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공부하기전에 책상정리부터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서 공감이 간다. 미루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우선 순위에 따른 할일 목록을 만들어 놓고 일을 처리해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목록의 제일 처음에 오른 일이 아니고, 다른 것 부터 처리하는 것이다. 리스트에 첫번째로 오른 것은 왠지 부담스러우니까,(미룰 수 있을때까지 미뤄두고..)


1.

글쓰기 강연을 듣는 것은 사실 글을 잘 쓰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또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글쓰기란 ‘머리‘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매일 저녁 강변을 달리거나, 매일 밤 춤을 추는 일처럼, 글 쓰는 일도 일상의 어느 영역에 말착되어, 몸이 하는 일이다. - P6

에세이를 쓴 것도 대략 서른 이후였으니, 그전에 15년 이상 온갖 글을 쓴 셈이다. 15년간 쓴 글들을 다 합치면 A4 1만 장은 족히 넘을 것이다. 온갖 어색함과 어려움, 지리멸렬함을 견디고 계속 써본 덕분에, 나름대로 내게 맞는 영역, 스타일, 깊이, 내용 같은 것도 꽤나 알게 된 셈이다. 물론 이것도 한 시절의 일일 수 있고, 또 다음 시절에는 그 시절에 어울리는 글쓰기가 내게 주어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세상일이란 대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자기에게 꼭 맞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아가야 간신히 어느 정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걸 알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 P9

삶에서 이와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거나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한다. 나는 그 이유가 주로 글쓰기에 ‘부수적인 욕망‘을 붙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글쓰기 모임이 있다면, 꼭 글쓰기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보고 싶어서 모임에 나가게 되고, 글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크고 작은 공모전들을 찾아보고 상금이 10만 원이라도 있는 공모전을 목표로 하면 의외로 매일 글쓰기 연습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거기에 접목시키는 부수적인 욕망과 의미가 그 일 자체를 이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 P10

공부도 마찬가지인데,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이 공부 자체에서 어떤 의미나 즐거움을 얻으려고 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된 사람 중에는 ‘다른 욕망‘이 더 큰 사람들도 많다. 명예욕이라든지 권력욕이라든지 하는것들이 오히려 누군가를 공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좀처럼 잘 안 된다면, 거기에 다양한 목적을 덧붙여보면 좋다. - P10

사실, 많은 중요한 일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니, 많은 중요한 일이 그런 식이 아니면 아예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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