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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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10-11쪽)

나는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 나는 시궁창 같은 삶에서 허덕이며 살고 있었다.


문제) 힐빌리는 빈곤의 악순환, 가정 폭력과 학습된 무기력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내가 잠시라도 이웃에 살았거나 친척이거나 이곳에 부임한 교사라면 이들에게 계층 상승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2. 47~48쪽

할모의 증조할아버지가 20세기 초에 카운티 판사 후보로 출마했는데, 아들이자 할모의 할아버지인 틸든이 선거 당일 경쟁자의 가족을 살해하고서야 판사로 당선됐다. (...)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신문에서 이 섬뜩한 이야기를 읽자마자 밀려든 감정은 자랑스러움이었다. 우리 집안에서 『뉴욕타임스』에 이름을 올려본 적이 있는 다른 조상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문제) 우리는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위인전이나 소설을 읽고 꿈을 꾸고 용기를 얻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매스컴에 오르는 인기 가수나 연예인을 따라다니고 그들과 동일시하며 그들의 일화에 일희일비합니다.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에서 나를 훌륭한 교사 혹은 성공한 주인공이라고 소개하고 취재를 해 주기를 원하는가요? 즉 인기인들처럼 나도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싶은가요, 아니면 조용히 살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73~74쪽

할보가 퇴근하고 돌아와 뜨끈한 저녁밥을 지어달라고 하면 할모는 뜨끈한 쓰레기 한 접시를 정성스레 내주곤 했다. (...) 할모는 할보의 술 취한 인생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데 몰두했던 것이다. (...) 빈말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할모는 차분히 차고로 가서 휘발유 통을 가져오더니 휘발유를 남편의 온몸에 붓고 불붙은 성냥을 그이 가슴팍에 떨어뜨렸다. 할보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자 열한 살짜리 딸이 재빨리 나서서 불을 꺼 아버지의 목숨을 구했다.


문제) 할모와 할보의 부부 싸움 이야기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의 부부싸움(연인과의 싸움)은 어떻게 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이나 방법이 옳다고 보는가요?


4. 평생 무책임과 마약에 젖어 산 어머니와 살면서도 저자는 어떻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6. 102쪽 3

엄마와 린지 누나가 유치원으로 나를 데리러 와서는 앞으로는 아빠를 볼 수없을 거라고 말했던 9월 초의 어느날도 기억한다. 엄마와 누나는 아빠가 내 친권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슬픈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6년동안 아버지는 내게 거의 유령같은 존재였다. 아빠에겐 새로운 아내와 두 명의 어린 자녀가 있었고 내 자리는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처음 느끼는 슬픈 감정은 친부와의 이별이었다. 많은 기억은 구체적으로 나지않지만 아름다운 산백과 말이 뛰노는 푸른 구릉지가 펼쳐진 켄턱키를 사랑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이런 슬프거나 기쁜 최초의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장소나 대상이든 가장 어릴 때라고 생각되는 기억을 말해봅시다.

 

7. 140

할모는 기성 종교를 평할 때마다 큰 소리로 영광을 외치는 사람들이라고 끔찍이 싫어했다. 그런데도 할모는 여전히 도널드 아이손 목사님이 목회하는 교회를 비롯해 켄터키 잭슨의 몇몇 교회에 여윳돈을 기부하고 있었다. 할모의 논리로는 신은 결코 곁을 떠난 적이 없다. 할모의 신학은 단순했지만 교훈은 분명했다. 인생을 만만하게 산다는 것은 신이 허락한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므로 열심히 살아야한다. 기독교인의 의무를 다하며 가족을 돌봐야 했다. 용서를 실천해야 했다. 나는 결코 절망할 필요가 없었다.

 

14214행 내가 할모에게 신이 우리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던 건 상황이 끔찍하더라도 믿음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이 고통과 혼란이 곧 끝날 거라고 나를 안심시켜줄 사람이 필요했다.

문제) 열한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두 번째 아버지를 잃고 밴스는 또다른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아이가 혼란을 겪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면서 제자리를 잡아간 것에는 할모의 종교관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여기에서 기부하는 문화를 엿볼수 있는데 기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기부를 하고 있다면 어떤 성격의 기부를 하고 있는지요?

 

 

8. 1662이날까지도 나는 누군가를 필요할 때만 찾을 수있다는 말을 부모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누나와 나는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되는 줄 알고 있었다. 얼리 때도 먹을 음식이 없거나 차가 고장나도 동움을 구하는 행동조차도 과하게 하면 안되는 사치로 알았다. 이런 경향을 없애주려고 할머와 할보가 문진애를 썼다. 가장 근접하게 성공했던 할보가 끝내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만약 어렸을 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지금이 가치관과 연결하여 생각해 봅시다. 나는 굶더라도 혼자 해결하려고 참는 형,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형일까요?

 

9. 172쪽 나는 갈수록 더 복잡한 수학 문제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풀었던 날이 떠올랐다.

이런 기쁨을 겪어본 적이 있을까요? 자신이 어떤 면에서 도약하고 있다는 걸 느낀 기쁨을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10. 205쪽 1행

새로운 환경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할모는 거의 몰랐다. 내가 말을 안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했다. (중략) 애초에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고, 전에는 누나가 곁에 있었고 언제든 할모 집으로 갈 수 있었던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차마 그런 내 용건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릴없이 친척들에게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해달라는 부탁만 하고 전화를 끊은 뒤, 텔레비전을 보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때만큼 외로운 적이 없었다.


3학년 중간부터 할모의 집이 있는 미들타운을 떠나 해마다 이사를 다니고, 엄마의 남자는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9학년 때는 그나마 함께 살던 린지 누나마저 결혼하여 함께 살지 않았으며, 켄아저씨와 그의 자녀 셋과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밴스는 너무 외로워 푸념이라도 늘어놓으려고 할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할모의 전화 너머로 다른 친척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영락없는 명절 분위기에 밴스는 푸념마저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질문: 살아온 날들 중 여러분은 외로웠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가장 외로웠을 적,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11. 217쪽 1행

가장 친한 친구들도 내가 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걸 몰랐다. (중략) 누가 묻기라도 하면, 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으며 우리가 병든 할머니를 모시고 있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할모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고등학생 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숨겼다는 게 지금까지도 후회로 남아 있다.


밴스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라고 여겨질만큼 소중한 할모에게 의지를 하면서도 할모의 여러 가지를 부끄러워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숨겼다는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질문: 삶의 여러 가지 갈래 중 여러분이 선택했던 길을 따라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고 봅니다. 그 여러 가지 선택 중 후회되는 선택이 있나요? 있다면 그 후회되는 선택은 무엇일까요?


12. 240쪽 15행 ~ 241쪽 마지막

할모와 함께 사는 집이 안겨준 평화로움 덕분에 나는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숙제를 할 수 있었다. 싸움이나 불안정함이 사라진 덕분에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중략)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억 속의 내가 행복했다는 사실이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더 이상 두럽지 않았고, 다음 달에 지낼 곳이 어딘지도 알고 있었으며, 누구의 낭만적인 결정도 내 삶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행복 덕분에 지난 12년 동안 정말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밴스는 해마다 이사를 다니고 엄마의 남자가 자주 바뀌는 불안 속에서 살다가 할모의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할모의 집은 가난했고, 보통의 가정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것도 아니고, 할모는 가난이 명예의 휘장이라도 되는 양 티를 내고 다녀서 창피스러웠는데도, 할모와 같이 사는 것이 평화롭고 안전하다는 느낌 때문에 행복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12. 274쪽 2행 ~ 275쪽 6행

그때 수줍음이 굉장히 많은 한 소년이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조그마한 지우개를 하나 쥐어주자, 순간 기쁨의 미소로 얼굴이 환해진 소년이 2센트짜리 선물을 쥔 손을 높이 들고 의기양양하게 가족의 품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신이 난 어린아이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중략) 그전까지 나는 늘 세상에 분노를 품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화가 나 있었다. 학교에 갈 때 다른 애들은 친구들끼리 차를 타고 가는데 나는 버스를 타야 해서 화가 났고, 내 옷이 아베크롬비에서 산 게 아니라서 화가 났고, 우리 할보가 돌아가셔서 화가 났고, 좁은 집에 살아야 해서 화가 났다. (중략) 그때 나는 누군가 지우개를 건넬 때 미소 짓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만족할 만큼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그날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 테다.


질문: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이 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것(혹은 일, 혹은 사람)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무엇(혹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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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eepapggot 2022-01-2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낭독하시는군요. 멋집니다. 전 읽기만 하는 아직 초보독자입니다. 늦었지만 읽고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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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테라스>는 판화가 이야기다. 소설 전개가 간략한 위인전 같다. 감정의 해석이라든지 관념적 내용이 전혀 없다. 보고서처럼 이력이 전개된다. <파리에서 널 사랑했을 때>와는 다르다. <파리에서 널 사랑했을 때>가 떨어진 밥풀까지도 묘사해 내는 문체였다면 이번 소설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간다. 마치 주인공 믐므씨의 일생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것 같다.

김언희 선생님은<GG>에 나온 시 또 하나의 고:-before에서 가지 못했을 수도 있는 곳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게란 절이 있다. 파스칼케냐르에서 인용했다. 어느 책인지 찾고 싶었다.

이 순간 그런 짓이 꼭 필요한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128쪽 어떤 나이가 되면 인간은 삶이 아닌 시간과 대면하네.

 

257분이 되었을 때 몸에서 열이 나고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이애기되었다. 우선 난 자야한다. 아침까지. 잠들 수 있으면.

 

그래서 방에서 꿈까지 꾸면서 자고 일어나 일을 하고 왔다.

파스칼 키냐르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난다. 소설 형식을 파괴한 소설, 대중의 상식에 돌을 던진 소설이다. 그래서 나도 왜? 라는 궁금증을 가졌나보다. 그러면 궁금증을 풀어봐야겠지. 우선은 읽어야겠다.

 

163 아름다움은 일체의 기교가 배제된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이 강렬하게 표출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솟아오른다. 그곳에서 단순히 문체가 아닌, 육체의(작품)에 깃든 영혼과도 같은 한 목소리가 예리한 칼처럼 느닷없이 우리의 가슴을 겨눈다. “르 몽드지가 로마의 테라스시학Poetics이 시에 부여한 영역을 단번에 획득하여 점령한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백락에서이다.

 

아마도 <로마의 테라스>를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 성 둘레를 둘러보고 온 것과 같다. 2002콩쿠르상’ <떠도는 그림자들>을 읽는다. <빌라 아알리아>도 있다. 세 번째 책 <떠도는 그림자들>을 펼친다. 동시에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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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3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떠도는 그림자들 마지막 왕국 시리즈 1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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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7월 22

떠도는 그림자를 읽기 시작했다그림자들이 많다세상을 피해 철학과 신념을 지키고 글을 쓴 사람들을 모았다소설이기 보다는 기록이다철저하게 감상을 배제한 문장이다식욕 대신 글을 쓰는 그림자들을 찾아내는 키냐르의 소설은 실존인물과 상상인물의 혼합이다하지만 거의 실존 인물이고 실존했던 철학이다.

이 책을 필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필사는 어렵다시간을 먹어야 한다허리는 더 굽어야 하고 오른쪽 손마디는 군살로 굳어가야 한다김언희 선생님의 <GG>를 필사 하겠다고 했지만 시작도 안 했다그래도 이 구절만은 바로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출근 시간이 다가오지만 쓰야겠다.

나는 받아쓴다키냐르가 부르는 대로.

5장 노르트스란트

 

아르노와 니콜은 아르덴 지방에 숨었다그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의 땅 속에서 눈에 띄지 ㅇ낳고 앞으로 나가려 애쓰는 두 마리 두더지라고 말했다.

볼테르의 말에 따르면 자유롭게 글을 쓰는 기쁨이 아르노에게는 모든 것을 대신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포르루아얄 수도원은 미국의 한 섬을 사들여박해받은 청교도들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정착할 계획을 구상했다.

그들은 홀수타인 해의 섬 노르트스트란트에 눈독을 들였다.

나는 지도에서 노스트르트란트라는 이름을 찾는다홀수타인 해안을 찾는다그런 바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잃어버린 것은 어디 있는가잃어버린 것이 사라진 곳바로 거기에 마지막 왕국이 있다나는 루아르 강의 출렁이는 파도에서 그 그림자의 일부를 찾았다그런 ㄷ음 머릿속으로 그림자를 상상했다그러자 그림자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2020.07.25.

남강에서 잠자리 사진을 찍었다.

 

2020.07.26. 일요일

126

이미지는 그 무엇의 재현이 아니다언어 없이 이미지만으로는 의미가 없다우리가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면에서 보는 장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미지들이 문자에 앞서 전달했던 혹은 압축했던 신화의 이야기가 없었다면우리는 여전히 그 의를 알지못할 것이다.

이미지는 인가보다 먼저이다.

그것은 인간의 입에서 자연 언어가 발화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나는 다음 견해를 주장한다. “몇몇 동물들의 경우 꿈이 지어낸 것은 어떤 방향의 상류에서든 매혹적이다.”

쓸모없어진 문자기의 없는 기표인 화폐는 회귀하는 욕망의 제삼자이다.

 

*

조르주 바타유의 저주의 몫은 어둠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의 하나이다.

126 그는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있다.

131 길 잃은 자들산성액이 의례적인 사회 생활에 뚫어놓은 구멍 같은 존재들이다.

 

158 언어에서 메뤼진의 금기는 가장 아름다운 테마이다.

보는 이를 돌로 변하게 하는 메두사의 아름다움은 유일한 아름다움이다인간의 세상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이다갑자기 몸이 마비된 짐승들이 알아보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다.

우울증 환자실어증 환자무언증 환자신생아어린애동상가진정한 음악가에로티시즘 애호가환상가사랑에 빠진 사람죽어가는 사람그들에게 그것은 유일한 아름다움이다.

 

말로 표현되려고 애쓰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알기도 전에 느끼는 것그것은 틀림없이 글을 쓰는 움직임이다한편으론 언제까지나 혀끝에서 맴도는 말로다른 한편으론 손끝에서 달아나는 언어의 집합으로 글을 쓴다발견의 시초에 소위 알아맞힌다고 부르는 것이다알겠다뭔지알겠어이어지는 것에도 초발심의 강도로 다시 불붙이기

 

159

이전의 어둠에서 모든 것을 끄집어내기사라진 것에 끝없이 줄을붙이기바로 그것이 엄밀히 말해 독서이다소멸하는 모든 것에 늦게나마 제 색깔을 찾아주기.

사방에서도처에서어디서나 새벽을 되찾기그것은 삶의 한 방식이다.

완연한 가을에 출생을 재현하기되찾을 수 없지만 사라진 여인을 소리쳐 부르기다른 기회란 없으므로 처음으로 불쑥 출현한 때 이 부단하고 예측할 수 없는 다른 존재를 다시 떠오르게 하기.

태어나기.

여전히 침묵과 관련된 언어는 둥지이다어둠과 관련된 가시 세계가 꿈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노래와 그 노래 뒤편으로 사라진 고대의 청각을 침묵으로 알려주는 문자그것이 문학이다.

그리고 마치 아직도 꿈속에 있듯 무의식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 혹은 천상의 이미지들을 재현해 놓은 동굴그것이 회화이다.

 

 

책들은 비밀의 사무국이다.

수도자에게서 수도자에게로

하나 사람에게서 한 사람에게로

 

2020.07.27. 월요일

 

166쪽 글을 쓰는 자의 고독과 읽는 자의 고독 사이에는 확고부동한 유대가 있다.

 

170쪽호메로스의 말이다.“비정치적인 한 개인은 내란이다.”

성경의 말씀이다. “혼자인 사람은 붏행할 지어다외톨이는 죽은 사라마이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지구 상의 어느 곳의 신화도 이렇게말하고 있다. “행복한 사랑이ᄅᆞᆫ 없다부족간의 교환과 계보상의 결합을 보존할 목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행복을 맛본 금지된 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은둔자방랑자주변인샤먼분리주의자포르투알의 은자들처럼 그 누구보다 행복했던 혼자인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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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13쪽에는 그 안에 마치 빙하에 묻힌 천년된 시체처럼이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이 소설 속에 45억년이라는 비밀이 있을 것 같다,

그 안은 환기 되지 않는 곳이고 빨래가 절대 마르지 않는 공간이고 키에슬로프ㅡ스키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본 곳이다.

그는 엄청난 고뇌에 빠져있지만 어쨌든 계속 나아가고 있다. 그저 살아남았다는 그 사실 자체가 형벌을 승리로 만들어 준다.

 

2020. 07.08. 수요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더위가 등을 뒤덮는다. 난 옥수수 한 개를 먹고 있고 에어프라이기에는 감자를 익히는 기계음이 동일한 소리를 내면서 돌고 있다. 감자를 깎아서 삶아먹어봐야 겠다. 하얀 전분으로 싸인 뜨거운 삶은 감자는 맛을 말하기가 그렇다. 당을 넣은 단맛과 혀 천장을 데울 듯한 뜨거움이 뜨거운 감자의 전부이다. 뜨거울 때는 거의 감자의 냄새를 상실한다. 이제야 깨닫는다. 갓 솥에서 꺼낸 뜨거운 감자는 감자 냄새가 안 나기 때문에 맛있다. 일에 대하나 열정이 식으면 누구나 자기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식은 감자에서는 감자 냄새가 진해진다. 일을 도모할 때 일에 대한 통찰보다 자기의 욕망과 자기의 위치나 자신의 권력을 드러내려고 할 때 식은 감자 냄새가 난다. 식은 감자를 밀어내듯 그런 사람은 밀어낼 수밖에 없다.

주인공 루터는 파리에서 알랭타네의 영화<백색도시>를 보았다. 이 영화가 실제 상영된 영화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32쪽 저녁에 그는 영화 <밀회>를 보러갔다. 그건 전통이었다. 생일날 어떤 식으로든 <밀회>를 보는 일. 보통은 비디오에 만족해야 했던 루크로서는, 스크린- 비록 작은 스크린이었지만 -에서 그 영화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생일을 홀로 보냈다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그 영화의 모든 면이 좋았다.

 

202007.09 목요일

34쪽 누군가의 삶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것은 분명 불가능하다. 한 개인의 유전자 안에, DNA안에 어떤 계획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각각 사람들은 하나의 약속을 지닌 채 태어나고 그 약속이 적절한 조건을 만나면 눈에 띄게 전면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이룬 것들을 반추하면서 느끼는 실망, 혹은 덧없음은 어쩌면 그가 버리거나 피해왔던, 하지만 완전히 입을 다물게 하지는 못했던 어떤 희미한 반향일지도 모른다.

어떤 삶의 양식은 지금은 희미해진 그 최초의 청사진에 더 가까이 닥가갈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202007.10. 금요일

다시 잠들었다가 비소리에 깬다. 새벽에 북쪽 창문을 다 열었는데 비가 들어왔다. 현미를 담아놓은 푸대에 물이 묻었으나 방수가 되어 쌀은 물에 젖지 않았다. 저 현미도 벌레가 슬지 모른다. 찹쌀에 쌀벌레가 생겨 베란다로 옯겨놓았다. 펼치고 말려야 하는데 공간이 없다, 점점 생활 할 수 없도록 베란다도 짐으로 메워져 가고 있다.

이 방엔 책과 다른 생필품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겨우 드나들고 컴퓨터에 앉아 일을 할 수있다. 그럼에도 아침이면 맑은 공기가 들어오고 새소리가 들리는 집이다. 오래된 묵은 성과 같고 비울 수 없는 성은 감옥과 같다. 포탄에 맞고도 굴뚝에 연기를 피워올리며 봄을 맞이하던 프랑크푸르트 성과 같다. 이미 폐허이면서 밥냄새를 풍기고 창을 연다. 그래서 이 집은 아직 살아있다.

시작은 그렇게 파리의 어느 골목에서시작되었다. 지금 일고 읽는 소 제목에서 시작되었다. 시작했으니 끝을 내야한다. 골목에 들어섰으니 골목의 끝에까지 가 보아야 한다. 출구가 없는 그림일지 모르지만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는가.

 

2020.07.12. 일요일

74쪽 이 대화처럼 흐르는

78쪽 다른 사람이 되려고요. 적어도좀 더 사람다워지려고

112쪽 그는 바흐의 평균률 건반곡을 집어 들었다.

 

20220.07.13 월요일

148쪽 요리는 문명 그렇게 자신을 몰입시키는 활동 중 하나였다.

새벽 1시에 내리던 비는 새벽을 거쳐 아침 6시까지 이어 내리고 있다.

일하러 가기 위해 8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지만 아직 책을 읽을 시간은 충분하다.

유산균과 고혈압 약을 먹고 오랜 만에 커피를 탔다. 비소리 때문이다. 다양도실 배수구로 빠져 나가는 물소리가 마치 숲속의 좁은 계곡을 연상케 한다. 잠을 깨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어휘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숙제처럼 만나야 할 사람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을 짚ㅇ 보았다. 문태고모는 방아를 베었다고 전화를 하셨다. 시간을 만들어 식사라도 해야겠다. 진숙이 어머니와 문태고모, 불루베리농장의 젖큰 할머니 실은 그 할머니는 어머니와 먼 친척벌이다. 이제 그 동내에서 살아남은 1세대들이다. 홍아아제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진이라도 ᄍᆞᆨ어두었으면 아쉬움이 없을건데 생각만 해도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집안에 분란이 일었지만 시골집을 둘째 아들에게 넘겨주신 진숙이 어머니 판단이 옳을지도 모른다. 일요일마다 나와 어머니를 돌본다. 식사하고 하고 청소도 하고 마주보고 웃기도 할 것이다. 장장게 집을 물려주지 않았다고 각각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물려주는 사람 의지니까 옆에서 뭐라 할 수는 없는 문제다.

164쪽 이 세상에는 다른누구도 아닌 자기만이 갈 수 있는 길이 있단 말이지. 그ㅡ길이 어디로 이어지냐고? 묻지 말고 그냥 가.

 

2020.07.15. 수요일

143쪽 지금은 나 자신이 다른 중심을 향해 가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거든.

 

2020.07.16. 목요일

330

그 책은 우울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그런 모습이었고, 또한 그런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 말라비틀어진 스펀지 같은 덩어리들, 열 개중 아홉 개는 결국 폐기처분될 운명인 것들.

 

이 책도 막바지로 다가간다. 메시지가 있거나 철학적이거나 관념적인 표현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실 묘사를 아주 세밀하게 하였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들의 피부 어느 부위에 털이 나 있고 항문의 어느 쪽으로 손가락이 들어가는지, 축구를 하면서 힐끔힐끔 바라볼 때 온 ㅡ순간 남녀 주인공의 눈길이 서로 스쳐가는지 묘사를 하였다. 정리가 안 된 아파트를 묘사할 때는 흐트러진 짐들과 부엌을 오갈 때의 시선의 혼돈까지 읽을 수 있다.

 

책을 접기로 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지금을 부정하지 않고 그 시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법을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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