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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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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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는 부동산이 아닐까.

어쩌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 보면 날선 글들에 놀라 나오곤 한다. 집은 곧 돈, 자산이고 자신의 자산에 손해가 입혀질까 매번 정부 정책에 민감하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아파트만 존재하는 것 같다. 대학 서열을 만들듯 지역과 아파트 브랜드에 따른 줄 세우기는 늘 나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이 책은 엄마의 죽음으로 갑작스레 세대주가 된 공시생 영선이 우여곡절 끝에 영끌해서 수도권에 아파트를 매수하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 속에, 취준생, 세입자, 비정규직, 주택 담보 대출, 요동치는 집값 등,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다.

집은 팔지 않는 이상, 돈을 깔고 앉아 있는 것이기에 시세란 부동산 앱에 나타난 숫자에 불과하다. '거인(대출)의 어깨'(111p)에 올라 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줄여보지만,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상은 '미래를 저당잡혀 현재를 희생시키는 삶'(153p)이 되고 만다.

회사에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영선이 주변을 멀리하고 늘 혼자인 것을 선택하는 건 관계조차도 비용으로 환원되는 현실을 보여주며, 자의적 고립으로 단단해진 내성은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 휘둘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삶에 제동을 건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 구입은 영선의 공무원이 되는 꿈이나 미래의 계획을 한순간에 전복시킨다. 주거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자산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무리해서 아파트를 구입한 후, 영선은 행복해졌을까? 삶이 더 여유로워졌을까? 집을 갖게 되면서 보여지는 것들, 또 다른 차원의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 가려진 또 다른 경계를 느낀다.

결혼하고 처음 아파트를 사고 등기 서류를 받은 날이 생각난다. 서울 한복판에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은 잠시, 집값에 기분이 휘둘리고 대출금에 허덕이니 집은 더 이상 home, sweet home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 생활비를 압도하는 교육비가 더해지면 어느 순간 '무언가'를 놓아버리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sweet home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위치와 브랜드를 따지는 아파트는 그저 손익을 계산하는 capital로서 존재할 뿐이다. 여전히 매번 집값을 검색하고 자산으로서 가치를 따진다. 어찌 보면 참 슬프고 피곤한 일이다.

집은 무엇인가.
이 책은 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 대출은 빚 맞아요.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대출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과 같죠..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두 발자국만 걸어도 내가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는데 내 발걸음만으로 가려면 이백 발자국을 걸어야 하죠.

📖 누구도 영선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데 어째서 영선의 마음에는 늘 생채기가 남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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