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직선>은 시집 제목만큼이나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로 십년의 세월을 보낸 그는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연 속에서, 현실 속에서 시인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이 시집의 하나하나는 바로 그가 얻어낸 삶의 깨달음과 희망이 녹아든 결정체다. 내가 이 시집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된 시는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하나의 숙명, 하나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中에서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을 그는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나온 모든 길들이 지금의 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고난의 길이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기에 탁한 세상. 때론 미친듯이 소주를 부어넣고 골목길 전봇대에 얼굴을 파묻고 실컷 울고 싶은 세상이다. 그 골목길에서 그는 고백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정을 넘긴 길바닥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너는 울었지' - '길' 中에서길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울고 있는 '너'. 이는 시인의 내적 고백을 대신한다. 이처럼 시대의 무게를 감당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말한다. '그러나 난파의 소용돌이 속으로 그렇게 잠겨 갈 수만은 없다/나는 가겠다 단 한 발짝이라도 반 발짝이라도' - '길' 中 안개 속에서도 빛이 보이는 곳으로 한 발자국 내디디는 시인. 그 무엇이 확증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가 되는 것일까.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중략)/ 차디찬 겨울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 곳을 지켜 온/ 한 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 '희망' 中에서거창한 사상이나 이념이 아닌 한 장의 얇은 모포 같은 희망. 시인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고 바라듯 작은 희망조차 움켜잡으며 숨턱 막히는 시대를 살아온 것이다. 잃어버린 시대,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져 온다. 갑자기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린 듯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은 희망을 가져야 사람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지친 우리의 발걸음은 무엇을 쫓고 있는가 아니 무엇에 쫓기고 있는가.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 '귀가' 中에서<부드러운 직선>. 시집 제목이 주는 부드러움은 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얻는 인생의 깨달음에 다름 아닐 것이며, 직선이 주는 날카로움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시인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삶 속에 하나로 융화되어 진실된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연과 현실에서 터득한 시인의 성숙한 삶의 자세. 이 시집을 통해 나의 생활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제 무엇보다도 희망을 갖는 일이 남았다. 이것이야말로 '부드러운 직선'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