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은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되던 해였다. 나는 야구포함해서 운동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가 원색의 OB 야구잠바와 야구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특히, 삼미 슈퍼스타즈의 그 독특한 팀명과 슈퍼맨 로고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멋진 팀명이나 로고에 비해서 야구성적은 정말 안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실 정체성을 잃고 무엇엔가 쫒기듯 일하며 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기계부품처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야구의 본분을 잃지 않고 그들만의 야구를 했다고 생각되는 삼미 슈퍼스타즈가 그렇게 주인공들에게 추억되는 것이지 싶다.

 주인공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탄생과 함께 어린시절을 같이하지만 그 형편없는 기록에 깊은 상처를 입고 어느새 야구를 잊고 이 사회의 속성을 깨달으며 좋은 소속과 계급을 갖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일류대를 나와 그 자신의 생각대로 좋은 계급을 갖고 좋은 소속(직장)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그곳은 또다른 경쟁의 출발점일 뿐이다.  이혼까지 하면서도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IMF 를 만나 구조조정의 여파로 결국 실직하게 된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생활도 없이 일했고 이혼까지 당했지만 주인공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 자신의 삶도 가정도 그리고 그토록 열심히 일했던 회사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서야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진다는 건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고 모든것의 끝이라고 이 사회는 구성원들을 세뇌시킨다. 자신의 삶을 버리고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도록 내몰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정말 지면 어떤가.. 정말 우리는 어쩌다가 프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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