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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평점 :
#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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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감각이 우리를 과거와 밀접하게 이어준다'라는 다이앤 애커먼의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분명히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며 삶의 결을 회복하고 여섯 감각이 펼치는 축제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의 과학적 사실, 사회. 문화에 따른 다양성과 이러한 감각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자극을 받은 감각이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감각은 예술가들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이런 여섯 감각 안에서 인간의 정신과 행동의 비밀들이 드러나고 세상 만물을 움직이는 규칙들과 의미를 발견하면서 인간이 자연과 세계와 우주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한다. '우리의 감각을 다른 종의 감각의 범위 안에 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마음과 감각이 작용하는 법을 배워야 함을, 내가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을 감사하며 최대한 누리는 것, 그것이 삶을 사랑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과학적, 역사적, 철학적인 내용을 뛰어넘어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무엇보다 다이앤 애커먼이 이것들을 풀어낸, 그녀의 통찰이 돋보이는 멋진 문장들에 매료되었다.
🔖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에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위험이 없다면, 그 모든 넓이와 계곡과 봉우리와 우회로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영토는 무미건조할 것이고, 일생에 매력적인 지형은 전혀 없이 오직 끝없는 거리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것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 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가로놓여 있는가. (528p)
👃냄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잠자는 감각을 일깨우고, 욕구를 채워주고, 자아상을 규정하고, 매혹의 가마솥을 휘젓고, 위험을 경고하며, 유혹에 무릎 꿇게 하고, 종교적인 열정에 부채질하고, 이곳을 천국으로 변화시키고, 스타일을 만들어주며 주며, 쾌락에 젖게 해준다.(74p)
👁 과학과 예술은 습관적으로 우리의 잠을 깨우고, 불을 모두 켜고, 우리의 목덜미를 붙잡고 이걸 좀 보라니까!라고 말한다. 인생을 그토록 쉽게 놓쳐버리듯, 우리는 복잡하게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앞만 보고 뜀박질하는 경주마처럼, 자신이 가는 길 위에 있지 않은 풍경은 놓쳐버린다. 예컨데 길가에 모여 있는 색색의 군중이라든가, 바퀴 자국이 깊게 파인 길, 항상 존재하고 항상 변화하는 머리 위의 영원한 장관 壯觀, 하늘을. (4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