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도서멀티버스는 꽤 매력적인 이론이라 sf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다루는 소재가 됐다.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무수한 평행 우주 속에서도 존재한다. 환경이나 나의 선택에 따라 평행 우주 속에서의 나는 닮은 듯 다른 삶을 산다. 천재 애덤 보슈는 10대에 이 경계를 넘나드는 비밀을 발견했고 횡단자들을 고용해서 해치를 통해 세상의 경계를 넘나들도록 했다. 횡단자들은 다른 세계에서의 자신이 죽어야만 그 세계에 이동할 수 있다.이 세상은 부자 도시인 와일리시티와 가난한 황무지 도시인 애시타운으로 나뉘어 있다. 주인공 카라멘타는 애시타운 출신 횡단자 중의 한 명이고 그녀는 와일리시티 시민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가 세상의 경계를 넘나들다 애덤 보슈에 관한 커다란 비밀을 알게 되고 세상을 바로 잡고자한다. 이 책은 특권을 거머쥔 이가 자신의 왕국을 세우기 위한 계획에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가치는 쉽게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것을 맞설 수 있는 건 개인이 아니라 연대의 힘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평행 우주 속의 카라와 연관된 다양한 인물들이 드러나며 스토리는 복잡한 듯 보이기도 하다. 현재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다른 평행 우주를 이용하는 것은 조금 불편한 지점이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했던 카라의 의도는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인가. 다만 책을 읽으며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무수한 나들도 과연 '나'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계속하게 됐다. 자신의 정체성에 흔들렸던 주인공 카라는 다양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게 되는 것 같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몇 번의 반전이 나오고,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문장들은 가독성을 높인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소 매끈하지 못한 전개와 필요 이상 자극적인 장면들과 설정은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토록 불행한 우리는 왜 그렇게 오래 사는 것에 집착할까?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탈한 삶은 축복이 아니다. 편안하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때때로 편히 살려는 바람에 비참해지기도 한다. (2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