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이라는 해답 - 과학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태호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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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과학이 '결론의 과학'이라면 이 책은 과학은 평범한 선구자들의 오답과 탐구의 레이어들이 켜켜이 쌓아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 꿈이 과학자인 아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로 해외의 유명한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을 많이 언급했다. 이 책에서 다룬 한국 과학사를 읽고 나면 시대와는 상관없이 탐구와 호기심, 열정으로 과학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많은 한국 과학자들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한국 과학자라고 하면 '씨 없는 수박'의 우장춘 박사를 떠올리지만, 오히려 그는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배추 속 원예 작물의 유전 연구와 품종개량을 연구했다고 한다. 이름도 낯선 많은 과학자들이 시대적 상황 (일본 강점기, 한국 전쟁 등)으로 그들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연구를 어어 나가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시대적 특수성으로 외국인 과학자들의 기여를 무시한 채 한국 과학사를 얘기 할 수 없다. 노벨상 후보까지 거론됐던 김양하 씨가 월북함으로 그 이후 행적을 알 수 없게 된 사실도 참 안타깝다. 이런 한국 과학사를 학창시절에 배웠더라면.

저자는, 과학영웅을 찾거나 과학이라는 것을 오로지 산업과 경제에 이바지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고, 과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즐기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한다.

과학이라는 분야야말로, 과학자들의 오답에 관대하고 그들이 결과 지상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간의 문을 열어 두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과학자들의 과학 자체에 대한 즐거움과 호기심이 퇴색되거나 지치지 않도록 말이다.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위하여.

📖 과학은 우리가 감각으로 경험하는 것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우리 감각과는 다른 사실들을 알려주곤 한다. (47p)

📖 대표적인 상징이나 문장 하나로 인물을 기억하려는 우리의 버릇도 반성해 보아야 한다. 무조건 '간단 요약'을 선호하는 마음을 파고드는 데는 속설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149p)

#서평단자격으로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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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2021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특별판)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신신 디자인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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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 내용은 물론 책 물성도 훌륭하다. 믿고 보는 배수아 작가의 번역이니 이보다 좋을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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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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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화가, 건축가, 무용가, 배우, 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큼 대중적이고 유명한 예술가들의 불꽃같았던 그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내가 잘 알았던 예술가들은 다시 한번 그들의 작품들을 떠올려보고 잘 알지 못했던 예술가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로서 마주했던 벽이 높았던 시대, 아이를 업고서라도 촬영을 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

부랑자 취급을 당하며 교통사고 후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병원에 방치돼 숨진, 평생을 검소하게 살며 바르셀로나를 가우디의 도시로 만든 주인공, 안토니오 가우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고독과 외로움을 선택했으나 마음 한구석에선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예술로 남기고 그것에 집착했던 뭉크

..... ..33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생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예술은 그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고 처절하게 자신을 던지며 싸우는 전쟁터였으며, 결국 그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피와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잘못된 편견과 싸우고, 예술로 사회를 바꾸고자 열렬히 투쟁했던 이들도 있고 자신 내면의 심연까지 파고들어 오로지 자신에만 집중했던 예술가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 가슴에 거친, 때로는 잔잔한 파동을 남긴다. 그 파동이 내 삶을 어떻게 변형시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을 다 읽고, Peace Piece를 다시 듣는다.
'역사상 가장 긴 자살' (155p)이라고 불리는 빌 에반스의 죽음을 생각하며 듣는 Peace Piece와, 그의 이야기를 몰랐던 때 들었던 느낌은 서로 사뭇 다르다. 전자는 쓸쓸하고 아련한 느낌이고 후자는 나른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이 책은 예술가마다 언급된 곡들,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서 듣고 보고 감상하며 읽으면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유튜브와 구글링하는 수고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즐거운 독서가 된다.

읽다 보니 이 책이 시리즈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니스 조플린이나 존 로드, 케테 콜비츠 등..더 알고 싶은 예술가들 줄지어 있는데.. 🤔

📖 우리가 가진 위대한 보물을 보존해 대중에 보여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207p)

📕 본 서평은 작가정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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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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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주방 창문 너머 길고양이와의 눈마주침 이후로 오랫동안 길고양이들을 먹이고 보살폈던 도대체 작가는, 결국 두 마리의 길고양이(꼬맹이와 장군이)를 식구로 맞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건 한결같았던 도대체님의 길냥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손길이다. 대상에 이름을 짓고 그 이름에 관심을 담아 부르는 건 최고의 애정이 아닌가.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꾸준히 보살피는 일은 추측건데 상당한 애정과 마음 씀이 없으면 안 된다. 행여 길냥이들이 사람들에게 미움받을까 마음 졸이게 되고, 잘못된 손길로 고양이들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들도 고려하게 된다.

특히, 도대체님처럼 본인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길냥이들의 끼니와 안위를 걱정하고 때로는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것이 다정함의 본질이 아닐까.

이 책은 '혼자 겪지 않아도 된다' (206p)는 연대의 감정으로 오늘도 이 도시를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살리는 일에 애쓰는 많은 캣맘, 캣대디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봐봐요,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라며 웃어 보인다.

오늘 밤, 밖에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최소한 나는 그들이 시끄러워서 짜증 내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픈가, 어디 다쳤나 하고 걱정을 하게 되는 마음이 먼저 생길 것 같다.

📖 ..그리고 그들은 사람이 자기들을 신경 쓰고 걱정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건 말려들기 시작했다는 것..(158p)

📙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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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둘리 가정식
박지연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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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삼시 세끼 애들 밥 해먹이느라 지칠 즈음, 이 책을 보고 자극 좀 받았다.🤭

말씀처럼,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처럼 가까우면서 편한 책이 될 것 같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익숙한 식재료들이 좋았고, 어려운 용어들이 불쑥 튀어나와 난감하게 만들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기본 레시피를 익히면 확장 가능한 요리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오징어채볶음, 참치채소전, 감자조림을 만들었는데 아이들도 너무 잘 먹고 말 그대로 밥도둑이 돼 버려 살찔까 걱정까지.

레시피들을 보면 저자님의 킥이 가끔 등장하는데 그게 신의 한 수다. 오징어채볶음에 들기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은은한 향에 감칠맛이 도는 게 이게 바로 고수의 레시피구나 싶었다.

감자조림은 어묵조림, 두부조림 등 무한대 활용 가능한 기본 중의 기본 레시피다.

요새는 밖에서보다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일이 많으니 안주 메뉴들은 너무 반갑다.

냉동실에 있는 문어와 명란을 해동하려고 꺼내놨다. 얼마나 맛이 있으려나 🤭

컨텐츠 뿐만 아니라 책의 제본도 너무 잘 돼, 쫙 펼쳐보기에 쉽고,사진의 퀄리티도 좋아 조리컷만 봐도 군침이 돈다. 쉬운 조리과정으로 요리초보들에겐 진짜 보석같은 책일 것이다.

지치고 물린 내 주방이 다시 활기를 찾는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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