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대한 관심은 한없이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금방 각성이 되어 돌아온다.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 두고 싶을 때마다 현재 자산(?) 상태를 들여다보는데 그럼 이내 가슴이 답답해지고 대체 언제 목표로 한 시드머니를 달성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을지 대책없이 막막해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투자 관련 책들에 눈길이 가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게 내 레이더망에 걸린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최고의 투자 수업⟫를 딱딱하게 굳은 머리에 기름칠 하듯 긴급 처방해보았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나온 숱한 질문들에 버핏과 멍거가 답변한 내용을 주제별로 엮어 그들의 투자원칙에 대해 읽으며 정리해 나갈 수 있다. 특히 그들이 강조하는 가치투자가 뭔지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꽤나 만족스럽다. 대화체 그대로 실려서 책을 읽는 것이 곧 그들의 대화를 듣는 것과 다름없다. 투자의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고 명확하다는 것을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데 이것만큼은 잊지 말지어다.선택과 집중 / 저축은 일찍, 젊을 때 해야 / 독서만으로는 안되고 좋은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기질이 필요 / 지혜를 인식하는 것 만큼 허튼 소리를 무시하는 능력도 중요 / 항상 안전마진을 기억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 / 공부는 평생 과업 / 가장 중요한 건 잘못된 결정을 피하는 것 /
삶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예술이 사라지지 않을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내가 항상 예술에 관심을 갖고 예술을 향유하려고 했던건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여유가 있든 없든 우리는 예술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예술은 특정인들만 누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내가 사치를 부리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위축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누릴 수 있는걸 최대한으로 느껴보려는 그 마음이 사치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우리의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겉보기에 무용해보이는 것들도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시간을 기억하면서 삶의 흐름을 나의 방식대로, 속도대로 돌려놓겠다는 의지(p.8)’임을 잊지 말 것.
‘다들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살아내는지, 묻고 싶었다’책의 띠지에 적힌 저 문장 때문에 이 소설이 읽고 싶었다. 살면서 늘 궁금했지만 나 아닌 타인에게 쉽게 물을 수는 없던 질문이었기에.다른 정보 없이 이 소설을 읽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를 분노케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소재인 아동학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리 알았다면 이 소설과 무관하게 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 대상은 아직 스스로를 지킬 힘이 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런 잔인함에 어떻게 사랑을 붙일 수 있는거냐고도. 사랑은 대체 무엇이기에. 이러한 내면의 의문을 긴 이야기로 풀어낸 이 소설을 보면서 나 역시 내 안의 늘 의문으로만 남아있던, 도무지 모르겠는 그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적복수는 옳지 않은걸까. 법이 제대로 된 심판을 하지 못하는데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어디서,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현실에서 불가능한 어떤 지점을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가 실현해줄 때 우리는 다른 식의 결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 소설이 그랬다.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던 문장은 작가의 말에 나온다. “ 다들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살아내는지, 슬퍼도 웃는 아이와 기뻐도 우는 어른에게 묻고 싶었다. 모든 것을 참지만 어떤 것도 믿지 못하는, 모든 것을 바라면서 어떤 것도 견디지 못하는, 불가해한 용광로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싶었다. ”+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왔으면🌿++ 정용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져서 읽어보려고 한다. 📚밑줄친 문장p.13 파도를 덮는 파도. 바람을 밀어내는 바람. 흉터 위에 다시 생기는 상처. p.78 나쁜 사람은 갑자기 착해지지 않고 슬픈 마음은 이유 없이 좋아지지 않는다. 좋은 것은 나빠지고 나쁜 것은 더 나빠진다. p.84 가장 잔인한 사람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 아니에요. 나를 속까지 알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p.198 이제는 이런 일을 숭고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덧없는 말은 덧없는 말. 무의미한 건 무의미할 뿐. 다른 무엇이 되지 않는다. #너에게묻는다 #정용준 #장편소설 #안온북스
제목부터 사랑스러웠던 이 책은 내가 봉현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였다. 인사동의 작은 책방에서 삽화 전시와 공연도 보고 기다려서 책에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때 그녀가 무척이나 대단해보였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떻게 겁없이 혼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내게도 그런 꿈이 있었지만 나는 그때 어딘가에 갇혀있는 사람이었는데, 봉현 작가님은 자유로운 사람 같아 보여서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녀의 첫 책이었던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는 그 시절의 나를 아주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때의 나는 책의 제목처럼 아주 예쁘게 웃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진 사람처럼 못나게 굴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우습지만.다시 내게 돌아온 이 책은 제목이 조금 바꼈고 내용도 구성도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봉현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만큼 그녀의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느껴볼 수 있는 내용들로. 책 제목에 추가된 ‘그럼에도’라는 말이 지나온 시간 속에 더 단단해진 지금의 봉현을 느끼게 한다. 나도 어느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다 라는 말이 가진 무게를, 가치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젊음이 우리에게 준 외로움, 괴로움, 행복, 사랑의 감정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곱씹는 시간들이 나의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게 한다. 지금의 나는 성덕이 되어(!) 작가님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끔은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때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그림과 글을 애정하는 내 마음이 긴 시간을 건너 가닿은 느낌이 든다. 컬러로 살아난 그림과 함께 쓰인 글들이 지금 더 와닿게 된 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스며든 우리의 인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더 잘 됐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책을 계속 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도 여기서 기인한다.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삶인지 너무나도 잘 알게 되어서. 그리고 나도 이제는,그럼에도 아주 예쁘게 웃고 싶다🙂💛#봉현 #그럼에도나는아주예쁘게웃었다 #김영사
기존에 내가 접했던 철학 에세이들도 이만큼 잘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완독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서 텀을 두지 않고는 책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기 힘들거라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페이지마다 플래그를 붙이고 밑줄을 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게 된 책이 철학 에세이라니! 그동안 내게 철학은 고전과 더불어 쉽게 극복되지 않는 장르 중 하나였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랄까. 여러번 시도했으나 어려워서 포기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굳게 닫혀있던 철학의 문이 이 에세이 덕분에 드디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껏 나를 둘러싼 인생의 난제들 속에서 왜 계속 흔들리며 서있었는지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고.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고 막막해질 때마다 곁에 두고 다시 꺼내 읽을 책 한 권을 얻게 되었다. 믿을 구석이 생긴 것처럼 든든해져서는 없던 용기도 생길 듯.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