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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직선 창비시선 177
도종환 지음 / 창비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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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직선>은 시집 제목만큼이나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로 십년의 세월을 보낸 그는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연 속에서, 현실 속에서 시인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이 시집의 하나하나는 바로 그가 얻어낸 삶의 깨달음과 희망이 녹아든 결정체다. 내가 이 시집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된 시는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하나의 숙명, 하나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中에서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을 그는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나온 모든 길들이 지금의 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고난의 길이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기에 탁한 세상. 때론 미친듯이 소주를 부어넣고 골목길 전봇대에 얼굴을 파묻고 실컷 울고 싶은 세상이다. 그 골목길에서 그는 고백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정을 넘긴 길바닥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너는 울었지' - '길' 中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울고 있는 '너'. 이는 시인의 내적 고백을 대신한다. 이처럼 시대의 무게를 감당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말한다.

'그러나 난파의 소용돌이 속으로 그렇게 잠겨 갈 수만은 없다/나는 가겠다 단 한 발짝이라도 반 발짝이라도' - '길' 中

안개 속에서도 빛이 보이는 곳으로 한 발자국 내디디는 시인. 그 무엇이 확증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가 되는 것일까.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중략)/ 차디찬 겨울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 곳을 지켜 온/ 한 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 '희망' 中에서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이 아닌 한 장의 얇은 모포 같은 희망. 시인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고 바라듯 작은 희망조차 움켜잡으며 숨턱 막히는 시대를 살아온 것이다. 잃어버린 시대,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져 온다. 갑자기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린 듯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은 희망을 가져야 사람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지친 우리의 발걸음은 무엇을 쫓고 있는가 아니 무엇에 쫓기고 있는가.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 '귀가' 中에서

<부드러운 직선>. 시집 제목이 주는 부드러움은 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얻는 인생의 깨달음에 다름 아닐 것이며, 직선이 주는 날카로움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시인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삶 속에 하나로 융화되어 진실된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연과 현실에서 터득한 시인의 성숙한 삶의 자세. 이 시집을 통해 나의 생활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제 무엇보다도 희망을 갖는 일이 남았다. 이것이야말로 '부드러운 직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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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김재경 옮김 / 미래의창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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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기술이라고만 본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투자의 묘미를 익히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코스톨라니가 그걸 증명해준다. 기술적 분석만으로 주식시장을 재단하여 설사 그것이 시장의 실제 흐름이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겪는 의문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론만큼 아니 그보다 중요한 태도를 배우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열 가지 권고사항과 금기사항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압축해서 전해준다. 마치 십계명처럼 이것은 그에 걸맞는 덕목을 필요로 한다. 확신, 인내, 행동, 검토, 과감, 겸손. 오랜 세월을 투자가로서 보낸 사람의 철학은 투자의 덕목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공이 진실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돈을 떠나 삶에 대해 바라보는 자세를 생각한다. 그가 인생 스승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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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 염상섭 선집 1
염상섭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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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의 삼대는 식민지 시대 리얼리즘 문학의 기념적 작품이다.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로 이어지는 삼대의 가족사 속에 당시의 현실이 녹아들어 있다. 특히, 당대 현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경제적 힘으로서의 돈을 작품현실에 과감하게 끌어들였다. 돈과 관계된 인물들의 갈등양상은 오히려 흔히 알고 있던 사회주의자 병화와의 갈등보다도 더 의미있게 느껴진다. 조부의 유산을 둘러싼 사건은 지금의 시대상황으로 보아도 무리없을듯한 것이다. 이처럼 삼대는 염상섭의 세밀한 필치에 담겨 당시의 현실상을 무리없이 이해하는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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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 - ‘현금흐름 사분면’과 돈을 관리하는 7가지 방법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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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이 담는 철학이 있다. 그것은 그 책의 수명을 결정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 희석될 것인가. 살아서 고전이라는 이름을 달 것인가. 이 책을 읽어내려가며 과연 그 내용이 타탕성을 갖는지 의문을 가졌다. 제목부터 무언가 경제적 차별을 내두르고 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지속적으로 이론을 반복해가며 그렇지 않냐고 묻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최우선으로 삼는 현금흐름의 창출이란 무엇인가. 단지 부자가 되는 것만이 일생의 목표라면 인간의 삶은 피폐해지고 말 것이다. 배부르고 따스한 생활은 누구나 꿈꾼다.
이 책의 논리는 돈이 좋은 것이며 그것을 얻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 돈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가치 중립적인 것이다. 돈에 대한 자세만이 있을 뿐이다. 저자의 가치관에 따르며 우리는 정부와 부자의 주머니만 불려준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하는가. 부자가 되라고 한다. 잘못된 무엇을 바꾸는 건 어렵고 힘이 드니. 부자가 되서 그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가난이 죄악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진정으로 부자의 가치를 일깨우고자 했다면 사회에 내재한 모든 불합리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는 그 어떤 부자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는 것이 꼭 행복을 주지 않는다. 그건 단지 조건일 뿐이다. 이 책이 돈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새롭게 하는 점에는 일단 수긍이 간다. 그러나 책의 제목처럼 부와 가난의 문제를 손쉽게 규정하는 점은 다시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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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이광수 / 우성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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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를 벗어나 무정을 읽는 경우란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이 계몽주의적 문학관을 바탕으로 민족의 교화, 자유연애의 주창으로 이루어졌다는 기본적 이해는 이 작품을 작품 자체의 즐거움으로 읽지 못하게 한다. <무정>이 왜 열광적 인기를 얻었는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그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하나의 해방구를 열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전통사회의 부정은 물론 이광수의 오류지만 자유연애나 민족계몽 그 자체는 의미있는 것이다.

표현면에서도 그의 작품이 비록 인위성을 지니고 있지만 개성적 인물의 내면묘사는 시대적 기준을 넘는 새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정>을 전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문학작품이란 시대적 정황의 한계와 기준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일단 문학작품을 바라보는 첫 단계이다. <무정>을 읽으며 놀랍게도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그의 경쾌하고 감성적인 (지금으로는 유치할 수도 있지만) 문장은 쉽게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정>이 지닌 근대적 성격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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