보게도 한다. 그러나, 술은 깊은 후회의 나락으로도 떨어지게 만드는, 천사와 악마의 이중성을 가진 요물이다.

내가 술을 한창 마시던 시절에는 여자 혼자 혼술 하는 일은 쉽게 상상되지 않던 때다. 언젠가 딱 한 번 친구랑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헤어졌는데 너무 아쉬워서 좋아하는 바에 혼자 간 적이 있었다. 바에 앉아서 칵테일 한 잔을 시키는데 그 취한 와중에도 옆자리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였나, 건드리면 쉽게 넘어올 여자처럼 보였나. 기분 좋게 들어 왔다가 기분 잡치고 나갔던. 그 이후론, 혼자 술마시러는 절대 가지 않았다.

나도, 술에 얽힌 일화가 참 많다. 말하기 부끄러운 일도 있고생각하면 슬퍼지는 일도 있고, 뱃속을 간질이며 웃음이 나는 일도 있고 얼굴이 붉어지며 화가 나는 일도 있다. 12편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가 자꾸 떠올라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특히, 결혼 전, 음악동호회 사람들과 카페를 빌려 밤새 재즈와 락을 들으며 술 마시고 떠들던 추억은 실로 오랜만에 꺼내본다. 술병 탑을 쌓으며 먹던 주량은 기나긴 임신과 육아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져 지금은 맥주 한 잔이나 와인 한 잔이 딱이다. 술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누구든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혼술 하러 술집에 들어왔다가 12명 손님 (심지어 작가님들!!) 들과 각각 한 잔씩 주고 받으며 웃다가, 심각해졌다가, 슬프다, 흠뻑 취해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 든다.

여자 혼자 술 마시는 일이 아무렇지 않고, 술에 취해 혼자 밤거리를 걷는 일이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이 범죄의 감형 이유가 되거나, 폭행의 변명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

🔖다시 고백하자면 나는 술이 좋다. 구체적으로는 술 마실 때의 기분이. 정확히는 연분홍 빛깔의 적당한 취기와 몽롱이... 영롱보다 몽롱. 또롱또롱보다 헤롱헤롱이 좋다. (29p)

🔖누구나 자유롭게 혼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그저 술을 좋아하고 즐길 뿐 어떤 의도가 있어서 취하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정말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집이 내 안식처이자 감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53p)

🔖인간의 역사는 술과 함께했고 모든 예술은 술에 빚지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95p)

🔖한 잔의 와인이나 커피는 삶을 잠시 멈추게 한다. 그 시간이 주는 여유와 평화로움은 '해야만 하는' 인생의 숙제들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또는 '하고 싶은' 게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171p)

🔖돌아보면 애틋하지만, 애상도 오래되면 질척해진다. 폭음 뒤에 겪는 숙취처럼. (192p)

🔖취하면 그 순간만은 누구와든 둘도 없이 가까워지는 기분, 친밀감, 동질감, 바로 거기에 중독되었던 게 아닐까. (208p)

#에세이 #에세이추천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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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콜레트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소피 앙리오네 지음, 마투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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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죽은 동생 조에의 딸, 콜레트의 후견인이 된 아누크가 콜레트의 양육권을 갖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매지간이긴 하지만, 한동안 떨어져 각자의 인생에 집중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조카의 양육에 대한 책임을 맡는다는 건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파리에서 사서로 일하며 혼자 살아가는 아누크에게 의지가 되는 것은 상상의 인형 친구들과 책들 뿐이다. 그런 건조하고 따분한 일상을 살았던 아누크 이모의 마음을 촉촉하고 따뜻하게 채워나갔던 콜레트, 그리고 아무에게나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콜레트는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아누크의 노력과 사랑으로 길들여진다. 사랑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

외로웠고 한때 상처도 받았던 아누크와 콜레트가 서로를 감싸주며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사랑스럽고 과장되지 않고 잔잔하게 전개돼 있고 무엇보다 글의 내용에 잘 맞는 마투의 그림들이 좋다. 단순한 선과 알록달록한 색들은 마치 건조한 인생이 아름답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양육권을 행사할 수 없고, 피양육인의 의사와 환경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프랑스의 법이 참 인상 깊다.

🔖엄마 말로는 자매는 안 보고 살아도 항상 자매라고 했어요. (37p)

#나의콜레트 #소피앙리오네 #마투
#etpuiscolette #sophiehenrionnet
#mathou #시공사 #그래픽노블
#한달한권서평단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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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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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는 부동산이 아닐까.

어쩌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 보면 날선 글들에 놀라 나오곤 한다. 집은 곧 돈, 자산이고 자신의 자산에 손해가 입혀질까 매번 정부 정책에 민감하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아파트만 존재하는 것 같다. 대학 서열을 만들듯 지역과 아파트 브랜드에 따른 줄 세우기는 늘 나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이 책은 엄마의 죽음으로 갑작스레 세대주가 된 공시생 영선이 우여곡절 끝에 영끌해서 수도권에 아파트를 매수하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 속에, 취준생, 세입자, 비정규직, 주택 담보 대출, 요동치는 집값 등,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다.

집은 팔지 않는 이상, 돈을 깔고 앉아 있는 것이기에 시세란 부동산 앱에 나타난 숫자에 불과하다. '거인(대출)의 어깨'(111p)에 올라 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줄여보지만,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상은 '미래를 저당잡혀 현재를 희생시키는 삶'(153p)이 되고 만다.

회사에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영선이 주변을 멀리하고 늘 혼자인 것을 선택하는 건 관계조차도 비용으로 환원되는 현실을 보여주며, 자의적 고립으로 단단해진 내성은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 휘둘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삶에 제동을 건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 구입은 영선의 공무원이 되는 꿈이나 미래의 계획을 한순간에 전복시킨다. 주거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자산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무리해서 아파트를 구입한 후, 영선은 행복해졌을까? 삶이 더 여유로워졌을까? 집을 갖게 되면서 보여지는 것들, 또 다른 차원의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 가려진 또 다른 경계를 느낀다.

결혼하고 처음 아파트를 사고 등기 서류를 받은 날이 생각난다. 서울 한복판에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은 잠시, 집값에 기분이 휘둘리고 대출금에 허덕이니 집은 더 이상 home, sweet home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 생활비를 압도하는 교육비가 더해지면 어느 순간 '무언가'를 놓아버리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sweet home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위치와 브랜드를 따지는 아파트는 그저 손익을 계산하는 capital로서 존재할 뿐이다. 여전히 매번 집값을 검색하고 자산으로서 가치를 따진다. 어찌 보면 참 슬프고 피곤한 일이다.

집은 무엇인가.
이 책은 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 대출은 빚 맞아요.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대출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과 같죠..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두 발자국만 걸어도 내가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는데 내 발걸음만으로 가려면 이백 발자국을 걸어야 하죠.

📖 누구도 영선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데 어째서 영선의 마음에는 늘 생채기가 남는 것일까.



#세대주오영선 #최양선 #사계절
#서평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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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SALAD -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83가지 요리법 cooking at home 3
김유림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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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하면, 기껏해야 양상추, 치커리, 케일이나 오이 등 흔히 볼 수 있는 야채에 시판 드레싱으로 맛을 내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SALAD라는 레시피북에 나와있는 수십 가지의 드레싱과 83가지의 샐러드를 보니, 샐러드 한 그릇도 훌륭한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 배송으로 갓 따낸 야채들을 쉽게 먹을 수 있고, 다양한 허브나 좋은 오일을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다 보니 다양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게 수월해졌다. 게다가 어려운 조리과정이 없는 편이라 플레이팅만 잘하면 멋진 요리로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샐러드를 만들기 전, 각종 재료들과 도구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드레싱들을 소개한다. 드레싱 종류가 엄청 많고, 맛있어 보여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주재료에 따라 드레싱에 재료를 넣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재로에 따른 재료 손질법과 멋진 플레이팅 요령까지 망라돼 있다.

책의 판형도 크지 않고 딱 적당해, 쉽게 펼쳐 보기 편하고 무엇보다 사진과 설명이 깔끔하고 보기 좋다.

먹다 남은 샐러드를 활용하는 법과 저장 샐러드 레시피는 이 책을 더욱 알차게 만든다.


*본 서평은 테이스트북스서포터즈 자격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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